햄버거 먹는 날
강 정 실
몇 년 전 도시로 시집간 큰딸이 이곳 산골 마을에 외손자를 데리고 햄버거용 빵과 쇠고기 몇 근을 사왔다 부엌에 들어간 딸은 도시가 아니라도 요즘은 집에서도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다면서 팔을 걷고 햄버거에 들어갈 소고기를 도마에다 딱딱딱 칼로 다진 고기 속에 마늘 소금 설탕 참기름을 넣어 통통하게 버무려 장작불에 프라이팬을 올려 구워낸다
잘 익은 소고기를 빵 위에 올려놓고 밭에서 따온 토마토 양파 오이를 썰어놓고 버성버성 자른 연한 채소잎 한 장 순으로 차례차례 올리고 다 떨어진 케첩 대신 고추장을 얇게 바른 후 통깨가 붙어 있는 햄버거 빵을 덮고 마무리한다
딸은 마루에 앉아 먹는 밥상보다는 집 마당에 외손자와 함께 서서 먹는 게 별미라며, 먹으라고 한다
무릎이 아프고 입맛도 써
서 있기가 불편한데도
마른 누룽지 먹듯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런데
씹기 편하고 어찌나 맛있는지
언제 아팠냐는 듯 주책없이 목구멍으로 쏘옥 들어간다
내 입이 아귀인지, 아귀는 입만 크고 살점은 몇 점 안 되는데
방금 구운 햄버거를 아귀처럼
또 한 번 한 입 덥석 베어 물고
냄새가 고소한지 따라붙는 바둑이를 밀쳐 버리고
체면도 없이 우물거린다
먹는데 체면이 무슨 상관이랍니까,,,
다 먹고살기 위해 이리저리 노력하고 사는게 아니던가요?
맛난 수제 햄버거가 저도 먹고싶네요
오늘 저녁은 햄버거로 정했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