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를 보며 / 석정희
가을입니다
구월도 가고
시월이 갑니다
늦기 전에
더 늦기 전에
사랑하라 말합니다
나무들도 벗고
열매를 달고 있습니다
더는 감추지 못하고
가슴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감추고 감싸던 마음
드러내 속을 보입니다
속 보이는 것을
사랑이라 말하라 합니다
비바람 햇살에 익혀 온
속살을 드러냅니다
나무가지에 매단
비인 그네가 흔들립니다
누구의 손이 닿아
이렇게 흔들리는 것입니까
보이지 않는 그이를
볼 수 있는 지금
익는 아픔을 터뜨려
사랑한다 고백하라 합니다
늦기 전에
더 늦기 전에
가슴을 터뜨려
속살을 보이는 석류를 보며
더 늦기 전에
고백하는 사랑을
듣습니다
봅니다
가슴에 받아 품습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