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다면성에 주목…'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2022-04-19 12:48
돌을 잘라내고 깎아서 사람의 얼굴을 형상화했습니다. 왜곡되고 추상적인 얼굴들에서 인간의 다면적인 본성이 드러납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 5월 11일까지 / JJ중정갤러리]
시위 현장에서 볼 수 있었던 전투경찰의 헬멧이 단단한 검은 돌로 형상화됐습니다.
두터운 사각형의 투구 윗부분이 머리 전체를 짓누르며 눈의 절반을 가리고 있고 입은 아예 없습니다.
현무암을 깎고 갈아 만든 얼굴, 한쪽은 수천 번을 연마해 맨들맨들할 정도로 말끔하지만, 반대편은 문질러 으깨진 듯한 불편한 모습입니다.
영국 화가 프란시스 베이컨의 작품에서 강조되는 폭력성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황승우/작가: 제 생각엔 너무 따뜻한 것만 보지 말자는 그런 이야기도 될 수 있습니다. 어떤 경고의 메시지도 될 수 있고….]
작가는 인간의 다면성에 주목했습니다.
머리는 하나지만 보이는 얼굴은 하나가 아닌 것입니다.
사색에 잠긴 듯한 얼굴이 양쪽으로 내보여지고 있는데, 실제로 머릿속은 텅 비어 있습니다.
수평의 레이어 층이 드러나는 돌을 재료로 쓰기도 하고, 수직으로 레이어를 깎아내기도 하며 인간의 다층성을 드러냅니다.
[황승우/작가: 우리 인간의 내면에 사실 내재된 것이 보면 다면성이 있다고 보여지고요, 전체적인 군중 속에서의 개인의 존재, 그것도 부각시키기에 괜찮은 이야기가 되겠죠.]
단단한 돌을 잘라내서 파내고 연마하며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것입니다.
형태적인 조형미보다는 추상화된 이미지로 보이는 것 이면의 보이지 않는 것, 즉 삶의 본질을 담아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