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의 문턱에 서서/은파 오애숙
참조:기상청 허진호 통보관, 조구희 주무관, 한국천문연구원 민병희 연구원, 위스키 백과
2018년 새해! 첫 번째 절기! 첫 절기! 입춘이 벌써 문턱에 왔습니다. 일 년 안에는 총 24절기가 있고 처음 시작하는 절기가 입춘입니다. LA 겨울이 봄 날씨 같아 절기에 큰 관심이 없는 곳이지요.
추운 겨울 속에 사시는 분은 입춘이 되면 뭔가 마음부터 따뜻해 지는 것 같아요. 봄이 시작 된 느낌 이라서요. 하지만 ‘아니 벌써!’라는 생각이 듭니다. 엇그제 송구영신 예배로 묵은 해 서녘에 보내고 새해 맞이하는 송구영신 예배 드렸는데 1월 끝자락에서 2월의 창이 열리고 있습니다. 기나긴 동지 섣달을 보내고 새해 속에 봄이 오는 소리가 여기 저기에서 들려 옵니다. 산 자락에서는 수선화가 황금 물결을 이루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나를 잊지 마세요”라고 기억을 상기 시키는 물망초가 꽃망울을 터트리는 2월이 다가옵니다.
2월의 창을 열어보니 4일이 입춘입니다. 입춘은 대한과 우수 사이에 있으며. 봄이 시작하는 날이라 하여 한자로 붙여진 이름을 삼척동자도 다 아는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입니다. 대개 이 때를 즈음해서 설날이 옵니다.예전에 집 앞 곳곳에 입춘을 맞이하는 글귀를 써 놓았던 기억이 아슴아슴 떠 오릅니다.조상 대대로 입춘을 기념하고 알리는 입축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문구는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으로 봄이 시작되니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기를 바란다는 의미!!
사실 봄의 시기를 따져 본다면 조금 아리송할 때가 있었답니다. 봄의 시작인 입춘을 봄으로 말해야 하나? 아니면 3월 1일을 시점으로 봄이라고 해야 할는지. 춘분? "봄은 언제부터인가" 입춘도 맞고, 3월 1일도 틀리지 않고, 춘분도 답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달력으로 계절을 가르면, 봄은 통상 3~5월이므로, 그 시작은 3월 1일 입니다. 하지만 국내 달력 정보를 총괄하는 국가출연연구소인 한국천문연구원은 봄의 시작을 똑 부러지게 정의하기는 힘들다고 말하네요.
봄은 입춘이 될 수도 있고, 음력 정월 즉 대략 3월을 봄의 시작이라고 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미국이나 적잖은 유럽국가에서는 3월 21일께 즉, 춘분을 봄의 시작으로 여깁니다. 북반구 온대 지역을 기준으로 하면 이 시기 날씨가 대체로 가장 '봄 같아지기' 때문입니다. 아시아 권에서는 입춘을 봄의 시작으로 간주하는 곳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입춘과 춘분 사이에 대략 한 달 반이라는 격차가 있다. 봄 시작 시점을 나라마다 다르게 보고 있습니다.
각 나라별로 기상청에 계절에 대한 기준을 갖고 있지요. 기상청의 계절 기준은 천문학적 관점과는 다른것은 천문이 아닌 기후가 잣대여서 그렇답니다. 기상청이 발간한 한반도 기후변화 최근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봄의 기준은 "1일 평균기온의 9일 이동 평균 값이 섭씨 5도 이상으로 올라간 뒤, 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첫 번째 날을 봄의 시작으로 친답니다." 전문가가 아니면,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하기 어렵다 싶네요.
부정확하지만 단순하게 얘기하면, 일정한 수준으로 온도(섭씨 5도)가 오른 뒤, 그 수준 이하로 9일 동안의 평균 온도가 떨어지지 않는 날을 봄의 시작으로 한다는 말이라고 합니다. 이쯤 설명을 들으면, 소상하게는 몰라도 아무튼 "봄이 시작되는 날이 있겠구나"하고 짐작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기상학적으로는 봄이 시작되는 날짜는 없다고 합니다. 기준 온도를 10년 동안의 평균치로 잡고, '이동 값'을 쓰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기상학적으로는 이론적인 봄의 시작점만 있을 뿐, 구체적으로 지나간 나날들, 예를 들면 2013년이나 2001년 봄이 시작된 날짜를 정할 수 없다는 것이죠. 그러고 보면, 세상에 봄은 최소한 네 종류 쯤 존재한다. 기상의 봄, 천문의 봄, 달력의 봄, 체감의 봄이 그 것이라 싶습니다. 이들 가운데 천문의 봄과 달력의 봄은 국제적으로 나름의 기준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천문의 봄은 24절기를 통해 이해될 수 있네요.
달력의 봄은 익히 알려진 대로 3~5월이다. 그러나 기상의 봄과 체감의 봄은 지역마다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세계기상기구(WMO)의 계절 구분 기준이 있기는 하지만요. 나라마다 기상의 봄을 잡는 기준을 달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 개개인이 느끼는 체감의 봄은 말할 것도 없다. 다만 네 개의 봄 가운데 어느 기준을 택하든, 1개 계절의 지속기간을 3개월로 잡는 것은 온대지방에서는 대체로 공통적이라고 합니다.
한자말에 ‘춘래불사춘’이 있습니다. '봄이 왔어도 봄 같지않다'는 뜻으로 사회나 정치 현상 등에 빗대 흔히 사용되는 말이지요. 춘래불사춘은 봄을 포함한 계절의 속성을 잘 꼬집는 말이기도 합니다.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계절이 실제 체감하는 날씨와 다를 수 있음을 지적하기까닭이다. 봄이든 여름이든 혹은 가을이나 겨울이든, 계절은 참으로 '애매모호'하다 싶습니다. 이는 지구상의 어느 국가도 계절을 공식적으로 혹은 법적으로 규정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랍니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서울과 부산 목포의 봄이 같을 수 없는데, 국가가 계절을 못 박는다면 득보다 실이 클 수도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엄밀히 말하면 봄은 한 해에 가장 먼저 시작되는 계절도 아닙니다. 한 예로 체감 날씨로 치면 겨울이 첫 계절일 수도 있다. 한 주의 시작을 월요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우리나라 달력에서는 일요일로 표기하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정하기 나름, 즉 어떤 잣대를 가져다 대느냐에 따라 계절의 시작은 달라질 수 있다고 합니다.
땅덩이가 작은나라 대한민국도 그러한데 거대한 땅을 소유하고있는 미국은 너무나도 동떨어집니다. 사철이 없는 지역도 많으니까요. 엘에이의 겨울은 봄날같아 항상 꽃이 피고지기를 반복하는 곳이지만 동부는 지금 눈세상입니다. 며칠전에는 폭설로 도로가 차단되어 마켙도 갈 수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하와이는 연중 기온 변화가 매우 일정하여 사철이 여름이지요. 저는 미국에서 이민 온지 20여년이 다 되어가나 제대로 눈을 손으로 만져 보지 못했습니다.
빅베어 갔을 때 12월 경에 갔는데 산에 눈이 거의 녹아 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5월 경에 맘모스레이크에 갔을 때에는 아직 눈이 녹지 않아 뇌리속에 여전히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어제는 큰 아들이 교회에서 등산을 갔는데 눈이 많이 내려 눈을 뭉쳐 눈싸움도 하고, 눈사람도 만들어 보았다며, 갔다오길 잘 했다고 입이 귀에 걸린 모습에 함께 가볼 걸 … 아쉬움이 가슴속에 파도처럼 밀려 왔던 기억입니다. LA는 영하로 내려가지 않기에 눈이 눈을 그리워 하고 있습니다.
엘에이, 겨울은 항상 봄입니다. 겨울 오면, 겨울이 오는가 보다. 봄 오면, 봄이 오나 보다. 계절에 무감각합니다. 하지만 문우 여러분께서는 항상 인생의 봄날 맞이하시어 희망참! 생명참! 가득한 글로 세상에 널리 알리시길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 건필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