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준의 달밤

조회 수 8203 추천 수 2 2015.03.22 16:07:50

<현대인 위로해 줄 인간애 듬뿍 담긴 문학책>

월북작가 이태준 1930년대 초중반 중·단편 모음집 나와

 

한국 단편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월북작가 이태준(1904∼?). 그의 중·단편소설 36편을 모은 책 <달밤>이 나왔다. 작품 발표 연대순으로 묶었다.

이태준은 1930년대 단편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당대에는 "시에 정지용, 산문에 이태준"이라는 말까지 있었다.

1904년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의고 친척집을 전전하며 성장했다.

휘문고등보통학교 교지인 <휘문>의 학예부장을 지냈으며 여러 편의 글을 실었다.

1924년 이태준은 동맹휴교 주모자로 지목돼 퇴학당했고 일본으로 떠났다. 1927년에는 도쿄 조치대 예과를 중퇴한 뒤 곧 귀국했다.

이태준의 첫 작품은 '오몽녀'다. 1925년 <조선문단>에 입선한 작품이다. 눈먼 노인 지참봉과 어릴 적 팔려 온 오몽녀의 이야기다.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것은 1930년대다.

1933년 박태원, 이효석 등과 문학 친목단체인 '구인회'(九人會)를 만들었다. 카프문학에 맞서 순수문학을 표방했던 시기다. '불우선생'(1932), '달밤'(1933) 등이 이때 발표됐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달밤'은 그의 초기작이다. 이태준 특유의 서정 세계를 담고 있다.

주인공은 지식인(서울 성북동으로 이사 간 '나')과 하층민(신문배달부 황수건)이다. 두 사람 간의 대화를 통해 현실에서 소외되는 약자의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담았다. 총 7쪽의 짤막한 글인데 순수한 인간의 정이 느껴진다.

일제 말 이태준은 절필 후 고향 가까운 곳으로 낙향했다. 해방을 맞아 서울로 왔고 좌익계열 문학단체인 조선문학가동맹 부위원장을 맡았다가 1946년 6월 월북했다.

1956년 구인회 활동 등 반카프적 순수문학 옹호자라는 이유로 비판을 받고 숙청된 이후 정확한 행적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달밤>에는 1925년 작 '오몽녀'부터 1935년 작 '순정'까지 담았다. 당대 지식인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 많이 눈에 띈다.

'어떤 날 새벽'(1930)과 '실낙원 이야기'(1932)는 등장인물과 주제가 비슷하다. 두 작품 주인공은 교육에 남다른 열정을 지닌 인물이다. 교육과 문화에 온 힘을 쏟는 이상주의자로서 지식인을 그렸다.

'고향'(1931)과 '서글픈이야기'(1932)는 현실 비판적인 지식인상을 담았다. '고향'은 6년 만에 일본 유학을 마치고 조선으로 돌아온 김윤건이 주인공이고 '서글픈이야기'의 주인공 강군은 속물적이다.

사회의 변두리로 밀려난 사람들에 대한 애정도 작품 곳곳에 녹아 있다.

'기생 산월이'(1930)는 가난 때문에 기생이 된 여인의 삶을 그렸고, '불우 선생'은 옛 기개를 간직한 한 노인 삶의 조락(凋落)을 묘사하고 있다.

'꽃나무는 심어놓고'(1933)는 도시 빈민의 삶을 그렸다.

글쓰기 안내서의 고전인 <문장강화>에서 이태준은 "글짓기가 아니라 말짓기라는 데 더욱 선명한 인식을 해야 할 것이다. 글이 아니라 말이다. 우리가 표현하려는 것은 마음이요 생각이요 감정이다. 마음과 생각과 감정에 가까운 것은 글보다 말이다"라고 했다.

글쓰기의 달인답게 <달밤>은 지루함 없이 빨리 읽힌다. 책을 읽다가 웃다가 울고, 울다가 웃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 책을 추천한 고명철 광운대 국어국문과 교수는 "복잡한 현대사회의 일상 속에서 우리는 주변 사람과 다양한 관계에 삶의 피로를 느낀다. 이태준의 소설이 이러한 우리를 언제 그랬냐는 듯 말끔히 회복시켜 줄 것이라 믿는다"면서 이태준의 소설을 삶의 청량제라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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