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섭취 20~30% 줄이면 고혈압, 콩팥병, 심장병 등 만성질환 25% 줄여
한국인은 소금(나트륨) 중독 상태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1일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3,890㎎(소금 환산 9.72gㆍ20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이다. 2010년 4,831㎎에 비하면 4년 만에 19.5%나 줄었지만 여전히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량(2,000㎎ㆍ소금 환산 5g)의 2배 가까운 수치다. 소금 즉 나트륨을 과다 섭취하면 우리 몸은 망가진다. 고혈압을 비롯해 심ㆍ뇌혈관 질환, 만성 콩팥병, 위암, 유방암 등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싱겁게 먹기 전도사’인 김성권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는 “사람이 소금을 먹지만 소금은 사람을 먹는다”고 했다. 식생활에서 소금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을까.
소금 섭취를 20~30% 줄이면 고혈압 콩팥병 심장병 등 주요 만성질환을 25%가량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소금 섭취를 20~30% 줄이면 고혈압 콩팥병 심장병 등 주요 만성질환을 25%가량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맛보기 전 소금 뿌리면 소금 중독”
소금을 섭취하면 뇌 중추에서 도파민과 세로토닌을 분비해 쾌락을 느끼게 된다. 짠맛이 쾌락반응을 일으켜 마약처럼 중독을 유발한다. 소금 중독 여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맛을 보기도 전에 음식에 소금이나 간장을 뿌린다’, ‘싱겁게 먹으면 짠맛이 그리워진다’, ‘싱겁게 먹으면 입맛이 없고 메스껍고 기운이 없다’ 등과 같은 증상이 있으면 소금 중독일 가능성이 높다.
소금을 섭취하면 소화관에서 흡수되기도 전에 소금 섭취 정보가 전달된다. 혀에 있는 짠맛 수용체에는 나트륨을 더 잘 느끼도록 나트륨 통로가 있다. 보통 음식은 입으로 들어오면 맛봉우리에 있는 맛세포가 맛신호를 만들고, 이 맛신호가 맛신경을 타고 뇌에 도착함으로써 우리가 맛을 인식하게 된다.
그런데 소금(짠맛)은 입으로 들어온 순간 맛봉우리부터 뇌피질까지 전달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1,000여 개의 세포가 몰려 있는 맛봉우리는 소금 중독의 연쇄고리다. 맛봉우리의 세포들은 보통 8~12일, 길게는 3주 동안 살다가 새로운 세포로 교체되는데, 1주일 정도 지나면 소금맛을 아는 세포들이 하나 둘 죽어 없어지기 시작한다.
따라서 소금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첫 단계로 최소 1주일 이상 싱겁게 먹고, 소금 중독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면 모든 맛봉우리가 수명을 다하고 새롭게 바뀌는 12주 동안 싱겁게 먹어야 한다. 김성권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는 “700만년의 인류역사에서 소금 섭취 역사는 1만년도 되지 않은 만큼, 생활습관만 바꾸면 얼마든지 소금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소금 섭취량을 하루 1.5~5.9g 정도로 줄이면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뇌혈관 질환 등 많은 질병이 줄어든다. 예컨대 위암은 소금을 하루 3.1g 이하로 섭취할 때 발병률이 최소화된다. 김종진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소금을 하루 3.75g 이하로 먹으면 고혈압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따라 각국은 ‘소금과의 전쟁’에 나섰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소금을 ‘안전인정물질’ 목록에서 퇴출시키려 하고 있다. 뉴욕시는 지난해 12월부터 15개 이상 프랜차이즈점을 갖춘 모든 음식점(뉴욕 음식점의 3분의 1 정도)에서 하루 권장량(5g) 이상 소금이 들어간 메뉴는 옆에 소금통 모양의 경고 그림을 넣게 했다. 영국은 이미 가공식품에 사용되는 소금의 양을 식품군별로 엄격히 정했으며, 식당에서 사용하는 소금의 양까지 정해놓고 있다.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작은 국그릇 이용하기’, 저(低)나트륨 식품 개발 등 다양한 나트륨 섭취 줄이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소금 대신 간장, 나트륨 70% 줄여”
나트륨 섭취를 확 줄이려면 우선 국물류를 되도록 먹지 말아야 한다. 국이나 찌개에 간을 맞추기 위해 소금을 넣기 때문이다. 매끼 국물 한 컵(200㎖)을 덜 마시면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절반으로 낮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한 된장 고추장 쌈장 등 장류와 깻잎, 콩잎, 무 장아찌, 젓갈류, 양념류, 조미료를 피해야 한다. 김치도 대표적인 소금 공급원이다. 하지만 된장이나 김치는 건강에 이로운 면도 많아 무조건 금하는 것은 옳지 않다. 라면 즉석식품 소시지 어묵 햄버거 토마토케첩 카레소스 등 가공식품의 포장지 영양성분에서 반드시 나트륨 함량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짬뽕(4,000㎎ㆍ식약처 조사), 우동(3,396㎎), 울면(2,800㎎), 육개장(2,853㎎) 등 일반적으로 알려진 고(高)나트륨 음식뿐만 아니라 의외로 프랜차이즈 카페의 샌드위치(평균 1,000㎎),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등 커피에도 5~300㎎의 나트륨이 들어 있는 삼가는 게 좋다.
소금 대신 간장을 넣어 요리하면 같은 음식의 나트륨 함량을 최대 69%까지 줄일 수 있다. 신정규 전주대 한식조리학과 교수팀은 닭죽과 콩나물 등 두 음식에 소금이나 간장을 넣어 간을 맞춘 뒤 각각의 나트륨 함량을 검사한 결과, 소금으로 간을 맞춘 닭죽은 나트륨이 1L당 1.9g이었지만, 간장으로 간을 한 닭죽의 나트륨 함량은 0.4~1.4g이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또 소금 간을 한 콩나물국 1L에 든 나트륨은 1.6g인데 비해 간장으로 간을 맞춘 콩나물국의 나트륨은 0.4~1.5g정도로 낮아졌다.
“나트륨 섭취 피하기 어려우면 채소ㆍ과일 섭취를”
나트륨 과다 섭취를 피하기 어려우면 칼륨 함유 채소와 과일을 많이 섭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박은정 제일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바나나 등 칼륨 함유 과일과 채소를 많이 섭취하면 몸의 나트륨을 배출할 수 있다”고 했다.
칼륨이 많이 든 식품으로는 바나나, 배, 브로콜리, 검은 콩, 양파, 감자, 키위 등 7가지가 꼽힌다. 바나나에는 사과보다 4배 많은 500㎎의 칼륨이 들어 있다. 또 식이섬유와 단백질이 풍부해 체중감량에 좋으며, 칼륨이 풍부한 요구르트, 우유와 함께 섭취하면 더 효과적이다. 배(100g당 170㎎), 브로콜리(1개에 450㎎), 검은 콩(100g당 1,240㎎), 감자(396㎎), 키위(100g당 290㎎) 등도 칼륨이 많이 함유돼 있다.
<나트륨 섭취 낮추는 건강생활 수칙>
줄이자 가공식품ㆍ염장식품, 짜고 매운 국물류, 너무 짠 김치와 젓갈류, 외식ㆍ회식ㆍ술자리
늘리자 채소ㆍ과일 섭취, 자연식품ㆍ신선식품, 운동횟수 및 시간
버리자 상한 음식ㆍ오래된 식품, 탄 고기ㆍ기름 덩어리, 유통기한 지난 식재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