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노숙자/ 청조 박은경
신호등 앞에 앉아
종이 간판 목에 걸고
오가는 사람들 보며
손 내미는 흔한 풍경
떄로는 몇 푼 주고
때로는 눈쌀 찌푸리며
연민과 거부감이 교차하지만
부지중에 천사를 대접했던
믿음의 조상을 생각한다
사람일은 모르는데
어쩌면 내가
저 자리에 있게 될지도
아니야, 머리를 흔들며
지갑에서 지페를 꺼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