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양성원이 그의 파리고등음악원 친구들과 함께 <베토벤 피아노 삼중주 전곡> 앨범을 낸 데 이어, 오는 8, 9일 같은 곡들로 서 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연주회를 연다.
300살 넘은 애인과 ‘밀당’을 한다. 애인은 까칠하고 변덕이 심하다. 애인은 ‘그가 하는 만큼’만 보답한다. “더 연구를 하고 더 연습을 해서 만나면 ‘좋은 소리’를 내지만, 그러지 않으면 제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첼리스트 양성원(48·연세대 교수)과 1700년대 초반 제작된 첼로의 ‘밀고 당기기’는 이렇게 치열하다.
양성원과 그의 파리고등음악원 친구들로 구성된 ‘트리오 오원’이 지난 3일 <베토벤 피아노 삼중주 전곡> 앨범을 낸 데 이어, 오는 8, 9일 같은 곡들로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에서 연주회를 연다. 지난 2일 서울 연세대학교 음대에서 그를 만났다.
“베토벤이 작곡한 피아노 트리오 작품 1번 시리즈는 그가 피아니스트로서 시대를 앞서 갔고, 작품 70-1번과 70-2번은 낭만파에게 새로운 시대를 열어줬습니다. 그리고 97번(대공)에 가서는 슈만이 얘기했듯 ‘혜성처럼 다가와 트리오 장르를 누구도 능가할 수 없는 수준으로 올려놓았다’고 할 수 있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 가운데 하나인 97번을 쓴 뒤 피아노 트리오는 더 쓰지 않았습니다. 마치 교향곡 9번 이후 더 교향곡을 쓰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양성원은 베토벤의 피아노 삼중주엔 베토벤의 인생이 담겼다고 했다. “1번 시리즈가 패기 넘치는 20대 젊은 베토벤이라면, 70번대와 97번은 40~50대의 원숙한 베토벤으로, 이번 앨범과 연주를 통해 베토벤의 인생 전체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트리오 오원은 양성원과 피아노 에마뉘엘 스트로세, 바이올린 샤를리에로 이뤄졌다. ‘오원’은 불꽃같이 살다 간 천재화가 오원(吾園) 장승업(1843~1897)한테서 따왔다. 이번 ‘베토벤 피아노 삼중주 전곡’ 연주회가 열리는 세종체임버홀은 그가 상주 음악가로 있는 곳이다. “400석 규모로 실내악 하기 딱 좋아요. 내면을 느끼기에 좋은 공간이지요. 클래식음악의 선진국에선 규모가 50석까지 줄어드는 등 점점 다양화하고 있습니다. 바로 코앞에서 활이 현에 접촉되는 순간까지 포착하려는 청중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지요.”
그가 생각하는 첼로의 소리는 어떤 걸까? “한마디로 신비로운 악기인데요, 첼로는 소리가 깊으면서도 맑아야 합니다. 가장 중심이 잘 잡혔을 때 깊이와 투명성을 동시에 가지는데요, 그럴 때 쾌감을 느낍니다.”
유니버설뮤직에서 데카 레이블로 발매한 이번 앨범은 시디 4장, 디브이디 2장으로 구성됐다. 한국 연주자 첫 베토벤 피아노 삼중주 전곡 연주 녹음 앨범이다. 양성원에게 콘서트홀에서 듣는 것과 음반으로 듣는 것의 차이를 설명해달라고 했다. “공연장에서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피부로 느끼는 것이죠. 바로 살갗에서 ‘바이브레이션’을 느끼는 것입니다. 음반으로 듣는 것은 하나의 이상적인 소리를 추구하는 것으로, 청각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운 상태를 얻으려 하는 겁니다. 하지만 음반에도 디브이디가 붙잖아요? 우리가 어떤 공연장에 다니는지, 무대 뒤에서 어떻게 손을 푸는지, 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다 담겨요. 그래서 시디를 구입했을 때는 ‘아, 저곳에서 저렇게 녹음했구나’, ‘마이크가 누구 사이에 있구나!’ 이런 게 다 보이죠. 음원을 들으면서, 디브이디를 통해 녹음되는 과정을 눈으로 볼 때, 음원이 훨씬 더 가까워지는 거죠.”
양성원은 오는 12월 1~2일 이탈리아 출신 피아니스트 엔리코 파체와 함께 베토벤 피아노와 첼로 소나타와 변주곡 전곡도 연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