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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없는 소문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엄한 사람을 잡았다.

엄한 짓 하느라 사업에 실패한 거라면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대면 소통보다 비대면 소통이 더 활발한 시대가 됐습니다. 소통이 쉬워진 건 좋은 일이지만 부정적인 면도 있는데요. 얼굴 없는 악플러들이 활약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지요. 타인에 대한 폄훼와 악담으로 상대를 죽음으로 몰아가기도 하고 때로는 개인을 넘어 한 가정의 파괴를 부르기도 하지요.

인용문의 ‘엄한 사람’과 ‘엄한 짓’은 ‘애먼 사람’ ‘애먼 짓’으로 고쳐야 하는데요. ‘애먼’은 동사나 형용사의 활용형이 아니라 ‘일의 결과가 다른 데로 돌아가 억울하게(혹은 엉뚱하게) 느껴지는’의 뜻을 가진 관형사입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떠올리면 그 상황이 잘 그려지는데요. 가진 사람들은 법망을 빠져나가고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을 제대로 변호하지도 못하고 애먼 징역을 살게 되는 경우가 있지요.

그럼 ‘앰한 사람 잡지 마라’도 잘못된 표현일까요? 여기서 ‘앰한’은 형용사 ‘앰하다’의 활용형인데요. 아무 잘못 없이 꾸중을 듣거나 벌을 받아 억울하다는 뜻을 가진 ‘애매하다’의 준말로 바른 표현입니다. ‘애먼’과 ‘앰하다’의 쓰임을 구분하자면 ‘애먼’은 사람뿐만 아니라 일이나 물건 등도 꾸밀 수 있지만 ‘앰하다’는 사람만 꾸밀 수 있습니다. 관형사인 ‘애먼’의 뜻과 형용사인 ‘앰하다’의 뜻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바로 알 수 있지요.

살다 보면 직장생활에서뿐만 아니라 친한 친구 사이에서도 어느 한쪽이 억울한 상황에 놓일 수 있는데요. 그 애먼 사람이 나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유념한다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람을 막다른 골목까지 몰아가는 우를 범하진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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