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러본다 -'세월호 사고'

추모시/글 조회 수 1212 추천 수 1 2014.09.26 17:25:57
불러본다




불러도 대답 없어 두 손 모아 더 크게 불러본다 부르다 끝내 목이 쉬어도 네가 돌아올 때까지 부르고 있다 끝까지 지켜주지 못한 남은 사람들의 애간장 녹이는 진도 앞바다 차디찬 물속 열리지 않는 개조된 방에 갇혀 아버지 어머니를 찾았겠지 아 네 목소리 들리는 듯 비가 소리 내며 울고있다 온천지가 울고있다 네가 누군지 눈을 뜨고 웃음이라도 한번 지어다오 눈물과 빗물이 흐르듯 미안하다는 말 대신 고맙다고 절하고 싶다 살아있는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깨닫게 해줘서 또 가슴이 메어지고 가슴에서 천불이 난다 대답해다오


네 주검 앞에 국민을 위한 정부도 열길 바다에 생명 지키는 해경도 없었다 뒷북만 치는 서툰 손길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너와 수많은 목숨 앗아가니 비통함을 삭히지 못하겠다 안전사고 예방보다 앉아서 검은 뒷거래로 서류 작성하고 받은 목숨 값, 유람 여객선이 과적한 괴물 화물선으로 정관계 뇌물로, 접대비로 쓰였을 걸 생각하니 기가 막히다 내 자식의 목숨을 값으로 흥정한 그들을 용서할 수가 없다 누구 하나 제대로 된 사람이 없고 말 못하는 쇳조각에 관복 입혀놓은 꼭두각시들이 우두커니 서있다 열 마디 백 마디 말보다 죽으며 남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의를 지켜달라고 소중하게 간직하라고 회초리 들고 피나도록 매질하고 싶다 허영과 부패로 얼룩진 어른들의 치부가 여객선 침몰로 피지도 못한 생명을 앗아가고 말았다 아직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도처에 인면수심의 얼굴이 우리의 자화상이었구나 세상이 억만금을 가져다줘도 지켜야 할 도리가 있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으며 뒤늦게 후회의 눈물 흘린다


어디에도 하소연할 곳이 없구나 너를 불러도 대답 없는 바다를 가슴으로 담으며 나부끼는 노란 리본을 하나 둘 눈으로 이어보고 끝없이 이어본다 제발 이 노란 물결이 빗속에 씻겨가지 않기를 기도한다 국화꽃 사이에 남긴 영정사진 속 해맑은 얼굴로 죽었어도 죽지 않은 불멸의 씨앗이 되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하늘처럼 푸르게 높이 날아서 부끄럽게 사는 사람들 세상을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죽어서도 살아서 남아있는 우리를 지켜보렴 내 가슴에 영원히 남아있기를 마르지 않는 눈물로 새기며 간절하게 부르고 또 불러본다



-2014년 5월 8일 <빈터>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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