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마가 시인

조회 수 438 추천 수 5 2024.05.01 09:52:26

   

 

                           시의 형상화를 투시하는 패러다임

                -홍마가의 시집그리움을 향한 노래의 작품세계

 

                                                                        강 정 실

                                                                      문학평론가. 시인. 수필가

 

 

 

 1. 들어가기

 

 시인 홍마가의 제3시집은 총 44편의 시다. 길지 않으면서 복잡하지도 아니한 시(), 순수한 모습이 동시에 떠오른다. 옛날 다방에서 쌍화탕 마시던 구수한 맛을 떠올리게 되고, 조용한 산길을 걸으며 느끼는 자연친화적인 작품임을 느끼게 된다.

 홍마가 시인과는 대여섯 차례 대면했던 작가의 외모에서 발산하던 이미지와 겹쳐 작가의 격()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의 시에서 흐르는 전편은 절망 속에서도 심리적인 안정감과 정체성의 꿈 꾸기요, 시간을 가로지르는 실재적 대상을 향한 그리움이다. 홍마가의 사유의 세계는 그저 책상 한쪽 자리에서 사방을 바라볼 수 있도록 문과 벽이 다락처럼 높이 지은 집이 아니다. 오늘이 있기까지의 고단한 노고, 결혼하고 목회자로의 열망, 가족에의 사랑 등 여러가지 인간적 고뇌의 강을 건너는 진솔한 삶의 시라 하겠다.

 2016년 홍마가의 제2시집기적소리》의 평설을 평자가 담당했는데, 지금 시인이 건너고 있는 강의 깊이와 폭은 어떨까, 이런 문제를 생각하며 8년이 지난 2014년 중반 제3시집그리움의 향한 노래를 들고 행보하고자 한다.

 

 2. 본문

 

세밑한파를 이겨낸

철사토막 같은 나목가지 사이로

봄은 수줍게 미소 짓고 있다

 

정적에 둘러싸인 언 호수 수면에는

님이 보낸 따스한 사랑의 선물

아지랑이 나풀거리며 솟아오른다

 

봄이 오는 바람 사이의 길목

맞닥뜨리는 추위에

개나리는 부르르 몸을 떨면서도

가지마다 노랑망울을 물들인다

 

아직도 차가운 심연의 호숫가지만

미끈거리는 봄의 훈풍

사금파리, 야생초, 사람냄새

손과 발을 달고 날아다니는

아이들 소리가 눈앞에 와 있다

 -<봄이 오는 호수> 전문

 

 홍마가의 계절을 바라보는 시는 아날로그다. 어느 구석을 뒤져봐도 자연의 아름다움과 순수했던 고향을 노래하고 있다. 아마 겨울철이 혹독한 위스콘신주에서의 생활 때문에 고향의 따뜻했던 봄이 더 가슴에 다가왔을 것이리라 싶다. //돛단배 구름 파편은/바람에 실려 먼 나라로 항해하고/흰 물결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높직이 산호색 그리움을 만든다//중략 //치직치직/낡은 선풍기 애간장을 태우고/땀에 젖은, 옷의 냄새뿐인/나의 작은 사무실/시원한 바람의 손길을 기다린다<바람 부는 날, 부분>//한 해 동안 안식처를 제공한 초가지붕을/새로이 단장한 날/땅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진 볏짚은/땔감으로 사라질 운명을 생각하며 슬퍼한다//고목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대추알/초가지붕에 널려진 풋고추들이/어느 시월, 진홍색으로 여물어 가던/나뭇잎의 꿈도 빠알갛게 여물어 있다<어느 시월, 부분>//겨울을 준비하/호수에 먼동이 터오며/따스한 햇살의 손길이//수면을 다독인다//푸르렀던 여름날은 가고/가시나무처럼 까칠한 모습으로/서 있는 갈대숲/겨울을 재촉하는 춤사위 한다//<겨울이 오는 호수, 부분>

 화자의 서정시 형상화에는 언어적 표상물이기 이전에 그의 지향과 인생관을 용해하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는 듯하다시 전체에 흐르는 꽃과 고향에 대한 내면을 확대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누구나 꽃과 고향은 다 간직하고 있다. 아마도 목회자인 화자의 지향과 인생관을 용해하는 과정에서 하나님이라는 영원한 대상물을, 자연주의적이고 낭만주의적 사고에 문학적 형상화 방식, 곧 시인이 경험하는 혼성모방을 현실에 직접 대응하는 방식일 것이다. 그렇다. 자연은 자신의 몸이 꺾여도 아무 말 없이 모든 것을 받아주는 필연적인 것들과 꽃들이 풍기는 조건 없는 향기의 병렬, 화자는 자신이 느끼는 상상의 틀에서 위로받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독일의 음악학자 후고 리만(Hugo Riemann)은 경험 가능한 모든 것을 음악적 느낌으로 바꾸어 놓는 방식을 터치하며 하나씩 이론화시켜 나갔다. 화자 또한 유미주의적인 시선과 사물관 혹은 인생관에 박혀 있는 것이다. 이미 숨 막히고 고통스러운 현실을 애써서 외면한 그의 내면을 기도로 통과시키고 나면 느리고도 고요한 풍경으로 정화되는 것일 게다. 아마도 종교인으로 자신이 오롯이 감수하고 이해하며 스스로 터득한 패러다임의 모색에서 나오는 자연에 대한 서정적 시가 자연스럽게 탄생하는 것이라 싶다.

 

바람결에

실려온 그윽한 라일락 향기는

내 어머니, 당신이 보내는

기도의 향기인가요

 

가녀린 가지임에도

여름을 재촉하는 폭우 다 이겨내고

하늘을 맑게 수놓던 당신

 

하늘 향기 받아

온몸으로 사랑의 꽃 피우나니

 

어제는 꿈에서

오늘은

저 높은 하늘나라에

백합화로 피어 있습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어머니, 보고 싶어요

 -<기도의 향기> 전문

 

 화자는 초로의 나이인데도, 그의 시 <기도의 향기>에서는 모든 욕망을 비우고어린아이의 마음이 되어, 어머니의 자궁 같은 영원(永遠)의 품 안에 안기려는 작가의 초월의식이 나타나 있다. 이 초월의식이 현실의식 안에 갇혀 있던 작가의 자아(自我)를 꿈속에서라도 해방시켜 주는 것이리라. //바람결에/실려온 그윽한 라일락 향기는/내 어머니, 당신이 보내는/기도의 향기인가요//

 화자는 어머니가 꿈에서저 높은 하늘나라에 백합화로 피어 있다고 한다. 세상의 신이 어린 생명을 다 보살필 수 없어 어머니를 세상에 보내어 서로 분담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렇다. 삶에 대한 편린들을 제거해주고 닫힌 공간에서도 아무런 이유를 붙일 수 없는 마냥 보고 싶고 사랑하는 어머니. 그렇다. 세상에서 제일 아늑하고 편안한 공간이 어머니의 품이다. 이런 공간에 대한 애정은 현재라는 시간관념 안에서 비록 분리된 과거일지라도 어머니가 세상에 존재했기에 화자의 미래에 다가올 사계절은 풍요롭고 의미 있는 계절이 될 것이다. 세상 누구나 다 어머니가 나의 얼굴 그리기요, 고향 어귀를 쉽게 찾아가는 과거 여행이 될 것이고 화수분이 된다. 이렇게 일상 속에서 찾는 작은 위안, 그리움이야말로 마력과도 같은 힘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화법이 화자의 매력이자 장점이기도 하다.

 

어느 여름

작열하는 태양이

신록을 시들게 하던 날

 

화사한 웃음 머금고

하늘에서 하강한 한 송이 나팔꽃

창경원 돌담길을 걸으며

소년·소녀처럼 수줍음의 첫 데이트

그녀의 우윳빛 팔을 쳐다보며

붉어지는 얼굴을 애써 감추려

힐끗힐끗

애꿎은 돌담만 쳐다보았다

 

여름이 지나가고

국화꽃 피어나던 어느 날

아내는

직장 근무지로 떠나는 날

그날, 김포국제공항 하늘

뭉게구름 위에 걸터앉아

떠나간 아내의 뒷모습을

애잔한 가슴으로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아쉬움과 그리움이 기도되던 시절

사랑의 편지 차곡차곡 쌓이고

설렘 속에 재회한 첫 결혼기념일

 

기쁨과 아픔을

함께한 지난 40여 년

아내는 그분이, 내게 주신

최고의 선물이고

나를 위한 사랑의 노래이다

 - <아내> 전문

 

 아내에 대한 사랑이 시 전편에 녹아 있다. 아내의 가슴은, 가족 공동체라기보다는 화자의 본향과 같은 원초적 삶의 현장이 되어 있다. 이 공간에서 아내와 함께 자식들 키우며 아파하고 서로 이해하며 늙어가는 모습, 세월이 더해져 품위를 느끼게 한다. 아이들을 낳고 그 가지들이 무성하게 뻗어 가려면 뿌리인 부모는 가지가 넘어가지 않게 하려고 튼실한 뿌리로 균형을 잡아준다. 40여 년이 지난 지금 화자는 자신의 영혼을 아내와의 반복과 동등한 병렬을 깊숙이 오버랩되어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결혼하고 아내는 시카고에 있는 직장 근무지로 떠났다. 화자는 김포공항에서 하늘을 쳐다보며//뭉개구름 위에 걸터앉아/떠나간 아내의 뒷모습을/애잔한 가슴으로/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다//어쩌면 40년이란 긴 세월의 변화는 성숙을 위한 기름진 토양이 된다.

 사랑의 본질은 무엇일까? 아르헨티나의 작가 보르헤스 작품에도 그리움과 사랑의 미로찾기가 등장한다. “내 안에 어른거리는 아, 내 영혼의 은빛 멸치떼, 그중에 반짝이는 미세한 나의 비늘을 찾고 있다이렇게 하늘과 육지라는 공간적 지리감과 유추된 세계에 대한 사유는 하이데거의 존재사태라는 철학적 물음에 닿아 있다. 이러한 사실적 상상력은 세월이라는 미로를 형상화로 만들어 낸다. 아내라는 공간애(空間愛)를 기억하기 위해 토포필리아는 바로 아내에 대한 애정, 가족애(家族愛)의 토담이 될 것이다.

 

앞산 뒷산 변함없이

초록빛 새 옷 갈아입고

겨울잠에서 깨어난 동구 밖 시냇물

재잘대며 흐르는데

빼앗긴 땅은 낯설기만 하였다

 

회색빛 짙게 드리운 인고의 10년 세월

마침내 봇물처럼 터지며 외친 거대한 함성

아무런 보장이나 기약도 없었건만

이렇게라도 외치지 않으면 시커멓게 탄 가슴뿐이리라

 

몽둥이와 총칼에 짓이겨져 붉게 물든 거리

함성과 비명을 눈물로 외치던 그날

모든 이의 가슴과 가슴에 스며들며

북간도, 연해주, 미주에서 활화산으로 타올랐으니

그 함성은 희망과 아픔으로 배인

송이송이 붉은 장미화였다

 

그 함성에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깨어

손 흔들던 남산의 소나무야

덩실덩실 춤추었던 한강의 물결아

 

언제 다시 깨어나

그날처럼 손 흔들며 춤추려느냐?

 

세월이 지난

지금

한파는 잦아들었고, 봄이 찾아온 길목

연분홍 진달래가 바위 틈새에서

역사는 새록새록 수줍게 피어난다

 -<3·1절 함성> 전문

 

 작가 홍마가에 있어 토포필리아는 네오필리아의 초석이다. 공간애는 창조애의 터전이전이기에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관념 안에 내재한 의미 파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공간 개념은 바이로필리아, 생명애에서 더욱 구체화하고 있다.

 화자에게 조경(藻鏡)은 인생의 경이이고 고통과 진통 그리고 깊은 고뇌가 담겨 있다. 105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외증조부의 나라에 대한 사랑을 은유적으로 그 단서를 포착시킨다. 그 흐름의 원류가 되는 조국애는 작가의 소망이 천국이라는 하늘나라와 동일선에 놓은 것이 아닐까 싶다.

 외증조부는 3·1절 함성이 따듯한 봄날의 정경이 아닌 고난임을 직감하게 된다. 일제의 잔인함에 나약한 존재임을 단식으로 저항하며, 생명의 위협임을 알면서도 스스로 실천하다가 순명(殉名)한다. 오로지 생명을 포기하면서까지 해방조국의 생명의 꽃을 피우기 위한 밑거름이야말로 환희의 시발이기에 온몸을 던졌다. 독립된 국가, 우리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의식의 사랑, 그게 유일한 천착(穿鑿)이리다. 어쩌면 화자도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화자 자신의 목숨도 초개같이 던질 수 있는 용기를 선언하는 것이리라.

 

남쪽나라

한없이 척박하고 건조한 땅에

튼실하게 뿌리 내리고

청초한 모습으로 피어나

온 땅을 물들이는 보랏빛 야생화

 

겨울의 찬기가

남아 있는 잔인한 달 4월인데도

올곧게 서 있는 수려한 자태

완두콩 같은 흰색 봉우리

갓 시집온 새악시 같이

수줍게 미소 짓는다

 

저 멀리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봄바람 타고

펼쳐지는 한바탕 춤사위는

아름다운 꽃향기는 힘과 용기가 되어

텍사스 대평원 곳곳에 날아가며

찬란한 생명의 축제가 열리게 된다

 -<블루보닛(Bluebonnet)> 전문

 

하늘과 산

모든 땅이 정겹게 어우러진 내 조국

간간이 보이는

계곡에 흐르는 맑은 하천은

오랫동안 쌓인 향수를 씻어준다

 

곳곳에 바위 절벽은

병풍처럼 우뚝 서 있고

물길을 호위하는

포근한 정경은 내가 사는

황량한 텍사스에서는 좀체 보기 어렵다

 

桃夭時節(도요시절)

고향을 떠나 이제, 초로기(初老期)에 돌아오니

오랜만에 만난 옛친구처럼

서먹하기만 하여도

부모가 나를 낳고 기르다 늙어지고

묻힌 산하이기에

영원한 내 마음의 본향이다

 -<고국> 전문

 

 화자 지금 텍사스 주()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곳은 항시 건조하며 뜨거운 곳이다. 모양이 마치 주전자 꼭지가 달린 듯한 이곳 텍사스 주화(州花)인 블루보닛, 파란 하늘 아래 척박한 황무지의 땅에서 블루보닛의 고운 빛이 머릿속에서 하늘거린다. //겨울의 찬기가/남아 있는 잔인한 달 4월인데도/올곧게 서 있는 수려한 자태/완두콩 같은 흰색 봉우리/갓 시집온 새악시 같이/수줍게 미소 짓는다<블루보닛, 부분>//고향을 떠나 이제, 초로기에 돌아오니/오랜만에 만난 옛친구처럼/서먹하기만 하여도/내 부모가 나를 낳고 기르다 늙어지고/묻힌 산하이기에/영원한 내 마음의 본향이다<고국, 부분>//에서 위로를 받는다.

 정적인 풍경 속에 동적인 것을 싸안음으로써 적막감을 껴안는 작품이다. 인간은 늘 자연으로부터의 눈뜸에서 시작된다. 인문학적 상상력에 자연과학적 상상력을 결합시키고 있다. 이 두 편의 시에서 달밤의 정취와 향토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한편, 화자는 내 나라 고국을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서먹하지만, 내 부모가 나를 낳고 기르다 늙어지고 묻힌 산하라고 표현한다. 그렇다. 우리가 모두 불현듯 어느 지역에 가보면 타국이지만 어떤 풍경에는 분명히 본 듯한 느낌이 확 들 때가 있고, 내 고향이지만 전혀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회생물학으로 유명한 윌슨(Edward o Wilson)은 생물과 문화의 상호작용을 통한 자연애를 설파했다. “늘 변하는 세상에서 항구적인 것은 자연뿐이다.”라고.

 

유월의

작열하는 루이지애나 사탕수수밭

검은 피부의노예들 거친 숨소리 들린다

 

대저택에서

간간 들려오는 웃음소리

밤늦도록 이어지는

·제 축·제다

 

벌레들 쫓고자

펑카(punkah)줄 당기는

노예 소년의 슬픈 눈망울

 

이백 년이 넘게

바로 이 자리를 지키며

양 줄로 늘어선 떡갈나무들(oak tree)

 

검은 노예들 애환을 담아

밑으로 땅을 보듬으며 뻗어 나간다

 -<떡갈나무 오솔길 대농장> 전문

 

 화자의 중심사상에는 인간애에 대한 본능을 간직하고 있다. 생명에 대한 경애감은 유별나다. 시가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인간학이라 할 때 화자는 그 자리에 늘 참여한다. <떡갈나무 오솔길 대농장>에 관류하는 토포필리아적 사고와 의식이 이를 뛰어넘는다. 사탕수수밭과 검은 노예들의 애환이 등장한다. 백인 농장주인들의 축제에 어린 노예 소년들은 부채 모양의 펑카를 사용하여 벌레가 달려들지 못하게 일한다. 잠자고 쉬어야 할 시간인 어린 그들에게도 입에 맞는 음식이며 편안한 거주지에 달려가야 할 터인데 말이다. 백인 농장주에게 이 소년들은 검은 피부로 혈육으로 이루어진 하찮은(?) 집단이라는 개념이 머리에 박혀 있었을 것이다. //벌레들 쫓고자/펑카(punkah)줄 당기는/노예 소년의 슬픈 눈망울// 화자는 생명공경(生命恭敬)이라는 의식을 구체화함으로써 정서와 의미를 승화시키고 있다.

 우리는 누구랄 것 없이 디아스포라(Diaspora) 즉 실향민인지도 모른다. 바빌론의 유수(幽囚) 이후 세계 각지로 떠돈 유대인과 같이 우리는 실향민과도 같이 고향에의 안주를 소망한다. 그렇다. 이어령의 언술과 같이 김소월의 <강변 살자>라는 토포필리아와 바이오필리아가 우리들의 소망인지도 모르겠다.

 

세상에서 상처받아

위로받을 길 없었던 삶

한숨으로 지새웠던 고운 새악시

 

어느 날 전해진 주의 복음

사랑의 밭에 씨앗 되어

척박한 조선땅에

30, 60, 100배로 열매 맺었다

 

사랑은 낮아짐이요

섬김이요

희생임을 보여준 삶이라,

한 해 아홉 켤레 고무신이 다 헤어지도록

주의 사랑 전하는데 온 삶을 던졌다

 

사랑으로 가득한 가슴

죽음도 그에겐 기쁨이라

돌아오지 못할 길이었어도

고난받는 성도들 손잡아 주려고 달려가

순교의 피를 이 땅에 뿌리셨도다

 

고요히 부는 섬마을 해풍은

잔잔히 나부끼는 봄날의 들풀들

사랑은 부활이라

우리 가슴에 불같이 속살거린다

 -<사랑의 순교자> 전문

 

 부활은 곧 다시 태어나는 생명을 말한다. 죽음에서 재생함으로써 고통을 딛고 일어나 다시금 생성되고 새로운 생명력으로 충일하는 세계, 이는 바로 화자가 그리는 신앙적 세계관이다. 현실인식을 통해 얻어진 고난과 시련, 병마와 질시, 이런 세속적 현실에서 일탈하여 위장되고, 탐욕적인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갑옷을 입게 되는 날, 바로 그런 날들을 시인은 언어로써 새···인 부활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 시는 한국 최초 여성 순교자 문준경을 시화화 한 것이다. 그러나 요즘의 젊은이들은 거부한다. 그럴듯한 고리짝 시대의 소설 같은 고리타분한 이야기라고 한다.

 목회활동의 현장을 보면 생경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 한국의 목회현장에서는 지금도 젊은이들이 이해 못 하는 구어체 성경을 그대로 사용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언어의 품격이 높다나, 아니 목회자들이 그만큼 변화를 싫어하는 것이다. 좋은 예가 있다. 전혀 다른 형태의 새로운 음악이 색소폰이 태평소와 잘 어울려 예배를 보는 것이다. 바이올린의 선율이 이와 함께 어우러지고 게다가 무용단의 아름다운 율동이 함께하면 더한 감동을 준다. 이렇게 다양한 생활 잡화 등을 활용하여 비트 위주의 퍼포먼스를 펼치는 공연예술인 이종(異種) 악기들이 한데 어울려 화음을 이루는 생경한 난타(亂打)라는 음악이 있고, 전통 악기인 해금과 현대악기인 타악기, 오토바이가 시동을 거는 굉음이 한데 어우러지는 음악에서 절정을 이룬다. 신성모독으로 느껴질 듯하지만, 귀청을 꿇듯 이 불협화음이 이루어내는 시대에 목회장소로 이동시켜 접목하면 어떨까 싶다. 

 현대인들은 생경한 이종결합의 선교 및 목회자 의식의 변화를 요구한다. 발상의 변화 전환점이 이미 시작되었다. 퓨전이라고 일컫는 이런 잡종 결합의 장면이 생소하지 아니하다. 패러다임의 변화. 그 변화의 물결이 ··년을 맞이하여 더욱 거세게 밀려오고 있다. 말할 것도 없이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하는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도 오불관언(吾不關焉), 목회자 자세가 변화하지 않는 게 문제일 것이다.

 

 3. 결미

 

 요즘은 아날로그적 서사구조를 그리워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복고풍의 서막이다. 시작품(詩作品)이 가지고 있는 지속적 호소력의 원천 중 하나는 쉽게 이해하고 바로 읽히는 진실의 제시 기능이다. 작품이 구현하고 있는 넓이와 깊이에 따라 작품이 발휘하는 호소력과 느낌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이는 삶의 진실이 잘 드러나 있다고 하는 감탄의 말은, 바로 감동적인 작품을 주제로 토론되는 비근한 독자반응이다.

 홍마가의 제3시집에는 인생의 연륜에서 배어 나오는 지혜가 담겨 있다. 세상의 흐름을 몸으로 겪으면서 기도하고 얻은 깨달음이 큰 힘을 보태준 시가 대부분이다. 그의 시 속에는 절망적 상황에서도 사랑의 본질이 들어 있다. 이는 인간 본연의 정서 회복과 같은 맥락에 놓인다. 화자는 한눈팔기를 하지 않고 작가가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자연사랑과 생명공경에 이를 뿐만 아니라 종교적 지혜와 성경적이고도 철학적인 성찰이 곳곳에 담겨 있다.

 여기에는 홍마가의 인생역사에 부인이 독일 간호사로서의 체험으로부터 얻은 서구적 문화의식(文化意識), 화자의 동양적인 관념이 서로 미국에서 뭉쳐 펼쳐지는 다양한 주제의식(主題意識)에 깊이를 더해 주었을 것이다. 프랑스의 오뜨리브(Hauterives)에는 페르디낭 슈발(Ferdinand Cheval)이라는 집배원이 33년간 돌을 모아 축조한 환상의 성()인 빨레 이데알(Pslais Ideal)이 있다. 이 성에 들어가면 한 사람 또 한 사람의 다른 눈이, 드디어 진정한 사랑의 결실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한다.

 앞으로 홍마가 시인에게는 시대가 요구하는 시문학에 대한 발상, 복고풍의 본질에서도 현대적인 안목을 투시하는 다양한 패러다임 탐색이 필요하다고 본다. 진정한 작가가 되려면 끊임없이 자신의 세계를 새롭게 인식하려는 노력, 즉 허물벗기와 새로운 미로찾기가 필요하다.

 더 나은 정진을 위해 파이팅!

 

 홍마가.jpg

     약력:

1956년 청주 출생, 충북대학교 졸업. 트리니티 신학대학원 졸업. 미드웨스턴 신학대학원 박사. 크리스천문학시 등단 (2014). 시집:민들레 홀씨의 노래』『기적소리크리스천문학 작가상(2015), 국민일보 신춘문예 수상(2017) 현재: 한국문인협회 미주지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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