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술관, 16일 이중섭 100주년 기념 특별전 '이중섭은 죽었다' 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중섭의 탄생부터 죽음을 논한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죽음부터 탄생을 얘기해보자는 의미로 기획됐다."
서울미술관 설립자인 안병광 유니온그룹 회장은 서울미술관이 이중섭의 죽음에 대해 주목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서울미술관은 오는 16일 이중섭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인 '이중섭은 죽었다' 전을 연다. 서울미술관을 운영하는 석파문화원은
유니온그룹 산하 문화재단이다.
-안병광 유니온그룹 회장. /사진제공=서울미술관↑
안 회장은 "'이중섭의 삶에 따뜻한 순간 못지 않게 고달픔과 서글픔이 함께 했다는 데 주목하자"라며 "이중섭은 많이 아프고,
많이 배고프고, 고통스러웠던 데다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들을 일본으로 보내기까지 했다"고 강조했다.
1916년 출생한 이중섭은 1937년 일본으로 건너가 분카학원(문화학원) 미술과에 입학했다. 일본 도쿄 유학시절 만난 일본인
여성 야마모토 마사코는 훗날 그의 부인이 됐다. 1945년 원산에서 마사코 여사와 결혼한 그는 슬하에 2남을 두었다.
일제 치하와 한국 전쟁 등 파란의 인생을 겪은 그는 마사코 여사와 두 아들을 일본에 보내며 부산 통영 등지를 전전하기도 했다.
청량리 뇌병원 무료 환자실, 서울 적십자 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다가 적십자 병원 311호에서 간장염으로 사망했다.
-이중섭의 묘지 사진. /사진=김지훈 기자
전시장 초입에는 이중섭의 묘지 사진이 붙어있다. 서울특별시 중랑구 망우동 공원묘지 '103535번'이라는 고유 번호가 붙어
있는 이 묘지는 화려한 비석이나 추모비 없이 쓸쓸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전시는 신화가 된 이중섭 삶에 끼인 '거품'을 걷어내고 '한 가정을 지키려고 했던 남자'의 본모습에 주목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이를 위해 이중섭의 죽음을 전시장 초입부터 환기시킨다.
안 회장은 "전시 제목은 이중섭을 둘러싼 위작 파동 등 아픈 사건들을 떠올리게 하는 제목이기도 하다"며 "오늘 아침 이와 같은
생각을 하며, '사람들이 이중섭을 싫어하게 만들었고 또 나락으로 빠지게 한 순간도 있었다"고 짚었다.
안 회장은 이중섭과 각별한 인연이 있다. 영업사원이던 1983년 비를 피하기 위해 몸을 옮긴 액자 가게 처마 밑 쇼윈도에서
이중섭을 만났다. 이중섭의 '황소'를 담은 인쇄물을 7000원에 산 것. 그러나 그는 훗날 진짜 이중섭 '황소'를 사들인 기업인이자
미술시장 거인으로 성장했다. 2010년 한 경매에서 '황소'를 35억6000만원에 낙찰받았다.
-이중섭의 '황소'.
2005년 이중섭 위작 파동이 닥쳤을 때 아내가 가장 아끼는 '과수원의 가족과 아이들'을 시장에 내놓아 이중섭 흥행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전시는 이중섭의 기록들을 기반으로 총 10개 구역에 걸쳐 진행된다. 이중섭이 삶의 구비구비마다 머물렀던 공간을 재현했다.
이중섭 예술세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경험의 자리를 만들어보자는 의도다. 전시장의 구역을 나눠 이중섭 삶의
흔적들을 되돌아볼 수 있는 소품들도 마련됐다. 이중섭의 대표작인 '황소'도 선보인다.
전시는 이중섭이 사용했던 화구들과 생활용품도 재현해 당시 시대상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은지화(은박지 그림)와 엽서들도
관람객을 기다린다. 이중섭이 제작했던 편지를 한글로 편집해 관람객들이 그의 내면을 보다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전시는 오는 16일부터 5월 29일까지 진행된다. 관람료는 3000~9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