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커피

조회 수 7 추천 수 0 2024.11.15 20:37:25

모닝커피

 

                         유경순 

 

밤새 꿈을 꾼 날 푸르스름한 새벽

구부정한 새벽달이 부엌 창에 찾아와

남빛으로 물든 식탁 위에 앉는다.

쪼르르 흘러내리는 커피 소리가

달빛을 쪼개고

심장을 훔치는 갈색 냄새가

서늘한 새벽을 흩어놓는다.

 

어릴 적 아버지의 투박한 컵 속 

김 서린 검은 물에 혀를 담그곤

마당으로 뛰어나가 퉤하고 뱉어내며

다신 상종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흑장미의 잔가시 같은 향내를 

깊은숨으로 들이마시곤 

사그라드는 몸속에 신열을 느꼈다.

 

 당분간 끊으세요

아침 빈속에 안 좋으세요

아! 예

 

쪼개진 달빛

느릿한 발걸음으로 뒷걸음치는 새벽이

뭉치고 뭉쳐져

지구를 거꾸로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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