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사람보다 낫다'

조회 수 1565 추천 수 2 2015.12.22 19:5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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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사람보다 낫다

 

사람이 짐승보다 못한데서야 말이 되는가. 그렇다. 말이 안 되는 소리다. 하지만 짐승보다 못한 사람이 있다는 게 문제다. 세상사 돌아가는 모양 세가 너무 험악하다. 윤리니 도덕이니 하는 게 거추장스러워서 일까.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주고받는 대화 속에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얘기를 쉽게 한다. 그런가 보다. 하지만 세상이 너무 한 게 아니고, 그 가운데 주인 노릇하는 사람이 너무한다는 생각이다.

오늘은 청둥오리의 애절한 사랑의 애기를 하고 싶다. 조류에 대한 식견이 없는 필자는 청둥오리는 어떤 새일까 가 궁금해 졌다. 그래서 백과사전에서 도움을 얻기로 했다. 청둥오리는 기러기 목(), 오리 과()에 속하는 북반구에 흔한 야생 오리를 일컫는 말이다. 청둥오리의 대부분은 집에서 기르는 오리의 조상이며, 몇몇 품종 가운데 청둥오리는 유럽·아시아·아프리카 및 북아메리카 북부에 걸쳐 번식하며, 남아프리카·인도·멕시코 등지에서 겨울을 난다. 수컷은 머리가 금속성을 띠는 녹색(빛에 따라 자줏빛으로 보이기도 함)이며, 가슴은 붉은색, 몸 깃은 밝은 회색이다. 암컷은 황갈색의 얼룩무늬가 있다. 암수 모두 부리는 황색이고 날개에 자줏빛 청색이 도는 무늬가 있으며, 날개의 앞뒤를 구분하는 흰색 무늬가 있다. 몸길이는 수컷이 60, 암컷이 52이고, 날개 길이는 2330이며, 꼬리 길이는 7.49.9이다. 잡식성이므로 풀씨와 나무 열매 등 식물성 이외에 곤충류와 무척추 동물 등 동물류도 먹는다. 산란기는 4월 하순에서 7월 상순 사이이며, 한배의 산란 수는 612개란다.

유달리 호수가 많은 포코노(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새들 중에 청둥오리를 빼놓을 수 없다. 언제나 호수를 종횡무진하며 정겹게 노니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진솔한 동류(同類)애와 행복과 평화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주고받는 그들의 대화를 몸짓으로 소리로 의사를 표현한다지만, 어림잡아 그러려니 하지만 아무튼 어설프기도 하고 신기하기만 하다. 거기에는 다툼도 없고 배신도 없을 듯싶다.

숲속에 가려진 호수 길은 그리 넓지 않은 한적한 길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기이한 사건에 자동차를 멈추었다. 아마 청둥오리 한 마리가 교통사고를 당했는지 길 한 복판에 죽은 듯 쓰러져 있고, 또 한 마리는 그 곁에서 특유의 소리를 내며 쩔쩔 매는 장면이 전개되고 있었다. 나는 한참이나 멍하니 바라보았다. 쓰러져 있는 것의 몸집이 약간 작은 것을 보아 암컷으로 보이고, 그 곁에서 사력을 다해 이끌고 찻길을 벗어나 호수 가로 이동하려는 녀석은 수컷인 듯 했다.

수컷은 날개를 폈다. 그리고는 쓰러져 있는 암컷을 감싸 안고서, 있는 힘을 다하여 끌려고 했지만 그리 쉽지는 않았다. 계속해서 부르짖는 수컷의 특유한 소리는 너무나 애절하게 들렸다.

"얼른 일어나요, 호수로 가야 해요, 여긴 위험하니까요......,"

수컷은 같은 행동을 수없이 되풀이 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 수컷의 지구력이 대견스러웠다. 생각 같아선 자동차에서 내려 도와주고 싶었지만, 그러면 오히려 수컷에게 위협을 느끼게 할 것 같아 대책 없이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 쓰러져 있는 암컷을 날개로 쓸어안고 호수 길 섶으로 끌어내려는 수컷의 힘겨운 역사는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일어나요, 왜 이러고 있는 거야……."

정말 애절하고도 눈물겨운 장면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수컷의 살신성인이라 할까, 눈물겨운 노력으로 쓰러져 있던 암컷을 기어이 길섶으로 옮겨 놓았다. 수컷은 암컷의 곁을 떠나지 않고, 무언가 계속 주절거리고 있었다. 아마도 애절한 사랑의 밀어이리라.

호수 길에는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길섶 암컷 곁을 지키고 선 수컷의 모습을 뒤로하고 다시 핸들을 잡았다. 나는 돌아오면서 뭔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너는 사람보다 낮다"

조류 애호가들의 예기를 들어보면, 청둥오리 암수의 애절한 사랑의 이야기는 그리 희귀한 일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필자는 처음 겪은 사건이라 지금도 그때 받은 충격이 마음 깊숙이 자리 잡고 지워지지 않는다. 우리 서로 서로 사랑하면서 살수는 없을까. 우리 서로 서로 협력하면서 살수는 없을까. 그리하면 내가 사는 사회가 한층 더 아름답고, 한층 더 밝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다.

나는 오늘도 그 호수 길을 지난다. 호수에는 예전처럼 평화로이 노니는 청둥오리 떼를 본다. 나는 지금도 그 청둥오리 암수의 애절한 사랑을 잊을 수 없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찡해 옴을 느낀다. 저 가운데는 그 때 그 애절한 사랑의 주인공도 있으려니 하면서......,

그리고 기사도를 발휘했던 그 청둥오리의 수컷을 향해 꼭 들려주고 싶은 한 마디가 있다.

 

"너는 사람보다 낫다!"


이금자

2016.01.23 07:00:31
*.17.30.152

  선생님의 글을 읽고 마음이 짠~~해지네요.

  사람들은 머리가 나쁜 사람보고 새 대가리라고들 하지만. 그것도 잘 못 된 표현이라는 것을 저도 느낀적이 있었답니다.

  보스톤 어느 바닷가에 앉아 갈매기를 보고 있었습니다.  자맥질을 하던 갈매기가  홍합을 따서 높은데 가서

  자갈밭으로  몇 번인가 던지다가  깨지지 않으니까 아스팔트로 나가서 더 높은데서  던져 깨지니까

  내려와서 국물까지 말끔히 먹어 치우는 것을 저도 봤거던요.  너무 신기하더라구요.

   마음에 오래도록  남을 수 있는 글.   그리고 친구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 감사히 읽고 나갑니다.

  이 이야기를  한국의  노인들에게 전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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