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호(사진) 시인이 평론집 '미술과 문학의 만남'과 에세이집 '내 마음의 소리' 등 두 권의 저서를 한꺼번에 그러나 이 책들은 그저 평론집과 에세이집이 아니다. 평론집 '미술과 문학의 만남'은 지금껏 거의 보지 못한 미술과 문학의 만남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즉 미술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시로 쓴 작품들을 분석하고 시의 텍스트가 된 미술작품을 분석한 것이다. 이른바 미술과 문학, 장르간의 벽을 허물어 서로 소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미술을 바라보는 시각과 이를 문학적으로 변용하거나 해석한 시인들의 상상력을 관찰하고, 미술작품이 변용해 새로운 시 작품을 잉태하는 지점을 깊이 이해하고자 한다. 그동안 예술사에서 그리스ㆍ로마 신화나 성경의 내용을 미술작품으로 형상화시킨 경우가 많았다. 더불어 미술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문학적으로 표현한 경우도 많았다.
강경호 시인은 미술과 문학이라는 독자적이고 개성있는 장르간의 이해와 소통을 보여주는 시 작품들을 내밀하게 분석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그동안 계간 '시와사람'을 통해 발표해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 책에는 김정희의 '세한도', 이중섭의 그림, 김기창의 '바보산수', '십우도', '운주사의 석불들', 양팽손의 '산수도'를 시인들이 어떻게 변용했는지를 살폈고, 렘브란트, 마네, 모네, 고흐, 뭉크, 피카소, 자코메티, 모딜리아니, 실레, 샤갈, 달리의 미술작품을 통해 시인들의 상상력이 어떻게 변주되는지를 내밀하게 분석했다.
특히 이 책은 독자들이 미술가들의 삶과 예술세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해 미술 입문서 역할을 겸하고 있다.
이번에 함께 펴낸 에세이집 '내 마음의 소리' 또한 '소리'라는 주제로 쓴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책은 현대문명으로 인해 늘 듣는 자동차소리, 길거리에서 들려오는 전파사나 음악사의 음악소리, 철공소에서 쇠 가는 소리, 심지어는 아파트 층간 소리 등 수많은 소리에 노출돼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에서 자신의 내면에 깃든 아름다운 소리들을 내밀하게 들여다보며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배경은 그가 유년기를 보낸 1960년대다. 아직 아날로그적인 삶이 지배하는 농경사회의 풍경을 바탕으로 자신이 체험한 기억들을 소리라는 청각적 이미지를 통해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저자는 인간이 만든 문명의 소리는 욕망이 깃든 것으로 규정한 것에 반해 인간의 손길이 가지 않은 자연의 소리는 현대문명에 지친 사람들의 영혼을 치유한다고 믿고 있다. 물론 인간이 만든 음악은 제외되는데 이는 욕망이 깃들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이 책은 4부로 구성돼 있는데, 제1부는 인간이 만든 소리이지만 농경사회의 삶이 깃든 그리운 소리, 2부에서는 봄비 내리는 소리처럼 자연의 순환을 보여주는 소리, 3부에서는 종달새 지저귀는 소리처럼 자연의 소리이기는 하지만 사라지고 있는 소리들이며, 4부에서는 역시 인간의 삶 속에 깃들었던 소리들로 사라져가는 소리들로 구성됐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온갖 소음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들려줘 치유하고 싶고, 소리를 통해 인간 존재를 규명하고자 했음이 집필동기라고 밝히고 있다.
한편 강경호 시인은 문학평론가와 미술평론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그 동안 4권의 시집과 문학연구서, 문학평론집, 미술평론집, 그리고 여러 권의 기행에세이를 펴냈으며, 한국시인협회상을 수상하고, 현재 계간 '시와사람' 발행인 겸 주간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