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큰 바위 얼굴

조회 수 1540 추천 수 0 2014.12.16 09:39:57
          나와 큰 바위 얼굴
                                               
 
   산을 좋아하는 나는 시시때때로 머릿속에 산을 그려보게 된다. 불쑥 산에 있는 바위가 눈앞에 나타나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곳 농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큰 바위들이 엉켜 있는 산이 있다. 그중 마음에 쏙 드는 한 개의 큰 바위가 있는데, 그 큰 바위에 저녁해가 걸려 있는 것을 볼 때면 분위기가 참으로 조화롭게 느껴진다. 가끔 이 바위를 바라보노라면 자연과 인간은 떨어질 수 없는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살아간다는 느낌이 든다.
  미국의 소설가 너새니얼 호손(nathaniel hawthorne:1804~1864)이 만년에 쓴 단편소설 <큰 바위 얼굴>의 무대는 어디였는지, 혹 내가 있는 여기가 아닐까 엉뚱한 생각을 한다. 나는 말년에 남편과 함께 이렇게 농장에서 일하리라는 것은 정말 몰랐다. 이런 사막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흔히 쓰이는 숙명적이라 싶다. 어쩌면 내가 혹은 남편이 자식들에게 점점 바위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는 염원 비슷한 것이 있지 않았나 모르겠다.
  그렇다고 소설에 나오는 사회 지도자의 얼굴인 큰 바위가 된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바위가 그저 돌덩이라고만 보이기 보다는 묵묵히 서 있는 바위를 마음에 담아 보면 바위에 생의 기운이 느껴질지도 모른다는 감상적인 상상을 해 보게 된다.
  소설의 한 대목이다.
  ‘뚜렷이 넘어가는 태양의 황금빛 속에 큰 바위 얼굴이 보였다. 그 주위를 둘러싼 흰 구름은 어니스트의 이마를 덮고 있는 백발과 같았다. 광대하고 자비로운 모습은 온 세상을 포용하는 듯하였다. 그때 한 시인은 청중을 향해 소리쳤다. “여러분 이분을 보시오. 이분 어니스트가 큰 바위 얼굴과 똑같습니다!’ 이런 것을 바라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이곳 농장은 밤이 되면 주변이 조용하다 못해 별들이 다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적막하다. 이럼 조용한 생활이 익숙해지다 보니 나의 중심을 더 보게 되고 자연과의 연관성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게 된다. 그 덕에 처녀 때 좋아했던 글쓰기를 다시 하다 보니, 만연한 나이에 소설과 수필로 등단하는 일도 있게 되었다.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글은 마음의 표현이고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것은, 내가 어릴 때 부모의 얼굴에서 희망을 찾았고, 부모의 뒷모습을 보면서 믿음과 사랑의 씨앗이 오늘의 나를 만들어 준 것일 게다.
  내가, 얼마만큼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낼지는 모른다. 그 만든 작품을 몇 권의 책으로 만들고 싶다. 이유는, 비록 내가 보잘것없어도 나의 참모습과 삶을 자식과 손자들에게 보여 주고 싶기 때문이다. 세상의 눈은 나의 생활이 하찮은 삶으로 여겨지겠지만, 그 눈총을 꺼리지 않을 수 있는 신념이 있는 것이다. 어그러진 신조나 악한 방법이 아닌, 어떤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해 보고 싶고 정성을 심는 삶을 보여주고 싶다. 하지만 영어를 잘 못하는 내가 후손들과 대화로는 불가능할 뿐 아니라 세대차이, 관념의 차이 이러한 이해시키기 어려운 문제가 많다. 그래서 내 마음을 열어놓고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나의 세월은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언젠가 자식들도 중년의 다리를 건너 노경에 접어들게 된다. 그때는 우리 부부는 이미 세상에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글을 쓰면서 과거의 기억을 반추할 때마다 어려움이 많다. 자식들도 나와 남편 그리고 할아버지·할머니에 대해 정확한 기억이 필요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때 내가 남긴 이 글들, 가족사 자료, 양념 같은 나만의 노래를 자식들에게 남겨 주고 싶다는 의미다.
  그랬다. 내가 어릴 때 부모의 얼굴에서 희망을 찾고, 사랑의 씨앗을 자신의 가슴속에 심고 자란 것처럼, 묵묵한 바위가 되어 자식들에게, 후손에게, 좋은 씨앗을 건네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진솔하게 써야만 하는 수필이 참 좋다는 생각을 한다.
  내 남편은 우리 가족의 큰 바위 얼굴이다. 남편은 가정지상주의자다. 여유를 가지고 즐거운 마음으로 사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 말한다. 남편이 우리 가족을 위해 2년 먼저 한국을 벗어나 이곳에 정착했다. 그랬으니 남편이 한 일은 아무도 돌보지 않은 불모지에서 엉겅퀴를 캐내고 꽃씨를 우리 가족에게 심었던 것이다. 힘이 들 때는 많은 불만도 있었지만, 남편은 양 떼를 돌보는 양치기 소년처럼 아무 말 없이 가족을 돌보곤 했다. 한 때는 팔색조처럼 먹고 살기 위한다는 명목에 자주 여러 곳에 옮기다 보니, 거기에는 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자식들에게 미안함이 크지만 축복된 미 대륙에 후손들을 심어놓고 갈 수 있으니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된다.
  오랜 세월 동안 인생의 풍파를 다 겪으면서도 밝고 견고하게 남아 준 나의 귀한 후손들을 축복해 주고 싶다.
  큰 바위들 사이로 저녁 햇살이 비친다.
  
 

안선혜

2014.12.21 13:30:02
*.112.121.221

이숙이 선생님

자연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선생님이 참 부럽습니다

자연은 거짓말을 하지 않지요

큰 바위 얼굴 같으신 선생님의 넉넉한 마음 따스한 심성 

진정 농부의 마음가짐인것 같습니다

좋은 글 많이 쓰세요  즐감하고 갑니다    선혜

이숙이

2014.12.23 13:45:37
*.62.28.10

몸은 괜찮으세요..

항상 건강한게 좋습니다.

자주 만나 커피라도 한 잔을

하길 원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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