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가에 주름이 보이면 아이크림을 바꿀까 고민하게 된다. 피부표면에 각질이 일어났을 땐 보습력이 더욱 강한 화장품을 찾는다. 그런데 정작 칫솔모가 닳아빠진 칫솔은 교체한 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썩은 치아는 주름이나 각질처럼 쉽게 눈에 띄지 않아 무관심해지기 쉽다는 의미다. 만약 마지막 칫솔 교체 시기가 세 달이 넘었다면 입속에선 이미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입안에 있는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는 칫솔로 옮겨 붙어 3일 정도 생존이 가능하다. 썩은 이가 있다거나 잇몸병이 있는 상태에서 사용했던 칫솔을 치료 후 재사용한다면 다른 부분으로 박테리아가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껏 칫솔질을 하고 박테리아를 다시 입안으로 넣는 꼴이 되고 만다. 오래된 칫솔을 그만 사용해야 하는 이유다.
좀 더 심해지면 치주질환을 비롯한 구강질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마모된 칫솔모 때문에 치태가 제대로 제거되지 않기 때문이다. 칫솔모가 낡게 되면 치아 사이의 찌꺼기를 제거하는 능력이 떨어져 치태가 쌓인다.
미국의 멜리사 톰슨 치의학박사는 미국 건강지 프리벤션을 통해 “치태는 충치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잇몸에 염증이 생기는 치은염을 일으킬 수도 있다”며 “치은염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심각한 치주질환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컬럼비아대학교 치의학과 존 글빅 교수도 칫솔 교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존 교수는 “기능성이 뛰어난 칫솔이란 칫솔모가 유연하게 구부러지면서도 뻣뻣한 질감을 가지고 있는 것을 말한다”며 “칫솔을 오래 사용하다보면 기능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어렵지 않게 눈치 챌 수 있다. 그럴 땐 반드시 교체하라”고 조언했다.
치태를 제거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지나치게 힘을 줘 닦는 것 역시 좋지 않다. 칫솔질을 너무 세게 하면 치아 표면이 손상될 뿐 아니라 칫솔모가 마모되는 시기 역시 빨라진다. 잇몸 혹은 치아가 예전보다 예민해졌다거나 치아와 잇몸이 만나는 라인이 알파벳 ‘V’자 형태로 바뀌었다면 칫솔질을 지나치게 세게 하고 있다는 의미다. 구강질환이 있다면 치료 후 칫솔을 교체하는 것이 좋고, 특별한 질환이 없다면 최소한 3~4달에 한번 씩은 칫솔을 바꿔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