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예비특보
두툼하게 땋아 내린 금발의 여자
땀에 젖어
번들거리는 얼굴이 가게로 향하고 있다
선천성 장애인 듯 짧은 다리
한쪽을 높여준 5인치 통굽의 구두
금발이 다가오는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평범한 일상을 일자로 걷기만 해도
축복임을
간신히 깨닫는다
평지도 산간처럼 조심스러워하던
여자의 길은 운명처럼
오늘은 이곳에 당도한 것이리라
그녀가 사는 동안
등줄기로 흘러내렸을 서늘한 시선
고통의 위험수위를 가늠해보다가
폭우처럼 땀 줄줄 쏟고
있는
그녀 얼굴에 화들짝 놀란다
호우예비특보나 되는 것처럼
5인치 통굽으로도 맞추지 못할
평형 잃은 내 몸이 물에
잠기고 있다
-2010년 <시와 시학>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