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박물관 유물 교체…효정왕후 한글 편지 등 첫선
국립중앙박물관은 여름방학을 맞아 상설전시실 중 중·근세관 조선1∼5실의 일부 전시물을 교체해 4일 공개한다고 3일 밝혔다.
이에 따라 정조가 채점한 이서구의 답안지를 비롯해 50건, 92점이 새롭게 선보인다.
-정조가 채점한 이서구의 답안지.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규장각 초계문신(抄啓文臣)이던 이서구는 1785년 10월 24일 '매화 꽃잎을 씹다'라는 뜻의 시 '작매예'(嚼梅蘂)를 지었다.
정조는 과거에 합격한 젊은 사람들을 규장각에 모아 수년 동안 재교육시켰다. 초계문신이라 불린 이들은 수시로 시험을 보고 평가를 받았다. 이서구가 작성한 시는 정조가 직접 채점했다. 정조는 시구 여러 곳에 붉은색 줄을 그었고 중간 정도에 해당되는 차중(次中)이란 등급을 매겼다.
이서구는 유득공, 박제가, 이득무와 함께 조선시대 한시 4대가로 꼽히지만 정조가 준 점수는 높지 않았다.
이번에 전시되는 유물 중에는 강릉 지역의 향촌 계회 조직과 관련이 있는 금란반월회문(金蘭半月會文)과 갑을동계지도(甲乙同契之圖)도 있다.
금란반월회문은 1466년 9월 9일 강릉에 사는 유학자 16명이 결성한 금란반월회의 내력과 회원 이름, 회의 규칙 등을 기록한 문서다.
또 갑을동계지도는 1614년과 1615년 태어난 강릉 문인들이 경포대에서 가진 계회 모습을 그린 그림으로 아래쪽에 회원 16명의 이름과 자, 본관, 거주지가 기재돼 있다. 갑을동계 구성원 중에는 금란반월회를 결성한 최자점의 5대손인 최응천도 포함돼 있다.
박물관은 이 그림이 뛰어난 작품은 아니지만 향촌의 동갑내기들이 만든 계회도라는 점에서 희귀하고 17세기라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제작돼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갑을동계지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이외에도 헌종의 계비인 효정왕후가 남긴 한글 편지, 서애 류성룡이 임진왜란에 대해 기록한 징비록(懲毖錄)을 필사한 책, 정혁선이 1731년 쓴 재산분배 기록 등 20여점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다.
이와 함께 1390년 발행된 이성계 가문의 호적인 고려말 화령부 호적 관련 고문서(국보 제131호), 정조가 왕세손으로 책봉되는 과정을 묘사한 의궤, 사대부가 여성이 사용한 물품, 이탈리아 주간지에 실린 고종의 장례식 기사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