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곡에서 본 미소

조회 수 1354 추천 수 0 2014.12.16 09:39:01

           
                    협곡에서 본 미소


                                           이숙이

 


  돌산이었을까? 흙으로 빚어진 바위였을까?
  비와 바람과 오랜 세월이 협곡을 만들고 거대한 바위를 갈라놓아 희귀한 모양이 되어 있다. 구불구불 갈라진 틈새로 태양 빛이 스며들 때 프리즘 작용의 신비로운 색상과 모양을 카메라에 담느라 정신이 없다.
  갈라진 바위틈 안에 서 있는 사람들의 머리는 위로 향해 젖혀져 있고 카메라 들어 올린 두 팔도 위로 뻗어, 온 정신을 집중하고 심오하게 만들어진 무늿결 바위 모양에 감탄하며 카메라에 담는다.
  많은 관광객이 비좁고, 조금은 어두운 곳에서 숨죽이고 한 발짝씩 움직일 뿐이다. 서로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수없이 셔터를 누르는 모습은 진풍경이 아닐 수 없다. 위로 젖혔던 고개를 바로 하고 어깨가 닿도록 바싹 붙어 있는 옆 사람을 보면서 조금은 숙연한 미소로 말한다.
  말을 잊은 채 조금씩 움직이며 틈을 빠져나온 후 표현을 말로 할 수 없으니 긴 한숨으로 하는 듯했다.
  ‘아~. 참으로 기이하게 갈라졌군.’ 한 신사의 말에 부인인듯한 여인이 얼른 자기 입술에 손가락을 댄다. 그리고는 주위 남들의 얼굴을 보며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화려하거나 아름다운 경관이라기보다 기이하고 멋지게 갈라진 바위산 틈새로 보이는 여러 형태의 무늬는 만고풍상의 긴 세월을 대변하는 듯하다.
  나바호 인디언의 성지로 여기는 이곳에서의 흥분이 가시고 트럭 뒤칸에 앉아 찬바람과 흙먼지 날리며 나오는 동안에도 얼굴마다 경건한 미소가 그대로 남아있다. 애리조나의 상큼한 공기가 신선하게 코를 타고 허파 깊숙이 파고들어 온다.
  몇 끼니 빵을 먹지 않아도 자연의 신비한 기를 영혼에 담고 간다면 배고픔의 고통쯤 능히 이길 수 있겠다 생각해 보면서, 앤탤롭캐년(Antelope canyon)의 관광을 잊을 수 없으리라.
  자연은 참으로 경이롭다. 경의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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