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신혼(新婚)
차고 위 통나무 기둥 틈새에
바람 막으로 부지런히 잡풀 나르던
사전에서 찾은 새롭다는 뜻도
새들이 세 들어 사는지도
몰랐다
아늑할 것 같은 둥근 새집에는
틀림없이 신혼으로 깨가 쏟아지겠지
식탁에 앉아 클래식과 팝송을 바꿔가며
향기
그윽한 커피 마시며 소곤거리고
냉장고와 세탁기도 들여놓고
32인치 새 티브이로 부부싸움하고
42인치로 바꿔다 놓았는지도 모르는
일
살림 늘어 갈수록 집도 낡아가겠지만
하루 종일 포도밭 고랑 헤매다
해질녘이면 찬거리 물고 돌아오는
밤바람 막아주는
따뜻한 집에서
새알 같이 추워진 계절 품다보면
불현듯 봄은 알에서 잠깨어 나오고
그 때쯤이면 햇살도 넉넉하게
따뜻하리라
새끼에게 밥풀 물어주는 사랑도 알고
학교 종소리 들으며 우는 법도 배우겠지
날이 갈수록 집주인 눈치도
보겠지만
성 바꾸고 한 가족 되어 사는 일이
신혼이라고 말하듯 몸치며 나르는 새들
세상도 살만한 곳 있다고
흐뭇하리라
웃으며 내려앉는 하늘 바라보며
오래도록 신혼 생각하며 살면 좋겠다
*2011년
<미주문학>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