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작가 문학상 논란 재점화

조회 수 3047 추천 수 1 2016.11.25 09:02:29




한국작가회의(이사장 최원식)가 ‘육당학술상’과 ‘춘원문학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위원장 맹문재)는 민족문제연구소(소장 임헌영)와 공동으로 오는 11월29일 ‘친일 문인 기념 문학상 이대로 둘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긴급 토론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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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친일 문인’논란은 역사교과서 문제와 엮여 더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사진은 왼쪽부터 최남선, 이광수, 채만식)

이로써 친일작가 논란이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이번 사안의 발단은 지난 7월 한국문인협회가 육당 최남선(1890∼1957)과 춘원 이광수(1892∼1950)를 기리는 문학상을 제정하려던 계획에서 시작됐다.


문인협회는 육당 최남선과 춘원 이광수의 문학적 업적을 기린다는 순수한 차원에서 이 상을 제정,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문단 안팎에서 육당과 춘원의 친일 활동 전력을 문제삼자 한 달 만에 상 제정을 철회했다.

당시 역사정의실천연대와 민족문제연구소 등은 “최남선과 이광수는 친일 행적만 모아 따로 전집을 낼 수 있을 정도”라며 “문인협회는 시대착오적 친일 미화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육당은 3.1운동 등으로 투옥도 당했지만 일제 말기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직을 지냈으며, 춘원 역시 일제 말기 내선일체를 주장하고 창씨개명 및 학도병 모집을 적극 독려하는 등 친일 행적을 남겼다.

문제는 문인협회에서 추진 계획을 취소한 것을 출판사 동서문화사가 새롭게 상을 제정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이 출판사는 ‘육당학술상’과 ‘춘원문학상’을 제정, 오는 12월 1일 시상식을 가질 예정이다.

친일 문인 평가 문제는 문학계 오랜 논란거리다. 사람과 문학을 분리해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이 한 쪽이라면, 일본에 부역한 작가를 우리문학사의 주요 자리에 앉힐 수 없다는 비판이 그 하나다. 2002년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발표한 친일문인 42명의 명단에는 이광수, 최남선을 비롯, 미당 서정주, 채만식, 김동인, 유치진, 주요한 등 근현대 문학의 거목들이 줄줄이 올라있다.

특히 춘원은 1939년 2월 ‘동양지광’에 발표한 시 ‘가끔씩 부른 노래’를 시작으로 ‘내선일체와 조선문학’‘지원병 훈련소의 하루’‘대동아 일주년을 맞는 나의 결의’‘페하의 성업에’‘모든 것을 바치리’등 103편의 시, 소설, 논설 등 가장 많은 친일 글을 썼다.

당시 제시된 친일 문인 선정작업 기준을 보면, 식민주의와 파시즘의 옹호 여부가 친일 여부 판단의 핵심이었다. 단순히 일본어로 작품활동을 했거나 친일단체 참여, 창씨 개명 등을 이유로 친일 작가로 분류한 건 아니라는 얘기다.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는 결과라도 작가의 자발성이 있느냐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이번 ‘친일 문인 기념 문학상’ 반대 토론회에는 육당, 춘원 외에 미당 서정주도 토론의 대상에 포함됐다. 문학상이 친일행적을 희석시키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고 주최측은 보고 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이 기조강연을 하고, 김응교 시인(숙명여대)이 ‘친일’문인 기념사업의 현황과 문제인식’을, 임동확 시인(한신대)이 ‘부끄럼의 부재와 세속주의-미당 시의 훼절 구조’, 이규배 시인(성균관대)이 ‘친일’문인 문학상 정당화 논리, 절대주의 문학관의 문제들’을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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