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여성의 비극 / 영화 <까미유 끌로델>을보고.


 

회색빛 축축한 날씨속에, 비포장된 도로를,  덜컹거리며  달리는 차 한대가 있다. 굵직한 쇠창살이  작은 차창속의 여인을 짖  누르는듯 하다.  힘없이 유리창을 치며, 절규하는 작은손, 헝클어진 머리에 눈물로 얼룩진  얼굴, 그제야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깨달은 듯한, 겁에 질린  눈빛, 하소연 하는 그녀의 모습은 점점  힘을 잃어가고, 그녀를 실은 검은 차는 소리도 없이 길을 따라 사라지고  있다.  바라보는 어머니와 동생의 무표정한  얼굴이 클로즈업 된다.  영화 <<까미유 끌로델>>의 마지막 장면이다. 

19세기를 살았던 여성 예술가 까미유 끌로델 의 을 보면서, 현재의 21세기와 맞물리는 감정은, 그동안의 긴 세월 속에 별반 달라지지 않은 여성에 대하여 생각하고 보는 눈일 것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여성 평등과, 성 차별에 평등 하다고, 정치적 으로 공약도 하지만,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남 여의 차별을 피부로 느낀다.  갑과 을의 사이가, 남과 여의 사이로 돌변하는, 사회의 비리를  ‘ME Too’  사건으로 보고 있다.  얼마나 큰 충격과 트라우마로 살아가는 여성들이 많은지 놀라지 않을수 없다. 사회적으로 점잖고 유명한 예술인, 서정적인 아름다운 시집을 낸 지식인, 정계를 휘두르던 정치인등 연약한 여성들에 대한 부도덕한 행위로, 그들이 평생 쌓아올린 명성과, 사회적지위를 , 하루아침에 잃고 추락 하는 것을  방송과 신문지면을 통해 본다. 얼마전 연극기획자 이시며,  감독이신 여성예술가의 인터뷰를 본적이 있다. 예전에는  우리나라 여성들이 예술의 전문적인 교육을 못 받았기 때문에 여성예술가가 되기 위해선 혹독한 현장의 배움과, 가르침이 뒤따라야 했기 때문에 그과정에서 부작용이 많았는데, 지금은 교육도 많이 받고, 어려서부터 재능을 살려주는 교육을 받지만, 전부터 내려오는 교육방식이 남아 있어서 그것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여자 예술가로 살아가는 길이 아직도 어렵다고하는 인터뷰를 보았다.

19세기의 불란서는 사회적으로는 혼란기였지만 예술적으로는 많은 발전을 이루고 있던 시기였다. 문학작가로는 <<레미제라블의 >>의 빅토르 위고와, Clair de lune (달빛) 을 작곡한 드뷔시, 까미유 끌로델의 연인이자, 스승인  조각가 어귀스트 로댕 이 있었다. 문학과, 예술지망생들은  이들의 제자가 되려고 하였다.

예술학교에 다닐수 없었던 19세기의 불란서 여성들은 집에서 취미정도의 예술의 길을 가야만 했다. 어려서부터 천재의 재능을 보여온 까미유의 로댕과의 만남은, 세상에서 최고의 행복과 이제는 펼쳐질 자기의 넓은 작품 세계를 꿈꾸어 왔지만, 그당시 불란서 나라의 제도권적인 예술가 로댕의 마음은, 까미유와는 달랐다.

첫째 아들을 잃은 까미유 부모의 상실감 뒤에 태어난 그녀는 여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태어 나면서부터 미움과 적절한 보살핌을 받지 못한채 유아기를 보냈다. 그 사랑의 결핍으로 까미유는 더욱더 로댕에게 집착 했을수도 있다. 로댕에게는 사귀던 여자도 있었고, 까미유의 사랑도 무시했고, 예술적인 작품활동도 제지한 로댕 이었지만,  가족과 모든사람 에게  외면 당한 사랑을,  까미유는 로댕 에게서 찾고 싶었던것 같다. 에릭슨(심리학자)에 의하면  아기는 태어 나서부터  일년동안 보살핌과 사랑을  잘 받지못하면 세상을 불신 한다고 하며 이런사람은 조현병이나 편집형 인격장애에 걸릴수 있다고 한다. 조현병의 증상은 환각과 망상이 있다고 한다.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나라에는 아직도 남아선호 사상이  남아 있다. 몇 년전 만해도 초등학교 교실에 3:1의 비율로  남아가 많았다고 한다. 1970년대의 우리나라 에도 아들이 없으면  며느리가 소박 맞기도 하고, 남편이 집안에 여자를 둘씩 데리고 살아도 아이를 못 낳으면  아무말도 못하고 살아야 했던 시절 이었다. 딸만 있는 집의  며느리 구박은 당연히 받고 사는 것으로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여자 목소리가 담장을 넘으면 안된다” 또는 “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 라는 모순된 속담은 내가 크면서 들어온 말이다.  우리사회에 만연하게 들려오는 소리 였기에 아무 거리낌 없이 들어왔다. 사회의 얼마나 큰 모순 덩어리인가!  

19세기의 불란서는  조각의 전성기였다. 나라에서  조각을 장려하고, 로댕은 정부로 부터 단테의 <신곡을> 주제로 <지옥의문 porte de l'enfer >을 제작한다. 까미유의 실력을 인정한 로댕은 까미유에게 많은 작품의 영감을받는다. 로댕의 예술적인 지위까지 쫒아 올라오는 까미유에게, 로댕은 예술적으로 관대할수가 없다. 예술적으로 관대하지못한 로댕에게 저항하며, 처음으로 사랑을 느낀 로댕 이라는 남자의 사랑만을 갖고싶은 까미유는 억제하지 못하는  자신의 갈등, 자기 자신에 대한 혼란과, 로댕의 애인이라는 이유로 예술적 지위의 하락 속에 사회 로부터 고립 당하는 파멸의 길을 걷는다. 천재예술가 로서  사회의 어두운 곳에 매장되어 이름도 없이 빛도없이 가족이라는 울타리 밖에서 신음했던  슬픈 역사다.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의 젊은 사람들에게는 상상도 할수 없는 일이지만, 사회 어두운곳 어디서 지금도 여성의 성 차별성이 일어나고 있을수 있다. 여성 예술가로서의 삶속에서  시대는 구조적인 제약 속에 구속을 받게 된다. 천재적인 재능의 까미유가 21세기를 살아간다면 어떠했을 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자이기 때문에 라는 전제는  붙지 않았을 것이다.여자 로서의 행복도 누리지 못했던 까미유가  로댕에게 본능의 집착성을 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것이다.

가끔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나 근대미술관(MoMa)을 찾는다.  하루에 다 볼수 없을 만큼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전 까지는 유명한 작가의 그림 이어서, 아니면 유명한 조각가의 작품 이어서 사진도 찍고 했는데 영화<<까미유끌로델>> 을 보고 나서는 감상 하는 방법이 바뀌었다. 작가의 혼을 보게 된다. 한줌한줌 흙을 이겨서 만든 작품과, 징으로 혼을 불러 쳐서 만든 돌과 대리석 조각품, 많은 이름없는 무명 작가들이  함께 피와 땀을 흘려만든 완성품 이다. 실로 거대한 작품 앞에  붙어 있는 이름은  나에게 중요 하지가  않다.  작품을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는 길이 남겠지만, 같이 작업하며 피땀흘린 모델들과 무명작가들의 보상은,  관람하는 우리들의 몫이  되었다. 로댕의 ,<생각하는사람>도 까미유와 많은 무명작가 속에서 이루어진 <지옥의문>중에 하나의 작품이다. 중.고등 학교 미술교본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로댕의 작품이다. <생각하는 사람>의 발은 까미유가 작품에 참여한 것으로 보고 있는 학자 들이 많다. 로댕이 제일 처음 까미유를 조각가로 인정한 것이 대리석으로 만든 발 모양 이었기 때문이다. 진정한 혼이 담긴 예술가의 길을 걷고 싶었던 까미유는 19세기 역사가 만들어낸 슬픈 희생자 이기도 하다. 무지속에 지나쳐온 시대속에서, 무참하게  꺾인 안타까운 여성 예술가 인것이다. 

1970년대에  초.중.고 학교를 다녔던 나로서는 영화의 상황속에 조금은 이해를 한다. 남녀차별이 유난히 많은 우리나라에서 많은여자들이 고등교육을 받지못했다. 특히 시골에서는 농사를 짓는집이 많아서 여자들은 주로 집안 일만을 많이 했던 기억이 있다. 어머니의 시대엔 글만 깨우쳐도 굉장한 시대였다. 여성의 차별이 뿌리깊이 박혀 있었으나,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화가인 나혜석(1897년 4월28일~1948년12월10일)은 일제강점기의 소설가 이며 작가, 시인, 여성해방운동가, 언론인으로, 한국의 여성 지식인이며,남녀평등과 여성의 권리운동을 전개했던 여성 이기도 하다. 여자들도 사회와 가정에서, 전문적인 지식인 으로써,  교육을 받으며 평등과 차별이 없는 시대에서 살아 간다면 진정한 여류 예술인 으로써, 밝은 사회에서 후세에 더 빛나는 전문인으로 살아갈수 있으리라  생각을 해본다. 우리나라에도 천재성을 지닌 어린 예술가들이 성인이 되고 장년이 되어, 훌륭하고 유명한 예술가로 되기 까지의 과정이 험하고 어려운 길 이겠지만,  전문적인 교육속에서,  밝은 사회의 구성원으로, 진정한 예술인이 되고 ,전문인이 될수 있도록, 나라와 가정에서  힘써야 할것이다. 너무도 어려운 시기에  태어난 천재조각가 <까미유 끌로델 1864년12.8~1943년10.19> 의 의 작품은 파리 로댕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로댕의 조수로, 연인으로 있으면서 ‘칼레의시민' 지옥의문' ‘입맞춤'을 같이 작업을 하였다.  1892 년 로댕과 헤어진후 빈곤하여 우울증과  정신분열증 까지 보이기도했다. 알코홀에 의존하는 비참한 생을 보냈다. 어머니와 동생이 보는 앞에서 정신병원으로 보내지는 19세기를 살았던 천재 여류조각가 까미유끌로델,  30년의 세월을  정신병원에서 보내야 했고, 여자로 태어나 어머니한테 외면당하며, 성차별로 인한 예술가로서의 고립, 힘있는 사람앞에서 무너질수 밖에  없는 사회에서의 여성 차별 은 그시대를 살았던 여성들의 비극이 아닐수 없다.  특히 가족에게 서까지  철저하게 외면당한 사랑은  까미유 끌로델 에게는 잊고 싶은 고통스런 일이다.  감옥 같은 검은 차에, 실려가는 까미유를 보면서 남은 자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당연함으로  혹은 연민의 정이라도 남아 있을까.  멀어져가는 차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싸늘한 눈매가 가슴속에 오래  박혀 있다. 여성이 살아 가야하는 시대는, 과거와 지금까지도 서로 맞물려 돌아 가고 있다. 그속에 여성의 평등화와, 남,과여의 차별성이 정돈된 사회, 옳은 길을 가고 있는 사회라면 ‘Me Too’  같은  불미스런 일이 없는 시대 이길 간절히 바래본다.  

영화 와 각종미디어를 통하여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을 만난다. 종교적으로 위장한 성착취의 시대를 고발하고, 어린 학생들이  무고하게 당했던 학교 폭력에  대하여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들끓고 있다.  시대가 변하여 이런 무뢰한 행동들이 설수 없는 시대가 된것이다.  아픈과거 이지만  희생자로만  살아 간다면 새로운 길의 방향은 찾기가  힘들다. 시대와 같이 변하고, 가야하는 길이기 때문에  인문학적으로 나의 감정과 생각을 펼쳐보며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30년전 이민자의 생활을 하면서도 직접 듣지는 못했으나 가끔 느꼈던 인종 차별이나, 여러 인종들이 사는 뉴욕 에서도 아랍 여인들의 히잡 이라든가, 옷차림속에서 아직도 많은 나라들이 여성폄하와 ,성 차별을 갖고 있다. 어느 나라에선  고등학생이 버스에서 히잡착용을 안했다는 이유로 구타하여 끝내 사망하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슬프지만 현대의 이야기이다. 종류는 다르지만 일부 다처제의 나라도  58개국이 존재한다고 한다. 이런 나라에서  여성의 평등과, 여성의 지위는  논의할 대상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생각도 못할 일이다. 얼마전  한국을 사랑하는 미국인 친구에게 우리나라의 오만원 짜리 지폐를 보여주며  사임당 신씨의 이야기를 해줬더니 ,최 고액권에 여자의 얼굴이 들어가 있는 것이 너무 멋있는 코리아 라고 하며  웃는다. 내가 생각을 해도 많이 변하고 발전한 우리나라이다.  

사방이 캄캄한 파리 변두리의 스산한 저녁, 내일의 조각 작업을 위하여 눈이 내리는 날씨에도 흙을 구하러 찾아 나선다. 어린 여성의 조각예술 작품에 대한 열정은 그 누구도 막을수 없다. 흙을 찾아서 작업실로 가는 까미유의  뒷모습 속에, 그녀의  예술의  혼이 보인다. 천재적으로 타고난 예술의 재질과, 조각의 재능이 그녀의 삶에서 영원 하지는못했지만 

몇점 남지않은 그녀의 작품 속에서 영원히 빛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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