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소리
은파 오애숙
옆집 할머니가 열린 틈으로 “흠, 사람 살 만 하구먼 그려.”
북적거리는 몸짓에 부러움이 눈망울에 맺혀 문을 닫는다
식솔들의 생활이 내 귀에도 불협화음으로 들려오는 주말
아이는 좁은 공간에서 선물 받은 팽이로 논다고 야단이다
마찰을 이용하여 돌아가는 팽이로 먼저 하겠다 아우성이
천정을 넘어서 옆집과 앞집의 거실까지 건너간 거라 싶다
엄마는 아침 식탁을 준비한다고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한다
주부가 하루에 10리를 걷는다는 것이 무색할 정도라 싶다
떠들썩한 소리에 노이로제 걸리겠다는 말에 ‘그것도 잠깐,
이라는 친구의 소리가 여백의 미가 되련만 분주한 삶이다
10년이 지나야 추억에서나 찾을 수 있건만 매일의 내삶이
프라이팬에서 콩 볶듯 튀겨지는 소리에 익숙해지지 않다
노트북을 열어 자판을 두드리면서도 한쪽 눈은 가자미다
"너 지금 게임을 하고 있네! 엄마는 글을 치면서도 안다"
때론 “대학교 학자금 은행에서 몇 만 불 빌려서 가고 싶니
엉뚱한 게임 하지 말아라. 5년만 잘 참으면 인생 열린다"
엄마의 충고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아이들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함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쓴웃음이 미소한다
비게인 정오련만 삶이 중년의 무게에 눌려 오십견이 온 듯
뻐근하다고 맘에서 소리쳐보나 대신 살아주지 않는 게 삶
나목에 물올라 수액 타고 새순 돋아 살랑이는 봄날의 삶이
사내들 등쌀에 왈패 아줌마 따로 없다고 심연에 울부짖어
삶이 우울한 고목 같다지만 고목에도 꽃들이 피고 있는데
'10년 더 지지고 볶여야 하나!' 허나 그것이 삶의 소리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