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된 화석으로 복원한 호모 나레디
남아공 동굴서 발굴…영장류-인류 연결하는 '잃어버린 고리' 될까
원시 영장류와 현대 인류 특성 혼재돼 과학계 비상한 관심
'인류의 요람'으로 불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동굴에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고대 인류의 화석이 발견됐다.
이 고대 인류는 최고(最古) 300만 년 전 살았을 것으로 추정돼 진화의 역사를 새로 쓰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10일(현지시간) AP통신과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요하네스버그에서 북서쪽으로 50㎞ 떨어진 '인류 화석 지구'(Fossil Hominid Sites) 인근의 깊은 동굴에서 발견된 화석이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인류라고 밝혔다.
발굴을 이끈 비트바테르스란트대학의 리 버거 교수는 "우리는 사람 속(genus Homo)에 속하는 새로운 종을 발견했다"며 "매우 주목할 만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인류가 살았던 정확한 연대는 아직 알 수 없다면서도 "현재까지의 추측이 맞다면 형태나 외형을 봤을 때 최소 250만∼300만 년 전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는 '루시'로 알려진 인류의 조상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가 살았던 290만∼380만 년 전과 비슷하다.
새로 발견된 인류는 화석이 발견된 동굴의 이름인 '떠오르는 별'에서 따 '호모 나레디'로 명명했다. 나레디란 남아공 세소토어로 '별'을 뜻한다.
버거 교수는 호모 나레디가 원시의 직립 영장류와 인류 사이를 연결해 주는 "잃어버린 고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호모 나레디는 침팬지보다 조금 더 큰 고릴라 사이즈의 작은 뇌를 갖고 있다. 남자의 키는 150㎝, 여자는 그보다 약간 작았으며 어깨와 골반은 원시 영장류와 비슷한 크기다.
그러나 이마 등 두개골의 형태, 상대적으로 작은 치아와 긴 다리, 손과 발의 모양 등은 현대 인류와 상당히 유사하다고 연구진은 판단했다.
발굴팀 소속인 고인류학자 존 호크는 호모 나레디애 대해 인간의 특성과 더 원시적인 영장류의 특징이 섞여 있다며 이런 조합은 지금까지 보고된 바 없는 조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류 진화의 역사가 우리가 상상해왔던 것과는 다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고 말했다.
호모 나레디가 현대 인류의 조상일 가능성에 대해선 연구진은 물론 발굴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전문가들도 '직접적인 조상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고 버거 교수는 전했다.
지난 2013년 9월 발견된 이 동굴에서 지금까지 발굴된 화석들은 총 1천500 조각으로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최소 15명의 시신으로 추정된다.
이는 현재까지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인류 화석 중 최대 규모로 동굴에는 아직도 수천 조각의 뼈가 남아있다.
화석에서 다른 종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발톱이나 이빨 자국도 없는 것으로 미뤄 "관습에 따라 시신을 의도적으로 놓아둔 것으로 보인다"고 버거 교수는 설명했다.
이를 근거로 호모 나레디는 죽은 자를 땅에 묻는 장례와 같은 의식을 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화석 인류 지구'는 스터크폰타인과 스와르트크란스 등 세계 인류 화석의 50% 이상이 발견된 동굴들이 밀집해 있어 '인류의 요람'으로 불리며,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도 등록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