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건의 삶 [부제-슬픈 수건]/ 청조 박은경
손님방 화장실에 예쁘게 걸려있는
색깔 고운 수건들 우리집 얼굴 마담
철따라 바꿔 걸어도
장식용에 불과해요
어머니 앞닫이 안 가득 쌓인 행사 수건
아끼느라 못 쓰고 모셔둔 채 몇십 년
이제는 원하는 이 없어
발걸레로 쓰이네요
바닷가 모래밭에 흙투성이 비치타월
긴머리 둘둘감기 제일 편한 세면타월
닳아서 얇아졌어도
제일 행복한 수건들.
202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