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밥
정순옥
쌀밥처럼 좋은 게 있을까. 쌀밥을 먹을 때마다 기쁘고 행복하다. 늘 먹는 쌀밥인데도 끼니때가 되면 또 쌀밥을 짓는다. 삼시세끼 쌀밥을 먹어도 물리지가 않고 맛있다. 배가 고파서 다른 음식을 먹었어도 끼니때 쌀밥을 먹지 않으면 어쩐지 허허로운 기분이 든다. 옛날에는 쌀이 귀해서 잡곡밥을 많이 먹었고 현재는 건강식이라 해서 잡곡밥을 먹는다. 그러긴 해도 나는 쌀밥이 제일 좋다. 사람들은 나를 촌스럽다고 하지만, 어쩌랴~ 나는 쌀밥이 최고로 좋은 걸~. 쌀밥 한 그릇 맛나게 먹고 나면 이 세상의 평온과 행복이 넘쳐남을 느낀다.
나는 농부의 딸이어서 쌀이 얼마나 귀한 줄을 안다. 쌀 한 톨이 생기기 위해선 우리 부모님 그리고 수많은 어르신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를 가슴 아프게 바라보면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나다. 한 톨의 쌀이 생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우주의 기운과 사람들의 수고가 있었는지를 생각하면 거룩한 생각이 들 정도다. 쌀밥 한 그릇을 먹기까지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깃들어 있다. 쌀은 벼가 정미소에서 도정과정을 거쳐 생긴 것이다. 껍질이 벗겨지기 전엔 ‘벼’라 부르는데 내가 자란 곳에서는 ‘나락’이라고도 부른다. 일 년에 일 모작 하던 벼농사가 지금은 이모작, 삼모작까지도 할 수 있다니 새로운 농사 기술이 놀랍다.
벼에 대한 기록이 경이롭다. 세계최초 벼농사는 한반도라고 ‘고고학 개론서’에 기록되어 있다. 1994년 충북 옥산면 소로리 구석기 유적에서 방사선탄소연대 측정으로 1만 3천~1만 6천 년 전으로 추정되는 볍씨 11톨이 출토되어 2016년 국제고고학회에서 벼농사의 기원을 한국으로 규정했다. 우리나라는 벼농사의 긍지를 살려서 1972년부터 한국은행 동전에 벼 이삭을 도안해 논벼 농사의 기원지가 한국임을 기념했다. 우리 아버지는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꽃은 아주 작아서 겸손하게 보이고 귀티나며 하얗게 며칠만 피는 ‘나락꽃’이라 하셨다. 그리고 집은 우리가 사는 볏짚으로 지붕을 덮어 포근한 초가삼간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이라고도 하셨다. 그만큼 벼에 대한 애착이 크셨던 것이리라.
농부인 아버지는 이른 봄 전부터 벼농사를 위해서 좋은 볍씨를 정성스럽게 고르는 작업을 하신다. 볍씨를 며칠간 깨끗한 물에 담가서 또다시 좋은 볍씨 고르는 눈길과 손놀림을 한알 한알을 스치며 정성스럽게 하신다. 볍씨들을 모판에 붓고 싹이 나고 자라기 시작하면 농사법 순서대로 벼가 누렇게 익어 수확할 때까지 우렁이 기어 다니는 논두렁과 논에서 사신다. 벼는 씨를 뿌려 수확할 때까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헛소리가 아니다. 그만큼 농부의 정성과 사랑이 있어야 한 알의 쌀이 태어남이다. 한 톨의 쌀 안에는 농부의 온갖 수고와 정성, 햇빛과 물, 기온 등 우주의 모든 기운이 합쳐져야 한 톨의 쌀이 생산될 수 있다. 다랑논은 적당한 시기에 비가 안 오면 양동이로 둠벙에서 물을 퍼 날아가면서 모를 키우기도 한다. 하늘의 도움과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기도하면서 벼농사를 짓는 농부의 지혜와 기다림의 응결체가 쌀이 아니겠는가 싶다.
쌀의 종류도 많다. 맵쌀 현미쌀 찹쌀… 비상식량으로 쌀이 완전히 익기 전에 미리 벼를 훑어 삶아서 말린 후 찧어 만든 씹을수록 아주 향기롭고 감칠맛이 나는 올벼쌀도 있다. 쌀 종류나 곡류 종류 또는 요리 방법에 따라서 흰밥 보리밥 김밥 가마솥밥 냄비밥 무쇠밥…. 수많은 이름들이 붙여진다. 쌀로 온갖 먹거리를 만들어 내지만 주식은 역시 쌀밥이다. 밥그릇에 수북이 담겨 있는 고봉밥이나 밥통 속에 들어 있는 쌀밥은 어머니의 사랑이 듬뿍 담긴 젖통과 같아서 언제 먹어도 배부르고 무공해다. 쌀에 적당한 물을 붓고 불에 익히면 쌀밥이 된다. 밥을 지을 때는 정성을 다해야 한다. 쌀밥을 변형시켜 식감에 따라 여러 종류의 밥을 만든다. 비빔밥 김치밥 잡곡밥 김밥…… 기본재료인 쌀로 수많은 종류 이름의 맛있는 밥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쌀밥은 힘이다. 몸이 아파 일상생활이 힘들고 입맛이 없을 땐 고슬고슬하고 뜨끈한 쌀밥 한 그릇만 맛있게 먹으면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의 유년시절은 한국전쟁 후 폐허가 된 땅 위에서 살았다. 배고픈 시절을 살아온 우리들의 시대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흰 쌀밥 한 그릇 먹는 게 소원인 사람들이 많았다. “밥 먹었느냐?”가 보통사람들의 인사이기도 했다. 지금이야 시대가 변해서 쌀밥 한 그릇에 연연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느냐만 그래도 지구촌 어딘가에서는 쌀밥 한 그릇 먹어 보기를 소망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음을 안다. 쌀은 현대인들의 주식이다. 서구사람들은 밀가루 음식인 빵을 먹는 사람들도 많지만, 아시안 사람들 대부분은 쌀밥이 주식이다. 주로 전분이지만 사람의 생명을 지탱해 가는 각종 영양소가 듬뿍 포함되어 있어 온몸의 세포를 살리게 한다.
쌀을 팔아 학비를 마련해야 하는데 육성회비를 못 내서 학기말 시험도 못 보고 학교 운동장 뜨거운 햇빛을 받으며 집으로 힘없이 발길을 돌리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운동화 밑창에 구멍 뚫려서 비 오는 날은 물이 새어 들어와도 새 운동화 사달란 말을 부모님한테 할 수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이야 현대적인 농기구들이 개발되어 쌀에 숨겨진 돌까지도 걸러내는 기계가 있지만, 옛날에는 거의 다 손으로 농사지었다. 호미 괭이 삽 쟁기 낫… 옛날 농기구들과 함께 힘들게 농사를 지으시던 부모님과 지금도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의 안타까운 마음이 내 가슴을 저리게 한다.
평상시엔 아무런 생각 없이 대했던 쌀밥이 이 순간은 나를 경건하게 한다. 나는 쌀밥을 먹게 한 모든 것들에 감사함으로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눈물 속에 어리는 쌀밥과 농촌의 풍경이 나를 어린시절로 이끌고 있다. 쌀밥은 피요 생명이고 행복이다. 온 우주의 기운과 수많은 사람들의 정성과 사랑이 깃든 맛있는 쌀밥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
정말 오랫만에 컴퓨터 문을 열었습니다. 이번에는 여러분들이 글을 올리셔서, 이 글들을 다 읽고
나가야 되겠습니다 정순옥님 오랫만입니다 쌀밥 잘 지어놓으면 정말 맛이 있지요.
저는 어릴 때부터 검은 콩밥을 좋와했지요 언제나 내 밥은 검은 콩만 가득했었는데, 지금도 여러가지 콩을 섞어
밥을 지어 먹습니다. 그 옛날에는 사람이 직접인 모를 쪄서, 모를 꼿았던 기억이 납니다,
일산 우리동네도 논이 많아요. 어느 날은 논을 갈길래 점심을 일부러 얻어먹을려고 점심때 그 논으로 갔더니
자장면을 시켜먹고 있더라구요. 시대가 바뀐 지금은 논에서 새참이나 점심 가져다 먹는 풍경은 볼 수 없을
것같습니다. 쌀밥에 대한 글, 정겹습니다. 담에 또 이곳에서 뵙지요.
늘 수고 많으시지요. 정 수필가님,
이병호 시인님 께서 어느 정도 호전이 되신 것 같습니다
작품도 이곳에 올리신 것을 뵈오니
정말 정수필가님의 노고에 진심으로 찬사 올려 드립니다
삼일절 입니다. 은파도 지난 주 금요일
큰 사고 당할 뻔 했는데 구사 일생 허리와 무릎만 다쳤습니다
걷는게 조금은 불편하지만 정말 감사하답니다
아직 할 일이 남아있어 사고에서 구해 주신 것 같습니다
춘삼월 하시는 일마다 일취월장 하옵길
주님의 이름 받들어 두 손 모아 중보의 기도 올립니다
모처럼 이곳에 들어와 보니,
이병호시인님, 정순옥수필가님 작품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울러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길
진심으로 바라오니 유의 하시길 바랍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