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와 샌디

조회 수 8634 추천 수 6 2014.09.25 21:05:29
작가 : 김평화 수필가 

 

 

                                                                   루비와 샌디    

 

                                                                                                                                                              김 평 화

 

  한국에 온 지 6개월, 우리 부부는 손녀의 돌잔치를 위해 남편까지 이곳에 와있다가 다시 하와이로 돌아갈 계획을 세웠다. 내가 쓰던 방에 널려있는 소지품과 물건들을 가방에 넣으며 집으로 향하는 마음이 시원섭섭했다. 그동안 예쁜 손녀를 출산한 딸을 잠시 도와주기 위해 와 있었다.
  루비와 샌디는 눈을 크게 뜨고 꼬리를 흔들면서 내 주위를 돌고 있는 있다. 뭔지 모르지만, 이상한 느낌을 받았나 싶다. 처음에는 루비와 샌디는 함께 하와이로 같이 가기로 하고 수속을 다 받아 놓은 터였다. 딸은 사위가 일 가고 나면 혼자서 아기하고 강아지 둘을 돌 볼 수가 없어, 이놈들도 함께 왔으니 함께 가기로 되어 있었다.
  딸은 결혼하기 전 와싱턴 디시에 있는 병원에서 레지던트로 일하면서 몸이 아팠다. 아픈 딸의 생일 선물로 4주 된 강아지 두 마리, 루비와 샌디를 인터넷을 통해 유타에서 하와이로 온 우리 가족이다. 한국 비행기회사에서는 한 사람이 강아지 한 마리를 데리고 갈 수 있다고 한다. 마침 남편도 한국에 있는지라 각자 한 마리씩 데리고 가기로 했다.
             

  그런데 떠나기 3일 전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남편이 술에 취해 나에게 말실수한 것이 서로 다투는 일로 발생했다. 술이 깬 다음 날, 남편에게 “미안하다. 잘못했다.”라는 사과를 받았다. 평생 남편과 함께 살면서 술로 인해 심신이 지쳐 있던 나는 마음의 여유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루비와 샌디가 집에 들어오면서 화가 많이 나는 순간을 이놈들이 있어 잘 넘어갔다. 순간 루비와 샌디를 이곳에 두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딸도 사위와 다툴 일이 있을 것이다. 이때 딸은 루비와 샌디를 쳐다보며 쉽게 화를 풀라는 배려였다.
  딸과 사위는 루비와 샌디를 잘 돌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루비와 샌디를 두고 떠나려니 마음이 아파졌다. 그동안 똘똘이 루비와 얌전이 샌디는 잠잘 때도 내 곁에 와서 자고, 내가 어디를 가든 쫓아다니는 귀여운 강아지다. 커다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우릴 두고 어딜 가렵니까?’ 하고 묻는 것 같았다. 내 마음을 읽듯 내 곁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둘을 꼬옥 껴안고 “미안하다!” 하며 쓰다듬어 주었다. 어른들의 위로가 되어주어야 하니 “너희가 조금만 참고 있으라!”고 하며 남편과 함께 하와이로 돌아왔다.

  일주일이 지났다. 딸에게 전화가 왔다. 첫마디가 루비와 샌디 때문에 힘들어 죽겠다고 한다. 며칠이 지난 후 또 딸에게 전화가 왔다. 아기하고 강아지를 함께 돌보기가 힘들다며 짜증을 부리기 시작했다. 딸에게 “남을 위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아야 한다.”라고 설명하면서도 루비, 샌디가 돌봄을 잘 받지 못한다는 것에 가슴이 아려왔다. 그냥 데리고 올 것을 그랬나. 그때 남편이 술만 마시지 않았어도… 별스런 생각이 다 들었다. 밤낮 커다란 눈망울로 나를 기다리고 있을 루비와 샌디의 걱정이 앞섰다.
  또 딸에게 전화가 왔다.
  그래, 한국에 나가서 루비와 샌디를 데리고 오자. 이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남편보다 더 정을 안겨주는 루비와 샌디가 더 보고 싶어졌다. 벌써 나를 보면 반가워서 펄쩍펄쩍 좋아 날뛰고 기다릴 그들이 눈에 밟혀 온다. 이왕 가려고 했으면 하루라도 빨리 갔다 오자며 항공예약을 했다. 결국, 하와이로 돌아온 지 3주 만에 한국에 가기로 한 것이다.
  인간은 정情의 동물이라 싶다. 정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면 얼마나 삭막할까. 정을 나눌 수 있는 귀한 친구와 반려견이 있어 늘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 거절을 잘못하는 나는 가끔 정에 약해 상처를 받을 때도 있지만, 강퍅한 것 보다는 따듯한 정을 나누며 사는 것이 아름답다 생각한다.
  아침 신문에 실린 ‘한평생 살아가면서 우리는 참 많은 사람과 만나고, 참 많은 사람과 헤어진다’는 ‘인간의 정’이라는 시를 노트에다 옮겨본다. 

 

김평화.jpg

 

 

약력:

하와이 거주.

하와이대학 미생물전공

전 하와이문협 회장

현재: 한국문협 회원 및 한국문협 미주지회 이사

저서: 사랑의 아이콘

 


웹관리자

2014.11.22 19:59:59
*.242.250.116

      

DSCF0059.jpg

 

                                                                             여유와 낭만이 있는 전통 찻집


                                                                                                                                                  김평화

 

  딸이 대구에 잠시 머물고 있는 동안 나도 손녀딸 도우미로 가서 잠시 있었다. 자연식을 가르치고 있는 친구가 매주 월요일마다 집에만 있는 내가 심심하다고 나를 데리고 대구에 있는 박물관과 다실을 하나씩 소개하며 안내해 주었다. 대구는 서울과는 달리 산으로 둘러싸인 도시이다. 산허리를 따라 만들어진 드라이브 코스는 데이트하기에 적합한 아름다운 길이다. 양쪽 가로수에는 화사하게 핀 벗꽃이 하늘을 덮어 봄에 극치를 이루고 있었다. 낮고 아늑한 산 사이로 골짜기가 나 있고, 개울물이 바위틈 사이로 졸졸졸 흐르는 정겨운 풍경에 내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 
  친구가 산속에 있는 전통찻집을 보여주겠다며 데리고 다녔다. 그녀는 다도 공부를 하여 차茶에 대한 상식이 풍부했다. 차에 대한 상식이 전혀 없는 나는 매우 흥미진진했다. 76년도 겨울에 한국을 잠시 방문했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서울 어느 전통찻집에 들어가 차를 마셨는데 무슨 차인지 이름도 모르지만 그 향내가 나를 매혹시켰다. 그 차에서 우러나왔던 향내가 미국에 돌아와서도 잊을 수가 없어 한국에 가면 꼭 들리고 싶었던 전통찻집이었다.
  친구는 산등선 위로 한참 운전을 하여 언덕 위에 있는 아담한 한옥으로 들어갔다. 가정집인데 전통차를 만들어서 파는 곳이다. 집에 들어서니 차 향내가 은은하게 퍼졌다. 한국 고전에 나오는 그림에 집으로 꾸며 놓았다. 방안에는 많은 분재들이 창가를 가득 채우고 있어 포근한 온실에 앉아있는 기분이었다. 운치 있는 통나무 테이블에 앉아 옛 차인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차를 대했다. 친구는 몇 가지 차를 주문하고, 차를 마시는 예법부터 차의 종류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 주었다. 은은한 차향과 차 맛을 음미하며 차에 대한 상식을 조금 배웠다. 처음에 우려낸 차는 마시지 않고 찻잔과 여러 다기를 데우는 용도로 사용한다며, 차를 다루는 솜씨가 고수였다.  내가 아는 것은 녹차 하고 쌍화차 뿐, 싸늘한 날씨에 적합한 쌍화차를 주문했다. 컵이 아닌 찻 사발에다 듬뿍 담아주어 양이 많았지만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다 마셨다. 차를 마시기 위해 만들어진 아름다움을 가미한 차도구들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기자기한 예술작품이었다. 어른들 소꿉장난 하는 그릇이었다.
  인사동에 일광정사 주인은 ‘차는 문화이다. 먹어서 없어지고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차를 오래 마시면 사람이 익어간다’ 고 생각하고 차를 생활화 하면 스스로 몸과 마음이 정제되어 다도의 길로 접어든다는 것이다. 차 문화 발전을 위해 한국다도 대학원도 있다. 술과 커피의 최대 수용국인 한국에서 차 문화 보급과 발전을 위해서 전국 각지에서 차 문화 축제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차를 마심으로 좋은 점이 무엇인지 궁금하여 찾아보았다. 차를 마심으로 얻는 이점은 치매예방, 충치예방, 정신안정, 암 발생 억제, 혈압상승 억제, 당뇨병에 대한 효과, 식중독 예방, 감기 예방, 콜레스테롤 저하, 다이어트 효과, 노화 억제, 알코올과 담배 해독, 중금속 제거 등 다양한 효과를 가질 수 있다한다.
  즉 커피와 술를 대신해서 차를 마시면 몸과 정신에 좋아진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녹차는 활성산소를 제거함으로써 동맥경화의 유발 원인을 예방하는 최적의 음식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니 가장 흔한 녹차를 자주 마셔야겠다. 녹차 마시는 방법도 다양했다.  조선시대 한재(寒齋) 이목(李穆: 1471-1498)은 ‘다부(茶賦)‘에서 다음과 같이 차의 5공(五功)과 6덕(六德)에 대해 말하였다.五功: 사람으로 하여금 첫째, 갈증을 없애 준다. 둘째, 울분을 풀어 준다. 셋째, 화합하게 한다. 넷째, 기생충을 없애 준다. 다섯째, 술을 깨게 한다. 六德: 사람으로 하여금 첫째, 오래 살게 한다. 둘째, 병을 낫게 한다. 셋째,  기운이 나게 한다. 넷째,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다섯째, 신선과 같게 한다. 여섯째, 예의롭게 한다.  
  차를 마시면 가정이 건강해지고, 다도를 행하면 사회가 밝아진다는 표어아래, 차를 기반으로 하는 차와 다기 박람회와 문화행사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었다. 차 액스포 박람회에 가서 가장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차茶보다도 다기茶器였다. 밖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둥근 선으로 곱게 다듬어진 아름다운 다기들이였다. 한국 사람의 솜씨와 재주가 뛰어남에 다시 감탄했다. 나도 여유있게 차를 마시며 낭만을 즐겨 볼까 하고 다기 한 세트를 사고 싶었다. 값이 상상 외로 만만치 않아 다음으로 미루고 눈욕만 잘 하고 돌아왔다. 한국에 차 문화가 수백 년 동안 전승되면서 예술과 철학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산속에 전통 찻집은 조용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벗 삼아 멋을 아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휴식처이다. 현대식 한복을 입고 편안한 자세로 차를 대접하는 여주인이 아름답고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옛 선비들이 여유 있는 담소를 나누며 차를 마시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조상들은 멋을 아는 분들이었다. 고마운 친구의 안내로 차에 대한 상식과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친구가 고마웠다. 차에서 우러나오는 향내처럼 사람에 마음의 향내가 은은하게 퍼지는 삶이 그리워진다.


 

 


 

첨부

웹담당관리자

2018.06.17 16:16:27
*.175.39.194


                                                                        기다림


                                                                                                                                             김평화

 

    서늘한 아침 공기가 동산으로 발을 재촉한다. 시원한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겨 보는 나 만에 귀한 시간이다. 바다로부터 밀려오는 물안개가 도시를 도배하고 촉촉한 물기가 내 몸을 감싸 움츠리게 한다. 며칠 동안 뜨거운 햇살 아래 몸살을 앓던 나무들이 화상으로 누렇게 변한 모습이 안타깝다. 말 못하는 잎들이 뜨거워 타들어 갈 때 얼마나 괴로웠을까! 타는 목을 축이려는 나무들은 비가 내림을 몹시도 기다리겠지. 뒤뜰에 화초들은 물을 넉넉히 주어 잘 자라주고 있다. 비가 오면 그치기를 기다리고 비가 오지 않으면 오기를 기다린다. 가뭄에 단비를 기다리는 농부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헤아려 보았다.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비를 기다리는 나무들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KakaoTalk_20180617_153054217 ok.jpg


   앞으로 키모주사를 세 번만 맞으면 끝난다. 나는 그동안 열일곱 번의 주사를 긴 시간에 걸쳐 맞았다. 일 년이 넘게 키모치료를 받는 시간은 길고도 무료했다. 하지만 나 만에 조용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그동안 마음에 동요나 두려움 없이 치료를 잘 감당할 수 있었던 자신에게 고마웠다. 백조가 거니는 잔잔한 호수 곁에 앉아 그림 그리는 모습을 상상하며 그림에 몰두해 이십여 점의 그림을 그렸다.

    인생은 기다림인 것 같다. 한 생명이 잉태되어 세상에 나올 때까지 기쁨과 긴장 속에서 기다린다. 방글방글 귀염둥이 모습을 바라보며 잘 성장하기를 기다린다. 시험공부에 시달리며 좋은 학교 가기를 바라고, 고등학교 졸업을 무척이나 기다렸던 학생 시절이 생각난다. 군대 간 아들을 기다리는 부모님의 사랑. 직장에 인터뷰하고 초조히 기다리는 청년들, 다들 기다림 속에서 소망을 찾는다. 요즈음 IT가 발전하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옆에 있는 것처럼 보고 얘기를 할 수 있지만, 전에는 사랑하는 연인이나 친구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던 시절도 있었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서 나올 날을 기다리는 사람의 가슴은 얼마나 처절한가. 삶이 점점 어려워지는 세상에서보다 더 좋은 삶을 위해 힘에 겹도록 인생전선에서 싸우고 있다. 기다림 이란 인내에 과정이다. 기다림이 없는 삶이 무의미할 정도로, 꿈이 현실화되기를 갈망하며, 행복을 추구하며 열심히 전진하는 삶에 연속이다.


 

KakaoTalk_20180617_152119544 ok.jpg


   우리나라 진돗개와 같은 북방 스피츠견의 일종인 대형견 아키타는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뛰어나서 한 번 주인은 영원한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일본인들은 아키타견(秋田犬, Akita Inu)하면 충직과 의리의 대명사로 여긴다. 아키타견에 대한 일본인들의 인식도 한 주인만 섬기려는 아키타의 성향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한다. 언제부터 일본인들의 아키타견하면 충견의 대명사로 여겼을까? 지금으로부터 약 90여 년 전 돌아오지 않는 주인을 한없는 기다리다가 가엽게 숨진 하치(, Hachi)의 영향이 클 것이다.

    하치를 주제로 미국에서 영화를 만들었다. 주인이 매일 내리던 버스 정거장에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주인을 기다리는 하치, 주인이 사고로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것도 모르고 계속 같은 장소에 가서 주인을 기다린다. 주인의 가족들이 안타까워 그들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 하치는 그 집을 나와, 달리고 달려서 주인이 내리던 버스 정거장으로 다시 돌아가 주인이 오기를 밤이 깊도록 또 기다린다.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는 하치 모습에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해진다.

    하치가 주인을 그리워하며 기다리듯이 나도 목메어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나를 키워 주고 사랑해 주신 할머니를 나는, 하치처럼 그리워하며 기다린다. 생각만 해도 눈앞이 흐려지고 가슴이 메어온다. 미국에 가면 꽃 방석에 앉혀 드리겠다던 약속은 지키지도 못하고, 외로이 살다 가신 그의 곁으로 가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KakaoTalk_20180617_152120834 ok.jpg


    마른 나무에서 싹이 돋아나듯 항암치료로 상한 세포들이 재생되어 정상으로 돌아오길 바라며 기다리고 있다. 나약해지지 않고 두려움 없이 주어진 순간순간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고 정상적인 생활이 속히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황혼 길에 흰 머리카락 휘날리며 귀천할 날을 기다리는 노년이 되어, 오래 살았다는 말이 입속에서 절로 나온다.

   그래도 기다림 속에 한 줄기의 빛을 바라보며 쉬지 않고 걷는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에 수위를 높여가며, 그곳에 도달하기를 기다리며 사는 존재라 싶다.


첨부: 위 세 그림은 김평화 수필가의 작품


첨부
List of Articles
제목 작가

신광수 수필가

복권 이야기 신광수 복권 이야기만 나오면 왜 그렇게 미소가 지어지고 가슴이 두근두근해지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설레는 것만은 사실이다. 온통 신문과 뉴스에서 몇 주째 1등이 나오지 않는다고 몇백억이라고 전혀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0의 숫자가 길게 나온다. 관심 없는 사람이라도 그 숫자를 보면 “오메, 이게 진짜 일확천금이네”. 머릿속이 쭈뼛쭈뼛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냥 스치는 생각이지만 자꾸만 Who knows?를 되새기며 사람 일을 누가 알아, 나에게도 혹시…. 돈벼락을 맞을지 아니면 ...

별이 빛나는 밤

작가 홍 성 표 수필가 

별이 빛나는 밤 홍 성 표 벽장에 꽂혀 있는 오래된 책을 뒤적거리다 우연히 고흐(Vincent Willem van Grogh 1853~1890)의 유화 ‘별이 빛나는 밤’ 작품을 보게 되었다. 그냥 지나칠 뻔하다가 별이라는 제목에 내 눈을 멈추게 했다. “별? 작품명이 별로 시작한다……” 문뜩 나의 이름과 비교해 본다. 나의 이름은 홍성표(洪星杓)다. 한자로 풀이하면 ‘넓고 큰 하늘의 별 자루’란 뜻이다. 이런 이유가 겹쳐 다시 한 번 작품을 유심히 드려다 보았다. 유별나게 크게 그려진 노란빛 그믐달과 ...

감자꽃 길 따라 [1]

작가 김혜자 수필가 

감자꽃 길 따라 나의 첫 수필집이 출판되었다. 큰일 했다는 충만함에 가슴이 뛴다. 더욱이 출판에 온 정열을 쏟아 주신 스승의 배려로 조국 산천 여행길에 올랐다.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黃砂)를 걱정했지만, 며칠 전에 내린 비가 말끔히 씻어줬다. 에메랄드빛 바다처럼 하늘은 맑은 공기로 가득하다. 산자락을 타고 흘려 내려온 아카시아 꽃향기가 내 후각을 흔들고 지나간다. 향기를 붙잡아 손으로 어루만져 보고 싶지만 갈 길이 멀다. 뜨겁게 달구던 시심(詩心)을 외면하고 구름이 흘러가듯 나도 떠난다. 중부 내륙 고속도로를 달린...

하얀 파도꽃(넌픽션 당선작) [2]

작가 홍용희 

하얀 파도꽃 홍용희 -나의 항구 기온이 화씨 100도를 넘던 날 오후, LA에서 가까운 헌팅턴 비치(Huntington Beach)에 갔다. 끝없이 펼쳐진 고운 모래 위에 샛노란 햇살이 비치고 파도는 포말이 채 지기도 전 또 다른 하얀 파도꽃을 피우고 있다. 수평선에 걸린 해의 뒷모습은 내 모국의 석양을 방불케 하다가 주홍빛으로 하늘을 가득 물들인다. 태양의 뒷모습은 검붉은 울음을 토하게 했던 내 지난날을 불러왔다. 미국에 사는 여고 동창인 단짝 친구, 남자 이름을 가진 강석태. 지금은 수잔 리, 결혼 후 남편 성을 따라 이씨가 된 친구다....

처용가 뒤집어 보기

작가 명계웅 평론가 

처용가 뒤집어 보기 명계웅 예전 국어고문시간에 우리가 배웠던 삼국유사에 전해진 신라 향가 ‘처용가’는, 동해 용왕의 아들인 처용이 A.D 879년경 신라 헌강왕의 눈에 들어 급간이라는 벼슬과 미모의 아내도 얻어 정사도 돌보며, 동경 밝은 달밤에 밤드리 노딜다가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들어가 보니 “가라리 네히어라. 둘은 내해엇고 둘은 뉘해인고? 본대 내해다마는 앗아날(빼았겼으니) 어찌하릿고!” 그러면서 처용은 불륜현장을 덮치지를 아니하고, 그냥 밖으로 나와 달밤에 노래를 부르며 춤을 췄다고 전해...

주평 선생님과 만남 그리고 이별 [2]

작가 남중대 수필가 

주평 선생님과 만남 그리고 이별 남중대 “중대야. 내가 90살까지는 활동할 수 있겠제?” 선생님은 나와 책상머리에 앉을 때마다 나에게 묻고 확인하는 말이었다. 자신의 건강에 대한 불안함이었을까? 아니면 멈출 줄 모르는 연극과 문학에 대한 열정 때문이었을까? 1990년, 내가 이곳 산호세에 새로운 삶의 둥지를 틀기 위해 이민보따리를 풀면서, 주평 선생님과 숙명적인 만남은 시작되었다. 한국아동극의 개척자로, 수많은 아동극본을 발표하고 그 극본으로 한국 최초로 아역배우를 연극무대로, 영화스크린으로 배출해낸 아...

나의 수의 [1]

작가 허정자 수필가 

나의 수의 허 정 자 오늘 모처럼 집에 쉬면서 이매방류의 살풀이춤을 아이패드로 보다가 생각난 것이 있다. 몇 년 전 신문 살풀이춤 강습이 다섯 번에 걸쳐 있다는 기사를 읽고 꼭 가서 배워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일주일에 한 번 강습이 있었는데 첫 번째 강습을 못하게 되었다. 마침 그날 무슨 행사가 있어 참석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때 마침 단체장을 맡고 있던 때라 빠질 수가 없었다. 나는 중고등학교 때에 발레를 했으나 언젠가 살풀이춤을 보고 완전히 그 춤에 빠진 적이 있다. 그러나 고전무용은 한 번도 배워 본 적이 없다. 그...

하얀 배 [1]

작가 이언호 희곡작가 

하얀 배 이언호 미주에서 우리말 방송과 우리말 신문이 얼마나 더 발전할 것인가? 어느 날 친구와 <미국 속의 한국말 언론에 관한 노파심에 대해서> 이런 문제를 가지고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 친구는 이 미국 땅에서의 한국말 언론은 1,5세가 기성이 될 때쯤 해서는 그 존재 여부도 불투명해질 것이라고 했다. 말하자면 그 친구는 미주에서의 한국 언론의 발전에 관해 아주 부정적인 생각을 말했고 나는 긍정적인 생각을 말했다. 그 친구는 한국어 신문을 생업으로 삼고 있으니 그 흐름의 예즉같은 것이 있겠지만, .다시 말하면 그 ...

치마폭의 찐빵 [1]

작가 박영옥 수필가 

치마폭의 찐빵 박 영 옥 찐빵은 나에게 참 정겨운 빵이다. 언제 어디서 먹어도 맛있고 또 먹고 싶어진다. 세월 따라 많은 것은 변하고 또 변하고 싶어 안달인데 찐빵은 한결같다. 고작, 속에 넣는 앙꼬나 달라졌지 모양도 크기도 별달라진 것이 없다. 세상 어디에 우리네 찐빵만큼 사랑받는 빵이 있을까.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누구에게라도 어울리는 참 소박한 빵이다. 한겨울, 갓 쪄낸 찐빵을 호호 불면서 옹골차게 든 앙꼬와 빵 겉 부분을 적당히 한 입 베어 잘 섞어 먹는 맛은 우리만 아는 비법일 게다. 빵을 다 먹을 때까지 ...

제자의 고백 -2014년 《한미문단》수필 가작- [2]

작가 이복자 수필가 

제자의 고백(告白) 이 복 자 그 시절은 6·25사변 직후라 모두 가난하고 어려운 시기였다. 나는 고향에 있는 모교인 초등학교로 발령받았다. 처음 시작하는 직장생활이라 설렘과 두려웠던 때가 까마득한데 추억은 생생하게 그대로 남아있다. 건물은 폭격으로 반 이상이 폐허 되고 넓은 강당과 교실 10여 개가 남아 있을 뿐이었다.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강당을 여섯 교실로 나누었다. 그중 한구석에서 학생들은 송판에 네 다리를 세운 조그만 책상을 각자 가져왔다. 찬 마룻바닥에 앉아 오들오들 떨면서 매서운 추운 날씨였지만 ...

맥다방의 랩소디 [1]

작가 지상문 수필가 

맥 다 방 의 랩 소 디 (Mc. Donald’s Rhapsody) 지 상 문 길가 창 옆으로 자리를 잡아 창 밖을 내다본다. 차들이 달려오고 달려간다. 사람의 물결이 파도처럼 기세 좋게 밀고 와서 철석 한 번 때리고 부서진다. 부서진 흔적은 밀려 내려 다음 파도에 휩싸인다. 오후 한 시가 넘으면 맥 다방은 그리 붐비지 않는다. 옷깃 스치는 소리와 함께 흰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옆자리에 앉는 사람이 있다. 영감이 된 지 꽤 오래된 자다. 그렇게 불러도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나이다. 남보다 10년은 먼저 와서 가발장사로 한 몫 잡고 전자제...

텃밭 [1]

작가 강정애 수필가 

텃밭 강 정 애 오늘 정원사에게 뒷마당의 텃밭을 일궈달라고 부탁했다. 올해는 아무리 바빠도 텃밭 농사를 하려고 생각했다. 7년 전에 캘리포니아에 이사와 첫 3년간 열심히 텃밭에 여러 가지 채소를 길러 먹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던 기억이 난다. 시골 마을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비슷한 심정일 것이다. 항상 그 시절이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어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고 함께 뜀박질하던 친구들의 풋풋한 향수가 달려오는 듯 한때가 자주 있다. 그중에서 지금도 잊지 못하는 기억은 친정집 뒷마당의 텃밭이다....

독서의 묘미 [1]

작가 신성철 수필가 

독서의 묘미 瑞奉 신성철 93세 노인이다. 어릴 때부터 책이 좋아 가까이에 두고 평생을 읽고 있다. 사람마다 읽는 방향이 다르다. 그래서 지금 쓰는 묘미는 내 묘미다. 늙은이의 넋두리다. 일본사람들이 36년 동안 우리나라 역사책은 전국을 뒤져서 다 태워버렸다. 우리 역사를 자기들 맘대로 새로 썼다. 이 역사책이 제국사관 역사책이다. 상고사에서 단군시대가 신화라고 송두리째 지워 버렸다. 그러나 광복이 되고 1983년부터 윤내현 교수가 피나는 노력으로 참된 우리나라 상고사를 찾아내었다. 교과서까지 수정하게 하였다. 중국의 &...

8부 능선을 따라가라 [1]

작가 이주혁 

8부 능선을 따라가라 이 주 혁 비가 갠 저녁, 앞산의 등고선이 파란 겨울 하늘을 배경으로 뚜렷하다. 학군단 유격 훈련으로 야간 산행을 할 때 “적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산등성을 따르지 말고 8부 능선을 따라가라!”라는 교관의 명령이 생각난다. 어쩌면, 지난날의 나의 삶은 남보다 드러나기 위하여 산등성을 타려고 애써온 것 같다. 1984년, 이민 온 약사들이 미국에서 약학대학을 졸업하지 않고도 평가시험을 거처 약사 면허 시험을 볼 수 있는 제도가 시작되었다. 가주 한인 약사회를 중심으로 미국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

오쏘

작가 정덕수 수필가 

오쏘(곰) 정덕수 해 저무는 저녁, 나의 충견 퍼픈과 함께 눈 덮힌 호숫가를 걷고 있었다. 신바람이 난 퍼픈은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대지에 침입자가 된 듯 이리 뛰고 저리 구르며 깨끗한 눈밭을 마구 뭉개고 다닌다. 멀리 앞질러가던 갑자기 동작을 멈춘 퍼픈이 전방을 노려보며 다급하게 짖어대고 있다. 그걸 본 나는 눈 위를 버벅대며 퍼픈의 발자국 따라 그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도착하니 까만색의 짐승 새끼가 눈 속에 반쯤 묻혀 있었다. 이놈은 퍼픈과 나를 번갈아 보며 입이 찢어지라 괴성을 질러댔고, 파란 눈은 공포에 질려 ...

파푸아 뉴기니어 생활 [1]

작가 배원주 수필가 

파푸아 뉴기니어 생활 배원주 오늘 DVD를 빌려 영화 ‘아바타‘를 봤다. 이미 본 작품이지만 구상과 화려한 화면 그리고 생생함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30여 년 전, 열대지방에서 근무할 때 생각이 많이 났다. 원시 부족과 문명인이 자원쟁취 문제로 싸우는 3D입체 애니메이션 영화다. 나는 사우디아라비아 건설현장 근무하고 돌아온 지 2년 만에 1980년대 중반, 파푸아 뉴기니어(Papua-neuguinea) 현장에서 2년 동안 파견근무를 했다. 이 나라는 인도네시아와 호주 사이, 위도상 적도 바로 밑 남반구에 있다. 호주로부터 독...

루비와 샌디 [2]

작가 김평화 수필가 

루비와 샌디 김 평 화 한국에 온 지 6개월, 우리 부부는 손녀의 돌잔치를 위해 남편까지 이곳에 와있다가 다시 하와이로 돌아갈 계획을 세웠다. 내가 쓰던 방에 널려있는 소지품과 물건들을 가방에 넣으며 집으로 향하는 마음이 시원섭섭했다. 그동안 예쁜 손녀를 출산한 딸을 잠시 도와주기 위해 와 있었다. 루비와 샌디는 눈을 크게 뜨고 꼬리를 흔들면서 내 주위를 돌고 있는 있다. 뭔지 모르지만, 이상한 느낌을 받았나 싶다. 처음에는 루비와 샌디는 함께 하와이로 같이 가기로 하고 수속을 다 받아 놓은 터였다. 딸은 사위가 일 가...

내가 겪은 현대의학

작가 안상선 수필가 

내가 겪은 현대의학 안 상 선 눈부신 현대의학의 발전은 인간의 수명이 100세를 넘나들며 사람들은 건강에 관해 많은 관심을 둔다. 유전공학의 발달로 염색체 변형을 이용한 선천성 질환의 근본적인 치료와 예방이 코앞에 다가와 있다. 인간복제의 가능성은 의학의 도덕성과 윤리관에 대한 열띤 토론이 한창이다.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수많은 환자의 초조하고 마음 졸이는 나날들이 있는가 하면, 불법으로 사람의 장기를 채취하여 이를 매매한다는 외국기사를 접할 때마다 등골이 오싹해지며 마음이 착잡해진다. 내가 평생 몸담아왔던 신...

협곡에서 본 미소 [1]

작가 이숙이 

협곡에서 본 미소 이숙이 돌산이었을까? 흙으로 빚어진 바위였을까? 비와 바람과 오랜 세월이 협곡을 만들고 거대한 바위를 갈라놓아 희귀한 모양이 되어 있다. 구불구불 갈라진 틈새로 태양 빛이 스며들 때 프리즘 작용의 신비로운 색상과 모양을 카메라에 담느라 정신이 없다. 갈라진 바위틈 안에 서 있는 사람들의 머리는 위로 향해 젖혀져 있고 카메라 들어 올린 두 팔도 위로 뻗어, 온 정신을 집중하고 심오하게 만들어진 무늿결 바위 모양에 감탄하며 카메라에 담는다. 많은 관광객이 비좁고, 조금은 어두운 곳에서 숨죽이고 한 발...

그리운 봉선화 [1]

작가 정순옥 수필가 

그리운 봉선화 蒑池 정순옥 봉선화. 왜 이리 고향의 봉선화가 보고 싶은 걸까? 내가 고향에 두고 온 것 중에서 가장 많이 생각나게 하는 꽃이다. 요즈음도 눈 감고 고향 생각을 하면 봉숭아가 터지고 눈 뜨고 숟가락을 만져도 따다닥 터지는 소리로 변한다. 손을 살짝이라도 대면 씨방을 터트리면서 반가움을 표시하는 봉선화 생각뿐이다. 어느 날부터 나는 재미동포 생활을 시작했는데 “이를 앙다물고 살아야 한다.”라는 어머니의 말씀 따라 힘든 디아스포라의 삶에서도 고향을 잊지 않고 인내하며 살아야 했다. 그 힘의 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