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리가 짧고 굵어 슬픈 참새
-이른 새벽부터 벚꽃에 앉은 참새들이 꿀을 빨아 먹기 위해 벚꽃을 봉오리째 따고 있다.
진해벚꽃축제가 시작되면서 북상한 벚꽃이 여의도에도 활짝 피어나 축제가 열리는 등 전국이 벚꽃잔치로 떠들썩하다.
벚꽃은 필 때도 소리 없이 순식간에 피어나지만 바람이 불거나 비가 조금이라도 오면 금방 떨어져버리는 아쉬운 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벚꽃나무 아래를 걷다 보면 꽃봉오리째 떨어진 벚꽃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범인은 누구일까? 바람 때문일까, 아니면 벚꽃나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직박구리와 참새일까? 범인은 바로 참새들이다!
“꿀을 먹으려면 꽃봉오리를 따야 해요”
-이른 새벽 참새들이 벚꽃나무에서 부지런히 꿀을 먹고 있다.
비바람은 벚꽃 잎을 한 잎 한 잎 휘날리지만 참새들은 꽃봉오리째 따서 똑똑 떨어뜨린다. 도대체 왜 이런 행동을 할까? 이유는 꿀을 먹기 위해서다. 참새와 같이 벚꽃나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직박구리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큰 부리를 이용해 꿀을 빨아먹지만, 부리가 짧고 굵은 참새는 꿀을 먹으려면 꽃을 뜯어낸 후 씨방에 있는 꿀을 빨아먹을 수밖에 없다.
-직박구리 한 마리가 만개한 벚꽃 사이에서 꿀을 빨아 먹고 있다.
-이른 새벽부터 벚꽃에 앉은 참새들이 꿀을 빨아 먹기 위해 벚꽃을 봉오리째 따고 있다.
참새들은 꿀을 맛있게 먹은 후 꽃봉오리를 가차 없이 버리는데 이로 인해 참새 떼가 한번 스쳐지나간 벚꽃나무 아래에는 꽃봉오리들이 쌓이게 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벚꽃으로 유명한 일본의 효고현 다카라즈카시 벚꽃 길에는 어김없이 나타난다. 일본도 참새들이 벚나무 꽃과 가지를 마구 뜯어 먹어 한때 골머리를 앓았다고 한다.
길바닥엔 꽃봉오리들이 우수수 쌓이고...
-참새들-이 꿀을 먹고 버린 벚꽃이 땅바닥에 수북이 쌓여있다.
또한 벚꽃이 공략의 대상이 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것은 초봄에 참새들의 먹을거리가 줄었기 때문이다. 참새들은 잡식성으로 봄에 주로 곤충들이나 잡초 씨 등을 먹고 사는데 공터와 숲이 줄어들면서 먹잇감들이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즉 이때가 참새들의 ‘보릿고개’인 것이다. 벚꽃 위에 예쁘게 앉아있는 참새들의 모습은 마치 한 폭의 동양화처럼 아름답지만, 먹이가 부족해 벚꽃을 통째로 뜯어 먹을 수밖에 없는 슬픈 처지를 생각하니 더없이 가엽다.
초봄은 참새들의 ‘보릿고개’
-이른 새벽 -참새 한마리 벚꽃나무에서 부지런히 꿀을 먹고 있다.
--직박구리
-한 마리가 만개한 벚꽃 사이에서 꿀을 빨아 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