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힘센 것들이 싸우는 틈바구니에서 약자가 공연히 피해를 본다’는 뜻이지요. 기발하고 놀라운 표현력입니다.
조선 중기 사람 홍만종이 ‘순오지(旬五志)’라는 평론집을 지었는데 그 안에 속담들에 관해서도 실어 놓았습니다. 속담 가운데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를 ‘鯨戰蝦死(경전하사)’라고 한역(漢譯)한 대목이 나옵니다. ‘고래 경’에 ‘새우 하’자를 써서 ‘고래가 싸우면 새우가 죽는다’는 뜻이겠는데, 우리말 속담 표현에 비하면 말맛이 한참 떨어집니다. 가을이 좀 익어 가면 서해안 여러 곳에서 대하축제가 열리지요. 그 대하(大蝦)가 바로 ‘큰 새우’입니다.
큰 것들 사이에 끼어 있어서 위축되거나 해를 입는 것을 뜻하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와 비슷한 말로 ‘독 틈에 탕관’이라는 게 있습니다. 커다란 독(항아리)이 늘어선 사이에 약을 달이는 데 쓰이는 작은 그릇인 탕관(湯罐)이 끼어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둘은 엄연히 다른 역할을 하지요.
한국을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듯 강대국들 사이에 끼여 힘겹게 살아가는 처지라고 하는 측도 있는데, 그런가요? 요즘 대외 정세가 복잡합니다. 우리는 작지만 ‘큰 고래’가 되는 방법을 찾거나 역할이 분명한 ‘탕관’이 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