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목월 시인

조회 수 8621 추천 수 3 2015.03.30 18:15:32

박목월.jpg

 

24일 중구 예장동 '문학의 집 서울'에서 열린 박목월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신달자 시인이 목월의 시를 낭송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목월의 제자와 후배 문인, 유족 등 150명이 참석해 고인의 삶과 문학을 기렸다.

                                                                  <목월문학포럼 제공 >

탄생 100주년 기념 행사 줄이어

제자 40여명 헌정시집 출간

5월엔 용인서 문학공원 개원도

 

“크고 부드러운 손이 내게로 뻗쳐 온다. 다섯 손가락을 활짝 펴고 거득한 바다가 내게로 밀려온다. 인간의 종말이 이처럼 충만한 것임을 나는 미처 몰랐다.”

박목월(1915~1978) 유고시집에 실린 ‘크고 부드러운 손’은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시인의 대표적인 신앙시로 꼽힌다. 목월 선생을 기억하는 수많은 제자들에게 크고 부드러운 손은, 시에는 엄격하지만 사람에겐 한없이 자애로웠던 선생의 생전 모습 그 자체였다. 일제강점기 한국의 정서를 시에 담고 시인 발굴에 애썼던 문단의 어른이자 인생의 스승이었다고 후배 시인들은 목월을 추억했다.

 

24일 서울 중구 예장동 ‘문학의 집 서울’에서 열린 목월 탄생 100주년 기념 행사에서 이건청 목월문학포럼 회장은 “선생이 문예지 ‘문장’을 통해 등단한 1939년은 일제가 조선어 말살 정책을 펼치던 때”라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우리말의 감각과 한국인의 고유 정서를 여실히 담아낸 시들로 한국적 서정의 한 본령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목월의 제자인 이근배 시조 시인은 “문학을 넘어 삶으로서의 스승”으로 고인을 추억했다. 그는 “40대 초반의 목월 선생은 늘 평안하고 자상한 얼굴을 하고 계셨지만 시를 대할 때는 유독 엄격하셨다”며 “문예지를 등록하는 것도 어려웠던 유신정권 하에서 시 전문지 ‘심상’을 발행해 좋은 시인을 발굴하는 데 힘썼던 우리 문단의 큰 어른”이라고 회고했다.

목월의 추천을 받아 등단한 유안진 시인은 대학시절 선생과 마주 앉아 설렁탕을 먹었던 기억을 꺼냈다. 소금그릇도 끌어오지 못할 정도로 긴장해 맨 설렁탕을 먹던 시인에게 “그렇게 숙맥이니 시 하나는 잘 쓰겠다”던 목월 선생의 한마디가 지금까지 시 쓰기의 동력이 된다며 그리움을 표했다. 이밖에 김종길 신달자 김종해 허영자 이상호 나태주 등 시인과 제자, 유족 150여명이 모여 고인의 시를 낭독하고 고인과의 추억을 나눴다.

추모행사에 맞춰 제자들은 헌정 시집 ‘적막한 식욕’(문학세계사)을 출간했다. 고인의 추천으로 등단했거나 고인이 교편을 잡았던 한양대에서 가르침을 받았던 시인 40여명의 헌정시가 담겼다.

이날 추모식을 시작으로 올 한해 목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줄을 잇는다. 4월 25일에는 한양대 박물관에서 추모전시를 열어 고인의 유품과 시집을 전시하고, 목월 시세계를 종합적으로 탐구하는 학술 심포지움을 개최한다. 5월 30일에는 고인의 묘지가 있는 경기도 용인시 용인모란공원에서 ‘박목월 문학공원’ 개원식이 열린다. 고인의 묘원에 시비를 세우고 주변을 정원으로 조성해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10,11월에는 고인의 고향인 경주에서 목월 시를 주제로 한 작품 전시회가 열린다.

고인의 큰 아들인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도 5월 부친의 육필 노트에 담긴 시를 묶어 시집을 발간할 계획이다. 고인이 연필로 쓴 육필 초고 노트는 200여권으로, 1945년부터 20~30년 간 쓴 시 80여편이 담겨 있다. 박 교수는 “시 뒤에 숨겨진 시인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본명이 영종인 박목월 시인은 1915년 1월 6일 경북 월성군(현 경주시)에서 태어나 중학교 3학년 때 ‘어린이’ 잡지에 동시를 게재, 동요시인으로 등단했다. 1939년 정지용의 극찬을 받으며 ‘문장’지로 등단했고 이후 조지훈, 박두진과 함께 ‘청록집’을 간행, 청록파 시인으로 불렸다. 1946년부터 교직에 종사해 이화여자고등학교, 서울대 음대, 서라벌예대, 한양대 등에서 후학을 양성했다. 펴낸 시집으로는 ‘산도화’ ‘난?기타’ ‘청담’ ‘무순’ ‘크고 부드러운 손’이 있으며 동시집 ‘박영종 동시집’ ‘초록별’ ‘산새알 물새알’이 있다.

지금까지 목월의 출생 연도는 1916년으로 알려져 왔으나 기념사업회에서 출생 기록을 다시 살피고 유족들과 협의한 끝에 1915년으로 확정하게 됐다. 이날 행사는 목월의 기일인 3월 24일에 맞춰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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