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게닉 뷔페(Organic Buffet)
이숙이
새들은 크고 잘 익은 복숭아로 조반을 들고, 점심은 무화과와 청포도에 꽃향기를 곁들인다. 그리고 여린 상추와 열무로 비타민을 섭취하는 영양 식단이다. 이는 봄부터 여름이 무르익을 때까지 이처럼 과일과 채소 위주로 식사한다. 나도 그 비슷한 식사를 해보고 싶어 남은 것이 있나 하고 나무 밑에서 손이 닿는 과일을 따보면 그것마저 녀석들이 시식하다 남은 것이다. 물 주고 거름 주어 키운 나무들이다.
복숭아가 첫 열매를 맺던 해 열매는 개복숭아처럼 크지도 않고 시고 맛이 없었다. 마침 캠핑도 하고 낚시도 할 겸 빅베어 호숫가에서 지내며 낚시로 건져 올린 것은 전부 잉어였다. 잉어조리 방법을 모를 때여서 잡아 온 잉어를 과일나무 밑에 몽땅 묻어 버렸다.
나무도 잘 자랐지만, 다음 해에 개복숭아가 아주 탐스럽고 맛좋은 복숭아로 변해 있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겨울과 이른 봄에 잔디 자른 것, 음식찌꺼기를 썩혀서 듬뿍 준다. 복숭아꽃이 흐드러지게 필 즈음이면, 녀석들에게 방문해 달라고 초대하지 않아도 친구들을 대동해서 뒤뜰에 진을 치고 머무는 것이다. 그리고는 날마다 나무 속에서 파티를 벌이는지 보통 소란스러운 것이 아니다.
쉬지 않고 재잘거린다. 과일나무 상단에서부터 익어가는 열매를 사정없이 시식해 보는데 와 열매마다 찍어 댄다. 과일이 익어지기를 나도 기다리고 있지만, 밑에 쳐진 열매 몇 개가 내 몫이다. 새들이 나무의 주인이지 싶다. 새도 서열이란 것이 있는지 몰라도, 한 그룹이 먹고 가면 다른 무리가 몰려와 먹고 가고 한 잔에 더워서 활동하기 힘든 시간에는 참새떼가 도고, 다음으로 까마귀 사촌 정도 되는 새들이 와서 잔가지가 부러져라 휘저어 놓고 가는 것이다.
사람이 보고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무화과는 쉴 사이 없이 열매를 맺고 익기도 잘 익는다. 그런데 녀석들이 사람에게 인색하게 군다.
반만 먹다가 만 열매들이 부지기수다. 새가 올 때마다 훠이~훠이! 소리를 지를 수도 없고, 망을 씌우자니 작은 나무가 아니다. 모조품 부엉이나 반짝거리는 CD를 여러 개 줄아 달아 놓아도 소용없다는 말을 들었기에 아무 짓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만약 사람과 새와 소통하는 방법이 있다면 내가 먼저 새들에게 부탁하지 않겠나 생각이 든다. “나 먹을 것은 남겨두고 잡수시라!”고. 아니다. 차라리 “같이 먹고 살자.” 이렇게 마음을 먹으니 새떼가 조반 먹으러 오는 이른 아침 시간에 커피 마시면서 구경하는 재미도 생기게 된 것이다. 뒷마당에 있는 과일과 채소는 새의 뷔페장이다. 아마 새도 올게닉이 좋은가 보다.
그런데 새가 식사하여 흘린 것 때문에 개미가 호강하는 모양을 보게 된다. 그 수는 셀 수 없을 정도이다. 땅에도 과일나무에도 새까맣게 붙어 움직인다. 해바라기와 호박잎까지 개미가 너무 많이 붙어있어 그 애들은 시들어 버렸다. 개미가 새보다 더 심한 망나니 녀석인 것 같다.
새와 개미는 미물이다. 사람과 어떤 상호관계가 있는지, 사람이 지은 농산물을 먹은 새나 개미가 인간에게 어떻게 상부상조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창조주가 만들어서 사람 옆에 두셨다는 이유만으로 같이 먹고 살아야지 어쩌겠는가.
오, 째째 째르르~. 밖에서 새소리가 요란하다. 저녁을 드리러 왔나 보다.
그래라. 실컷 먹고 가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