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용의 거목 '이매방' 명인 별세

조회 수 6008 추천 수 1 2015.08.07 09:22:52

'한국무용의 거목'으로 불리던 우봉 이매방 명인이 노환으로 7일 오전 9시경 88세를 일기로 서울 삼성서울병원에서 별세했다.

‘우봉(宇峰)’이라는 아호가 말해주듯 이매방은 최고의 명무자로 손꼽혔다. 또, 우봉을 따르는 제자가 많았다. 전통춤 무용가의 70%가 우봉의 제자라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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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용계에서 주변적 장르에 머물던 전통춤은 90년대 이후 한국춤 발레 현대춤 등의 삼분법적 구도 속에 하나의 독립된 장르로서 안착했다. 전통춤의 위상 확립은 고인이 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인정된 시기와 중첩된다.

이매방은 1987년 중요무형문화재 승무 기능보유자로 낙점되었고, 1990년에 제97호 살풀이춤 보유자로 지정됐다. 고인의 본명은 규태(奎泰)였다. 중국의 유명 경극 배우 매란방(梅蘭芳)의 성(姓)인 매(梅) 字와 이름 방(芳) 字를 따서 지은 예명을 본명처럼 사용하다가 1986년 법적으로 개명했다.

이매방은 음력 1925년 3월 7일(호적상 1927년 5월 5일) 전라남도 목포시 양동 27번지(호적상 목포시 대성동 186번지)에서 본관을 전주로 한 부친 이경식(李敬植)과 모친 조(曺)병림 사이에서 태어났다.

고인은 어려서부터 계집아이처럼 누님의 치마저고리를 입고 옷고름을 매만지며 경대 앞에서 춤추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7세가 되던 해 목포 권번(卷番)의 권번장으로 있던 함국향(咸菊香)씨가 춤추기를 좋아하는 그를 보고 춤학습을 권유하였다. 당시 이매방의 할아버지 이대조(李大祚) 명인은 목포 권번에서 승무와 북놀이, 검무 그리고 고법(鼓法)을 가르쳤던 춤 선생이었다.

아버지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어린 이매방은 함국향의 권유로 목포 권번에서 춤을 배우게 됐다. 이렇게 시작된 이매방의 춤과 북놀이 학습은 8년 동안 이어졌다. 여자들에게만 허락되었던 권번 입학에서 유일하게 남자 학습생이 들어가자 주의 선배들과 동기들이 귀염과 사랑을 듬뿍 주었다고 한다. 이 후, 우봉은 당대에 명성을 날렸던 박영구(朴永九)선생과 이창조(李昌祚)선생에게 학습하기 위해 주말마다 광주 권번을 찾아다녔다.

우봉이 15살 되던 해, 당대의 명인 임방울(林芳蔚)씨가 목포 역전에 가설무대를 꾸며놓고 밤낮으로 춤과 소리공연을 주도했다. 임방울은 함국향을 통해 승무를 출 사람을 수소문했고, 함국향은 이매방을 임방울에게 소개했다. 이것이 계기가 돼 이매방은 임방울이 이끄는 예술단체의 공연에 참여하게 됐다. 그 후 이매방은 지금까지 오직 외길 춤 인생을 살아왔다.

불교적인 색채가 강한 승무는 한국무용 특유의 '정중동(靜中動)'의 정서가 잘 표현된 무용으로 평가됐다. 고인은 품위를 놓지 않으면서 격렬한 동작은 이를 예술로 승화시켰다고 평가를 받았다.

살풀이춤은 액(厄)을 푼다(제거한다)는 뜻을 가진 민속무용이다. '이매방 류'의 살풀이는 '혼이 담겨있는 춤'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고인은 한국무용을 80년대부터 세계에 알린 주인공이기도 하다. '우봉 이매방춤보존회'를 통해 미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 한국 춤을 전파했다. 1998년 프랑스 아비뇽페스티벌에서 초청 공연했으며 그 해 프랑스 예술문화훈장을 받았다.

호남 춤의 족보 있는 계보의 예맥을 전수한 정통파인 우봉은 이매방류 춤이 원형을 간직하길 바랐다. 그는 생전에 “요즘 사람들이 나한테 배운 춤에 딴 가락을 넣으려는 이가 한둘이 아니야. 나한테 배웠다고만 하지 춤가락은 내 것이 아니고 전부 창작이야. 모르는 사람들은 이매방 춤이라고 하지만 내가 보면 그게 아니다”고 허탈해했다.

우봉은 새것을 만들어 내고 외국 것을 받아들이는 것도 좋지만, 한국 춤의 발전을 위해 원형과 기본을 보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한국춤은 정중동(靜中動)과 동중정(動中靜)이 있어야 해. 신체로 따진다면 배꼽 아래가 정(靜)으로 암컷이고, 배꼽 위가 동(動)에 수컷. 고요함 속에 움직임이 있어야 하고 움직임 속에서 고요함이 있어야 해. 그런데 요즘 춤은 동만 있고 정이 없어. 명랑하고 박력은 있다지만 요염하지도 찡하지도 않아. 우리 춤은 다 곡선인데 예전 같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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