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립중앙도서관이 본관 1층에 연 서점 책사랑에서 한 독자가 책을 사고 있다. 도서관 안에 서점이 들어선 것은 사상 처음으로 지역서점 활성화를 위한 국·공립도서관의 이번 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할지 문학계와 출판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사진=국립중앙도서관). |
도종환 의원 '문학진흥법' 대표발의 배경
"문학 홀대는 문화산업에 악영향"
5년마다 '문체부 문학진흥기본계획' 수립 추진
국립문학관 설립·한국문학번역원 위상 강화
“노벨문학상을 발표하는 매년 10월 초순이면 고은 선생의 집 앞에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 벌써 7~8년 전부터 있던 현상이다. 고은 선생의 시는 세계 40여개국에서 번역됐다. 압축·생략·비약이 특징인 불교적인 선시에다 방대한 인생 스토리는 그만의 강점이다. 하지만 우리 현실에서는 노벨상에 집착하기보다 우수한 문학인재를 지속적으로 키워낼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는 게 더 절실하다.”
문학이 위기다. 거칠게 말하면 글을 쓰는 작가도 읽는 독자도 사라지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의 영향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상황이 심각하다. ‘접시꽃당신’ ‘담쟁이’로 유명한 시인 출신의 도종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최근 ‘문학진흥법’을 대표 발의했다. 고사 위기에 빠진 문학진흥을 위해 법·제도적 지원을 뒷받침하겠다는 것. 여야 의원 62명이 동참했다.
▲모든 예술의 기초인 ‘문학’ 살려야
문학위기론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출판·서점가에는 시나 소설 등 본격 문학보다는 힐링이나 자기계발 등 에세이류가 대유행이다. 이런 현상은 최근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국출판인회의가 지난 12∼18일 교보문고·예스24 등 국내 온·오프라인 서점 8곳의 판매부수를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종합 20위권 이내에 국내 작가의 시나 소설은 전무했다. 그나마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센트럴파크’ 등 외국 작가의 소설이 대부분이다. 반면 아들러 심리학 열풍을 다룬 ‘미움받을 용기’, 채사장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래리 킹의 ‘대화의 신’, 존 브룩스의 ‘경영의 모험’ 등의 실용서는 베스트셀러 상단을 차지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국내 작가의 소설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것은 2013년 8∼10월 조정래의 ‘정글만리’가 마지막이다.
김종회 경희대 국문과 교수는 “활자에서 영상 중심으로 시대가 변화하면서 문학의 수요가 현저히 줄어들었다”며 “지금의 시대상황에서 문학진흥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 의원은 “문학은 단일장르로서 가치가 무궁무진하지만 다양한 장르와 문화산업의 산파 역할을 해왔다”며 “기초예술인 문학이 살아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다른 문화예술과 달리 문학만 배제된 이유
문학이 고사위기에 빠진 것과는 달리 다른 문화예술 영역은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4년도 분야별 매출성과에 따르면 만화는 전년 대비 2.9% 성장한 8200억원이었다. 음악이 8.4% 성장한 4조 6000억원, 게임이 7.4% 성장한 10조 4000억원, 영화가 6.8% 성장한 5조원 등이었다. 반면 출판의 경우 20조 5000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1.3% 역성장했다. 출판의 기둥이어야 할 문학의 침체가 출판시장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매출이 늘어난 분야의 공통점은 지원을 위한 별도 법률과 기관이 존재한다는 것. 영화가 대표적이다. 벌써 20년 전에 영화진흥위원회와 영화진흥법이 만들어졌다. 한국을 대표하는 봉준호 감독 역시 영화계 젊은 인재의 산실인 ‘영화아카데미’ 출신이다. 반면 문화예술의 기초인 문학은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도 통합적인 국립기관도 없는 실정이다. 물론 문화예술진흥법에서는 문학을 포함한 문화예술 전반을 위한 사업을 지원하지만 문학분야에 대한 시책이나 지원은 매우 빈약하다.
왜 문학만 국가지원에서 제외됐을까. 도 의원은 “문학의 경우 개인의 고독한 작업이라는 점에서 지원보다는 치열한 노력에 방점이 찍혔다”면서 “자유로운 상상력에 제약을 받지 않고 표현의 자유에 구속받지 않겠다는 문학의 독특한 성격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학진흥, 국가·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방현석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는 “문학진흥법이 문학에 대한 특혜라는 생각은 오해”라면서 “문학에 대한 홀대가 계속될 경우 장기적으로 한국 문화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원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문학진흥법의 골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주도로 5년마다 문학진흥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자는 것이다. 또 창작·연구·번역 등 전문인력양성은 물론 국립문학관 설치, 한국번역문학원의 역할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 국립문학관의 설치는 시급하다. 국립문학관이 우리 문학의 자료 전반을 통합적으로 보존·관리하고 교육·홍보할 수 있는 구심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해외에 초청받아 나가면 행사 이후 그 나라의 문학관을 둘러보는데 우리는 행사를 마치고 술집으로 간다는 우스개가 문단 안팎에서 떠돌 정도다.
한국문학번역원의 독립성 강화도 서둘러야 할 사안이다. 한·중·일 3국 중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지 못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데 이는 우리 문학수준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번역의 양과 질이 부족하기 때문이란 목소리가 높다. 중국과 일본이 번역한 양과 질을 따라잡을 수 있을만큼 전문인력 양성이 시급하다는 것.
문제는 예산이다. 복지논란으로 만성적인 예산부족을 겪는 정부가 문학을 위한 별도 예산을 책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도 의원은 “현 정부가 문화예산을 전체 예산의 2%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공약했다”면서 “해마다 증액하는 문체부 예산을 문학진흥 부분에 우선 투입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학이 위기다. 거칠게 말하면 글을 쓰는 작가도 읽는 독자도 사라지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의 영향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상황이 심각하다. ‘접시꽃당신’ ‘담쟁이’로 유명한 시인 출신의 도종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최근 ‘문학진흥법’을 대표 발의했다. 고사 위기에 빠진 문학진흥을 위해 법·제도적 지원을 뒷받침하겠다는 것. 여야 의원 62명이 동참했다.
▲모든 예술의 기초인 ‘문학’ 살려야
문학위기론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출판·서점가에는 시나 소설 등 본격 문학보다는 힐링이나 자기계발 등 에세이류가 대유행이다. 이런 현상은 최근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국출판인회의가 지난 12∼18일 교보문고·예스24 등 국내 온·오프라인 서점 8곳의 판매부수를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종합 20위권 이내에 국내 작가의 시나 소설은 전무했다. 그나마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센트럴파크’ 등 외국 작가의 소설이 대부분이다. 반면 아들러 심리학 열풍을 다룬 ‘미움받을 용기’, 채사장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래리 킹의 ‘대화의 신’, 존 브룩스의 ‘경영의 모험’ 등의 실용서는 베스트셀러 상단을 차지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국내 작가의 소설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것은 2013년 8∼10월 조정래의 ‘정글만리’가 마지막이다.
김종회 경희대 국문과 교수는 “활자에서 영상 중심으로 시대가 변화하면서 문학의 수요가 현저히 줄어들었다”며 “지금의 시대상황에서 문학진흥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 의원은 “문학은 단일장르로서 가치가 무궁무진하지만 다양한 장르와 문화산업의 산파 역할을 해왔다”며 “기초예술인 문학이 살아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다른 문화예술과 달리 문학만 배제된 이유
문학이 고사위기에 빠진 것과는 달리 다른 문화예술 영역은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4년도 분야별 매출성과에 따르면 만화는 전년 대비 2.9% 성장한 8200억원이었다. 음악이 8.4% 성장한 4조 6000억원, 게임이 7.4% 성장한 10조 4000억원, 영화가 6.8% 성장한 5조원 등이었다. 반면 출판의 경우 20조 5000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1.3% 역성장했다. 출판의 기둥이어야 할 문학의 침체가 출판시장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매출이 늘어난 분야의 공통점은 지원을 위한 별도 법률과 기관이 존재한다는 것. 영화가 대표적이다. 벌써 20년 전에 영화진흥위원회와 영화진흥법이 만들어졌다. 한국을 대표하는 봉준호 감독 역시 영화계 젊은 인재의 산실인 ‘영화아카데미’ 출신이다. 반면 문화예술의 기초인 문학은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도 통합적인 국립기관도 없는 실정이다. 물론 문화예술진흥법에서는 문학을 포함한 문화예술 전반을 위한 사업을 지원하지만 문학분야에 대한 시책이나 지원은 매우 빈약하다.
왜 문학만 국가지원에서 제외됐을까. 도 의원은 “문학의 경우 개인의 고독한 작업이라는 점에서 지원보다는 치열한 노력에 방점이 찍혔다”면서 “자유로운 상상력에 제약을 받지 않고 표현의 자유에 구속받지 않겠다는 문학의 독특한 성격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학진흥, 국가·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방현석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는 “문학진흥법이 문학에 대한 특혜라는 생각은 오해”라면서 “문학에 대한 홀대가 계속될 경우 장기적으로 한국 문화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원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문학진흥법의 골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주도로 5년마다 문학진흥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자는 것이다. 또 창작·연구·번역 등 전문인력양성은 물론 국립문학관 설치, 한국번역문학원의 역할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 국립문학관의 설치는 시급하다. 국립문학관이 우리 문학의 자료 전반을 통합적으로 보존·관리하고 교육·홍보할 수 있는 구심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해외에 초청받아 나가면 행사 이후 그 나라의 문학관을 둘러보는데 우리는 행사를 마치고 술집으로 간다는 우스개가 문단 안팎에서 떠돌 정도다.
한국문학번역원의 독립성 강화도 서둘러야 할 사안이다. 한·중·일 3국 중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지 못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데 이는 우리 문학수준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번역의 양과 질이 부족하기 때문이란 목소리가 높다. 중국과 일본이 번역한 양과 질을 따라잡을 수 있을만큼 전문인력 양성이 시급하다는 것.
문제는 예산이다. 복지논란으로 만성적인 예산부족을 겪는 정부가 문학을 위한 별도 예산을 책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도 의원은 “현 정부가 문화예산을 전체 예산의 2%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공약했다”면서 “해마다 증액하는 문체부 예산을 문학진흥 부분에 우선 투입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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