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곽상희 서신-미분학 바람

조회 수 278 추천 수 1 2020.02.10 19:04:28

2월의 곽상희서신-미분학 바람

 

 

2월이다. 2월은 자기를 주장하지 않고 1월이 보낸 신호에 박자를 맞추며 발자취를 잡으려 한다. 겸손하게 온유함으로. 갖걸음을 배운 아기가 엄마의 손에 이끌리어 아장 아장 따라가는 것처럼, 그렇게 2월은 아직 신선하고 놀란 똥그란 눈으로 새롯새롯 세상을 본다. 아직도 심상의 분위기는 1월이다. 차갑고 따뜻한 겨울의 심상을 즐긴다.

오늘 같은 겨울날씨에는 인간 심리의 신비에 대한 초현실적인 시세계를 일상과 자연으로부터 간결한 그림을 그린 스웨덴 노벨문학상 시인 트란스트뢰메르가 떠오른다. 오래 전 그를 한번 만나고 싶었다. 그의 내면을 관조하는 그의 시작 스타일에 대해 신비적이고 융통성이 풍부하면서도 슬프다는 평을 들은 그는 또한 몸소 사랑을 실천한 휴머니스였다. 오늘은 그의 짧은 시편 하나를 나누고 싶다.

 

 

 

유월의 어느 날 아침, 일어나기엔 너무 이르고

다시 잠들기엔 나무 늦은 때,

밖에 나가야겠다 녹음이

기억으로 무성하다, 눈 뜨고 나를 따라오는 기억,

 

보이지 않고 완전히 배경 속으로

녹아드는, 완벽한 카멜리온,

새소리가 귀먹게 할 지경이지만,

너무나 가까이 있는 기억의 숨소리가 들린다, (‘기억이 나를 본다’)

 

시인은 타인의 고통을 알고 눈물을 알아야, 그것이 시정신이라고 말하고 쉽다. 나는 요즘 나의 시세계를 음미하고 있다. 그것은 언제 끝이 될른지 모르겠다.대학에서 나는 불란스 상징주의에 몰두하면서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인간의 한계성과 슬픈 정서에 녹아들었다. 그 배경과 정신은 지금도 여전하다. 시끄럽고 더러운 세상이 싫어 수녀가 되고 싶었던 나는 진리를 담은 최고의 시인이 되고 싶었다.

진리는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경외감이었다. 그러나 미국에 온 후, 더욱 전통적 서정에 빠져 들어갔다. 외국의 언어에 젖어 살면서 그것은 얼마나 벅찬 일인가. 오래 전 어느 평론가는 말했다. ‘곽상희 시는 동양적 자연관과 기독 휴머니즘, 그리고 이민시정신이 전통적인 서정으로 육화되었다....‘고 꼬리도 허리도 짧은 언어에서 나의 영혼의 시어들은 깊이가 있으면서 그러나 우물의 물을 들어 올리는 끝없는 맑은 물이 솟는다는 평도 받았다. 그러나 그 길은 끝이 없다. 인간으로 오신 그분의 사랑의 육화, 그것을 따르려는 궁극적 성화의 들림은 나의 중심적 주재이다. 인간의 삶의 부끄러움도 내 소제가 되었다. 한국시의 전통과 흐름의 풍을 지키려는 고집, 그러니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내가 지금 음미하고 있는<시의 느린 산책>(가제)에서 나는 많은 이야기를 나의 졸시와 주고 받았다. 어쩌면 그 시도가 너무 졸렬한지 모르겠다. 그러나 어느 날 내 제자 중 한 사람의 끝없는 찬사가 섞인 질문에 나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아아, 그래, 이젠 내가 말해야겠다. 내 사랑 나의 시에 대해...그것은 내게 온 영감이었다. 나는 대담하고 싶었다, 그것이 출발이었다. 다음은 나의 졸시 하나....

 

너 거기 있었구나, 오래 정든 집처럼,

 

3분지 1만큼 열어놓은 샛창에는

연두 빛 아기솔바람이

어제 밤 꿈속으로 스며들고

네가 말한 거룩이란 말, 몸으로 낙서처럼

그러나 투명한 꿈이 되어 방석을 깔고

들어앉아 한방 즐거운 화자가 된다

 

이런 날 세상은 아무래도 좋단다

어린 하얀 손 하나 길을 만들어가는

그 길도 위태롭지 않다고,

열지 않는 3분지2를 엇비쳐 들어오는

첫새벽 새댁 같은 겨울 햇살,

 

추운 나뭇가지들

빛의 거미줄로 낙서를 하고

나와 함께 일상이 낙서를 하고,

흐릿해서 좋은 한 번도 떠난 일 없는

네 몸의 순정이

다정한 연두 빛 물심이 되어

오늘도 또 하나의 그 날이라

순록처럼 긴 다리 훨렁 훨렁

날고 싶다고,

 

연두 빛 도는 연홍빛

오랜, 3분의 3의 은갈색 빛 선연한

수직으로 오르는

미분학 바람이 부시다고, ( '미분학바람' -곽상희)

 

 

시어는 좀 더 우리 전통집 기둥 쪽으로 기대고 싶었다. 229일은 또 우리들의 만남이다. 그날을 기쁨과 기대감으로 기다리자. 삶은 기다리며 꿈꾸는 자의 것.... 아듀, 샬롬!

 

 

 

 


오애숙

2020.02.19 21:40:33
*.243.214.12

새아침 눈부시게 윤슬로 반짝이며

연둣빛 하늬바람 결 속에 피는 새봄

연분홍 저고리입은 조국산야 가슴에

 

그리움 물결치며 오롯이 피어나서

그 옛날 그시절로 손짓해 부르는 봄

황혼녘 전통집기둥 쪽 기대는 그 시어

 

감사의 나래펼쳐 찬사로 올리는 맘

올 한 해 건강속에 문향의 향그러움

화알짝 펼쳐주옵길 두 손 모으 렵니다

 

                ===은파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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