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선 대원군의 환갑 얼굴
-이하응의 61세 초상(부분).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강단 있던 흥선 대원군(1820∼1898)의 얼굴이 또렷하다. 안동 김씨 60년 세도정치를 단숨에 무너뜨린 결기 있는 얼굴이 경복궁에 돌아왔다. 대원군은 둘째 아들을 왕위로 올리고 섭정이 되어 10년간 왕권을 휘둘렀다. 임란 때 불타버린 경복궁도 270여년 만에 중건했으나많은 궁궐 전각이 뜯겨나가고 그 자리에 일본의 총독부가 들어섰다. 지금 복원 역사가 한창인 경복궁에 대원군이 돌아온 셈이다.
이 초상화는 당대 최고의 궁중화가 이한철과 이한옥이 그렸다. 흰점이 그려진 흑건을 쓰고 짙은 청색포를 입었다. 화려하고 선명한 채색과 정교하고 치밀한 묘사가 돋보인다. 권좌에서 밀려난 1880년 얼굴이라서 무표정하고 딱딱한 모습이 실감난다.
대원군도 마음에 들었던 그림인 것 같다. 오른쪽에 친필로 ‘내 나이 61세 환갑 모습’이라고 쓰고 화가와 표구한 사람까지 기록했다. 조선 왕실의 격조 있던 초상화 문화를 알 수 있다. 운현궁에서 전해오던 이 초상화는 서울역사박물관에 기증됐고, 문화재청은 2006년 보물로 지정했다. 국립고궁박물관이 내년 2월 14일까지 여는 ‘조선 왕실의 어진과 진전’ 특별전에 나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