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비평가 마크 러셀, 한국 신화·민담 소재 신간 펴내
문화비평가 마크 러셀(44)이 한국의 신화와 전설, 민담, 전래동화 등을 소재로 쓴 영어소설을 내놓는다. 미국, 캐나다, 프랑스, 스페인 등과 한국을 오가며 세계 영화와 음악에 천착해온 그는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뉴스위크, 빌보드, 사이언스 등 유력 신문과 잡지에 글을 쓰고 있는 캐나다 출신 저널리스트다. 그가 내놓은 소설 제목은 (미국 출판사 터틀)이다.
소설을 읽다보면 우리말을 자주 만난다. dokkaebi(도깨비), gyeongbi(경비), nuna(누나), jigyeowo(지겨워), dooreup(두릅), jeogeori(저고리) 등처럼 등장인물과 음식, 호칭, 감탄사 등을 소리나는 대로 영어로 옮겼기 때문이다.
줄거리도 한국적이다. 10대 소녀 영희는 공부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아파트 지하에 있는 이상한 문을 통해 또 다른 세계를 발견한다. 옛날 물건들과 전설로 가득 찬 신나는 세상이지만 영희는 위기에 봉착한다. 도깨비의 꼬임에 넘어간 남동생을 구하기 위해 생명을 걸고 불로초를 찾아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영희는 구미호와 무당, 장승, 산신 등을 만나면서 결국 마법을 풀게 된다. 러셀은 5일 경향신문과 만나 “영국, 호주, 중국, 일본, 인도 등에서 한국을 소재로 삼은 소설을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 고전문학에는 용, 곰, 토끼, 거북이 등 동물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고대 신화에는 태양에 산다는 세 발 달린 까마귀 삼족오(三足烏)도 나오잖아요.”
외국인이 한국 설화를 소재로 소설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말이 서툴 뿐 아니라 옛 문헌과 사료들을 해독하고 체화하려면 심도있는 연구도 필요하다. 또 입으로 전해오는 마을의 전설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도 녹록지 않은 일이다. 러셀은 “소설을 집필하는 데만 5년이 걸렸다”면서 “대학과 연구소를 찾아 자료를 검증했고, 도저히 이해가 안될 때는 인터넷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단군신화> <토끼와 자라> <청개구리> 등을 소설에 녹이려고 전래 동화도 수없이 읽었다고 했다.
“한국의 문화예술은 창의적이에요. 다양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세계 문학계에 널리 알릴 수 있을 겁니다.”
러셀의 소설은 256쪽 분량으로 오는 12일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에서 동시 판매에 들어간다. 아마존닷컴을 비롯한 교보문고와 예스24 등을 통해서도 구입할 수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그는 1996년 우연히 접한 한국의 인디밴드와 독립영화에 빠졌고, 한국인 여성과 결혼했다. 그동안 한류와 관련한 책 2권을 펴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