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할 만큼 다 했다"…김민기, 마지막 남긴 말
등록 2024.07.22 13:51:55
지난 21일 위암 투병 끝에 별세한 '포크 대부' 김민기(73) 전 학전 대표가 세상을 뜨기 전 남긴 말이다.
김민기 조카인 김성민 학전 총무팀장은 22일 서울 대학로 학림다방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김 선생님이 특정해 말씀 주신 것은 전혀 없다. 선생님이 마지막에는 말씀을 아끼시는 건지 당부 말씀은 따로 없었다"고 밝혔다. 학림다방은 김민기의 생전 아지트였다.
학전 등에 따르면, 집에서 요양 중이던 김민기는 지난 19일부터 몸이 안 좋아져서 20일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그리고 전날 오후 8시26분 눈을 감았다.
김 팀장은 "가족과 작별인사 나눴다. 보고 싶은 가족들 기다리셨다가 다 만나고 가셨다"고 했다.
작년 가을 자신이 위암 4기인 걸 뒤늦게 안 김민기는 항암 치료를 받아왔다. 직접적인 사인은 폐렴이다. 모범생처럼 의사를 믿고, 병원 치료를 받았다. 최근까지도 몇몇 지인들과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기도 했다.
학전은 지난 3월15일 폐관했다. 김민기는 그 달 혹은 4월 초에 비워진 공간의 한번 둘러봤다고 했다. 그 공간을 보고 싶어하지는 않았고 둘러본 뒤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학전의 공간은 김민기가 별세하기 4일 전인 지난 17일 아르코꿈밭극장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어린이·청소년 중심 공연장으로 운영돼 학전의 정신은 이어간다. 현재 아르코예술기록원에서 학전 아카이빙 작업을 진행 중이다. 뮤지컬의 대본, 악보 등이 갈무리된다.
다만 평소 자신을 위한 무대, 행사를 지극히 꺼려했던 김민기의 유지를 받들어 고인을 위한 무대, 퍼포먼스는 따로 예정된 것이 없다. 김 팀장은 "김민기 선생님이 말씀주신 것 중 하나가 '나를 가지고 뭘 안 해도 된다'였다. 모든 분들이 어떻게든 저희에게 도움을 주셨고 지금까지 유지해 왔다. 물심양면 도움을 받았고, 돈의 가치로는 따질 수 없다"고 했다.
빈소에선 조의금, 조화를 받지 않는다. 김 팀장은 "학전이 폐관하면서 많은 분들이 알게 모르게 저희 선생님 응원하시느라고 십시일반 도와주셨다. 충분히 가시는 노잣돈 마련하지 않으셨을까 생각한다. 선생님이 늘 얘기하시던 따뜻한 밥 한 끼 나눠먹고 차를 마시면서 선생님을 떠올리지 않을까 한다"고 전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고 발인은 24일 오전이다. 당일 고인의 운구는 장기로 가기 전인 오전 8시 병원을 출발해 학전의 마당과 극장을 돌아보게 된다.
김민기는 '아침이슬'(1970)을 시작으로 여러 곡을 발표하며 한국 포크의 시발점으로 통한다. 노랫말과 멜로디를 같이 만들고 노래도 동시에 부르는 국내 싱어송라이터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1991년 대학로에 학전 소극장을 개관해 뮤지컬 '지하철 1호선' 등 새로운 소극장 문화를 만들며 지난 33년간 한국 대중문화사에 크고 작은 궤적을 만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