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커피
유경순
밤새 꿈을 꾼 날 푸르스름한 새벽
구부정한 새벽달이 부엌 창에 찾아와
남빛으로 물든 식탁 위에 앉는다.
쪼르르 흘러내리는 커피 소리가
달빛을 쪼개고
심장을 훔치는 갈색 냄새가
서늘한 새벽을 흩어놓는다.
어릴 적 아버지의 투박한 컵 속
김 서린 검은 물에 혀를 담그곤
마당으로 뛰어나가 퉤하고 뱉어내며
다신 상종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흑장미의 잔가시 같은 향내를
깊은숨으로 들이마시곤
사그라드는 몸속에 신열을 느꼈다.
당분간 끊으세요
아침 빈속에 안 좋으세요
아! 예
쪼개진 달빛
느릿한 발걸음으로 뒷걸음치는 새벽이
뭉치고 뭉쳐져
지구를 거꾸로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