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호 시인

조회 수 899 추천 수 7 2020.05.01 03:39:12

 

                       

 

                                    김준호 제1시집 축제의 노래

                                        -새로운 시선으로 허물벗기를 그리기-

 

 

                                                                                           강 정 실

 

 

 

 1. 들어가기

 

  우리는 21세기, 변화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새로운 개념의 엄청난 폭증과 정보화는 우리네 삶의 의식과 가치를 흔들어 놓고 있다. 환경오염에 따른 생명의 위기, 인간성의 타락, 물질 만능의 사고, 편리위주의 개인주의적 사고 팽배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느냐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문학계에도 이런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문학인이든 아니든 시를 좋아하여 시를 쓴다는 사람들이 많다. 시는 짧고 외우기 편하며 문화적 대화를 쉽게 이어질 수 있어 좋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그들의 작품을 살펴보면 삶과 주변에서 일어나는 인생의 이야기를 서사적이거나 서정적으로 작품화시켜 놓은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이렇듯 대부분 일반적 경험이나 체험에 의한 시()지만 김준호의 시는 다르다. 언어미학적으로 창조한 미적 관조의 산물로 일상적 삶을 성경에 나오는 인물들이 시에 접합되어 있다. 성시(聖詩)인가? 전혀 아니다. 그는 가슴 속에 묻혀 있는 삶의 진실과 본질을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과 자연물에 대비시킨다. 그 탓에 그의 문학 언어는 일상 언어에 가해진 조직적인 문학 언어를 다룬 담론 형식들과 구별해주는 다양한 방식을 뒤틀어 놓은 것이다. 어쩌면 문학에서 형식주의를 깨어버린 시클롭스키(Shklovsky,V)'낯선 미로찾기'의 요체를 보는 듯하다. 이럴진대 그의 문학적 안목은, 성경에 익숙해 있는 독자들에게는 전혀 의도하지 않은 이단화가 된 듯한 일상 언어처럼 낯설어지고 생소한 언어로 둔갑하기도 할 것이다.

 

 2. 작품 읽기

 

더는 사랑하지 않으려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뒤뜰에

홀로 핀 꽃 한 송이

 

눈비 폭풍우 다 맞아도

가녀린 뿌리

뒤뜰에 내려

떠날 수 없는

떠나려 하지 않는

 

뿌리가 뽑힐 듯한 바람 속

극심한 고통을 견디는 꽃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뒤뜰의 주인

 

살아야 하기에

아늑한 주인의 방

아담한 꽃병에 꽂힐 수 없는

 

그저 주인의

따스한 눈빛에

"내가 왜 여기에 피었을까?“

묻지 않는

꽃 한 송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뒤뜰(전문)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그는 1982년 미국에 정착하여 40년 가까이 살아가고 있다. 강산이 네 번이나 변하는 동안 미국에서의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 이질적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격동의 시대를 보내고 있으니 그동안 여울여울 살아오지 아니하고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의 업()은 남의 일로, 수신(修身)과 제가(齊家)는 낯선 미국이라는 운명에 생()닻을 높이 올리고 옹차게 살아왔을 것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집 뒤뜰에 홀로 핀 꽃 한 송이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삶을 반추해 보는 것이 얼마나 자연스러운가. "내가 왜 여기에 피었을까?"라고 어찌 묻지 아니할 수가 있으랴. 그 꽃 한 송이에서 자신의 거칠어진 피부를 보며 심장의 박동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바위를 뚫고 피어난 꽃

 

그 삶이 어여뻐 따려고 하니

새가 되어 하늘을 난다

잠시 날개 접고

옆에 앉으라 하니

날개 얼굴을 스치며

저 높은 곳으로

 

그 땀 냄새 맡으려 하니

사공이 되어 거친 강물에 뛰어든다

나뭇잎 배 저어 급류를 헤쳐 갈 때

강변에 잠시 쉬어 가라 하니

찬물 한 움큼 뿌려 주고는

저 넓은 곳으로

 

그 마음 들여다보려 하니

詩人이 되어 길을 떠난다

길가에 잠시 쉬어 가라 하니

한 수 던져 놓고는

저 먼 곳으로

 

가나안 땅에 뿌리내린 듯

환하게 웃으며 춤추는

처절하게 아름다운

뿌리 깊은 꽃

-뿌리 깊은 꽃(전문)

 

  그는 노래하듯 새가 되어 하늘을 날아, 높고 넓은 먼 곳에 뿌리내리다 보니 어느덧 농익은 음유시인이 되어 과거를 회상하며 노래한다. "가나안 땅에 뿌리내린 듯/환하게 웃으며 춤추는/처절하게 아름다운 /뿌리 깊은 꽃"이라 한다. 그가 노래하는 가나안이라는 철옹성에 안착하기까지 처절한 인내와 고통을 통해 찾은 곳이다. 어찌 이곳이 아름다운 뿌리 깊은 꽃이라 말하지 아니할 수 있으랴.

  그가 살아온 시대적 배경과 상황 일부를 간과하지 아니할 수 없다. 그는 1954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를 졸업하고, 1994년 미국 미네소타대학에서 의료정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곤 애틀랜타에 있는 영국계 새지소프트웨어회사(Sage Software, Inc)에서 26년간 근무하고 있고, 이순(耳順) 하반기가 넘도록 지금껏 뗏목인생을 살아가면서 2011년 겨울에 시인이 되었다. 그것도 어느 날, 뮤지 女神에게서 영감을 받아 개인 블로그를 통해 활동하던 중 2011년 이혜너 시인의 추천으로짚신문학을 통해 늦깎이 시인이 되었다. 그러면서 현재 각종 문학지 및 시 활동, 시 낭송회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 선망의 대상인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했으니 국내에서도 좋은 직장이 보장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6·25전쟁으로 1950년대의 한국은 가난했던 시대, 뒤이어 민주화의 꽃이 필 무렵 군사정권 아래 경제부흥을 외치던 유보된 자유시대, 궁핍하고 험난하던 정치적 혼란시대의 강을 건너던 그 시절 그는, 자유와 평화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마!

마누라의 한마디에

내 삶은 고요해졌다

마치 예수님의 한마디에

조용해진 갈릴레아 호수같이

 

수년간 쌓아 온 깊은 기도와

진리로 도배된 책들과

수많은 생각으로도

찾을 수 없었던 길이

한마디에

안개 걷힌 계곡같이

그 모습을 드러내니

 

하와의 한마디에

죄를 지은 아담같이

나도 생명의 열매를 이렇게

-한마디(전문)

 

  멋진 낭만을 외치며 큰소리치던 우리의 남성시대는 흘러갔다. 어느덧 가정에서까지 부인의 이야기가 모든 게 편안해지는 시대가 되었다. 그의 시 <한마디>에는 예수의 꾸짖음에 바람 불고 큰 풍랑이 휘몰던 갈릴레아가 잔잔해졌다는 단축의미형 성경 구절을 시어(詩語)로 등장시킨다. 비유법치고는 파격적이다. 두 부부가 다투다 하지마!”라는 부인의 강한 외침에 싱겁게 마무리가 되고 만다. 그런데 전과 후가 달라지며 분위기가 어느 정도 삶이 고요해졌었으면 갈릴레아 호수까지 생각났을까. 피식 웃음이 나오면서 평자의 마음도 복잡해진다.

  쪼그라든 남편의 인생, 하와의 꼬임에 죄를 지은 아담같이 끽소리 못하는 처지가 되었으니 과연 퓨전시대의 개막은 틀림없는 것 같다. 더군다나 이곳은 여성 상위시대의 미국이 아닌가. 이어령의 말과 같이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21세기 지구촌은 이미 탈중심적, 다윈적인 평등의 세계로 나가고 있다. 앞으로의 여성 상위시대는 통제 불능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 했다.

  이것뿐만 아니다. 21세기 문학에서도 퓨전(Fusion)과 혼합을 강조한다. 이런 경향은 사진이 미술과 결합하고, 음악과 문학, 문학과 미술 모두가 컴퓨터로 모여 예술행위를 한다. 이렇게 새로운 문화적 환경에 대처해야 할 길을 찾아야 하는 시대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하지마!"라는 단호한 여성의 한마디가 21세기를 움직이는 키워드로 작용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싶기도 하다.

 

모세를 닮은 듯도 하다

광야 40년의 풍진에도 정기가 번득이던 그 눈빛

이 꽃에 내려앉았나

 

다윗을 보는 것도 같다

아름다운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하느님 찬양에

남자들의 자존심은 이른 봄 고드름

이 꽃술에 입 맞추고 싶어라

 

삼손 같은 힘은 없으나

당찬 가슴으로 수천수만의 야만인을 물리치니

그 꽃술에 입 맞추고 싶어라

 

시바의 여왕의 미모는 없으나

깊이를 알 수 없는 지혜로

솔로몬의 가슴을 설레게 하니

그리스도를 이 꽃에서 찾았나니

 

유다를 감동시킨 타마르의 희생으로 두구를 쓰고

라합의 믿음으로

룻의 용기로 칼을 들고

밧세바의 아름다움으로 갑옷을 장식하고

마리아 막달레나의 사랑으로

두 발로 꼿꼿이 섰으니

! 하느님 어머니 성모님을 닮았어라

 

女人天下는 바로 저 앞 건너에

-女人天下(전문)

 

  이 시는 한 여인에 대해 신구약 성경에 나오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모세, 다윗, 솔로몬, 삼손, 유다에서 시바, 라합, , 밧세바, 마리아 막달레나와 성모까지다. 퍼뜩 파리 루브르박물관을 세 번이나 찾아가서 관람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떠오른다. 시와 희곡은 현재 시제가 기본이다. 그렇다면 이 여인천하의 당사자는 어디에 사는 누구일까? 윤동주의 <십자가>라는 시가 있다. /괴로웠던 사나이/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처럼/십자가가 허락된다면/모가지를 드리우고/꽃처럼 피어나는 피를/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조용히 흘리겠습니다./

  윤동주의 시는 십자가를 제도적 상징으로 십자가 자체를 희생을 의미한다. 또한 "꽃처럼 피어나는 피"는 자기희생을 통한 자기 구원을 암시하는데, 어느 한 여인이 하느님의 어머니 성모를 닮았다는 이 시, 키치(Kitsch)가 난무하는 시문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속중화를 닮은 시가 되지 않을까 걱정 되기도 한다.

 

(1)

열심히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문이 나의 열정으로 녹아내릴 때까지

 

들어 오지마!

이 말에 나의 열정은 얼어 버리고

나의 두드림은 어설픈 조각물이 되어

문 앞에 서 있었다

 

"들어와!"라고 했다던데

몸은 문 앞에

내 마음은 저 멀리

남십자성을 헤매고 있었는지

 

그저 창문으로

빼꼼히 들여다보는 것으로

키워 온 꿈을 마무리했으나

 

들어와!

이 말은 여전히

깊은 한숨으로 살아 있다

-들어와! (전문)

 

(2)

어두컴컴한 방에서

안갯속을 걷듯이

를 읽는다

하느님도 그 속을 모르는

女子가 쓴

를 읽는다

밤안개에 들어선 내가

보이지도 않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관계하라

방 안의 희미한 촛불도 끄고

를 읽는다

 

안갯속 기분을 그대로

컴컴한 이 기분 그대로

를 쓰리라

나를 연모하는 女人

밤 안갯속에서 길을 잃도록

아니 길을 찾지 않도록

를 쓰리라

 

반딧불 하나 조차 허용하지 않는

깊은 어둠 속에서

내 작음 숨결을

내 떨리는 손길을

내 지독한 그리움을 느끼도록

를 쓰리라

-밤 안개(전문)

 

  작가 대부분은 어떤 특출한 영감으로 작품을 창작하는 천재가 아니다. 한 작품의 탄생을 위해 수많은 고통과 번뇌가 수반된다. 어떤 이는 산고를 겪은 출산물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이러하듯 모든 예술 작품은 생산한 작가의 얼굴이 된다. 특히 자기 관조와 성찰의 경향이 짙은 시를 '작가=작품'이라는 등식이 성립하게 된다.

  그도 시작(詩作)에 대해 이렇게 고백하고 있다.

  /"들어와!"라고 했다던데/내 몸은 저 멀리/남십자성을 헤매고 있었는지/그저 창문으로/빼꼼히 들여다보는 것으로/키워 온 꿈을 마무리했으나/들어와!/이 말은 여전히/깊은 한숨으로 살아 있다(들어와!)//반딧불 하나 조차 허용하지 않는/깊은 어둠 속에서/내 작은 숨결을/내 떨리는 손길을/내 지독한 그리움을 느끼도록/를 쓰리라(밤 안개)

  그렇다. 한 편의 시를 창작하기 위해 많은 날을 두고 수십 번 반복해 퇴고한다. 그렇게 고생해 만든 결과물인데도 자신이 원하지 않는 엉뚱한 곳에 머물러 있고, 반딧불조차 허용되지 않는 작품 자체에 회의가 들어 깊은 한숨을 쉴 때가 잦은 것이다. 애써 탄생시킨 회화 작품을 많은 평자들은 마치 싸구려 물건, 이발소 그림이나 페인트 그림, 조악한 것, 이상야릇한 것을 시화한 것으로 토()해 버린 것과 같이 취급하는 경우다. 이런 작황을, 19세기 말 뮌헨(München)의 예술가들 사이에서 유행한 것으로 하롤드 로젠버그(Harold Rosenberg)는 값싸고 감성적이며 귀여운 복제품의 정도로 지칭하며 문학작품을 저속과 천박의 대명사로 혹평하기도 했다.

 

(1)

두 눈을 크게 뜨고

미사를 보며

꿈을 꾸었다

아름다운 꽃의 베일을 들추니

또 하나의 꽃을 감춘

또 하나의 베일

나비 이름을 가진

아름다운 꽃을 보며

이렇게 꿈은 시작된다

이름뿐이 아닌

진짜 나비가 되기를

나는 날개를 접고 꽃이 되어

은은하고 촉촉한 향기를

조금씩 조금씩 흘려 보낸다

나비가 된 꽃이

향기에 중독 되어

행복해질 때까지

나 지금 행복하거든요!

아니 벌써

-나비 이름(전문)

 

(2)

왜 그녀가

사마리아의 女人이 되었을까

옆에 앉아 있는 男子 남편이고

수많은 男子

거친 것 같지 않은 그녀

하지만 그 누가 알 수 있으랴

맑은 물을 찾아

산천을 헤매는 암사슴같이

뜨거운 가슴을 식혀 줄

男子를 찾고 있었는지

그래서 남편을 옆에 두고도

매일 우물가를 서성이는

女子같이

매 주일 이곳에 들어와

십자가에 달린 예수를

간절히 보고 있는지도

하지만 몸이 없는 예수가 어찌

女人의 활화산을

품을 수 있으랴

그녀가 사마리아의 女人이라면

내가 예수가 되어야 하나

마르지 않는 샘물이 흐르게 하는

그녀의 구원자가 되어야 하나

내가 예수 같은 능력이 있다면

돌로 빵을 만들라는 사탄의 유혹에

기꺼이 넘어가리라

나에게 그런 은사는 없는 듯하니

유혹이 아니라

그저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려나

-사마리아의 여인(전문)

 

  그의 과민한 후각과 추상적 고독은 동태적(動態的)이다. 위의 두 작품에는 직유인 듯 은유(隱喩)가 가미된 나비의 이름을 되뇌며 촉촉한 향기를 품어내고, 바람인듯한 사마리아의 여인과 그녀의 남편에게서 그는 생선 비늘 같은 외로움과 비린내가 바람에 인다.

  그는 시작(詩作)의 대상에겐 말미잘에 붙어 있는 여러 개의 촉수를 몰래 들이대며 대상의 행동과 모든 품성 등을 하나씩 스케치하여 머릿속에 넣고 작품화한다. 그리곤 그렇게 만든 작품이, ‘당신을 향한 나의 작품이라 말하지 않는다. 상대를 향한 어떤 욕망이나 사랑에 의해 창작된 시가 아니라 소재일 뿐이다. 예수는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8:7)라고 했다. 그에겐 바리새인과 율법학자들이 간음현장에 잡아 온 그런 류가 아닌 마음의 간음, 시를 위한 상상의 다른 천착(穿鑿), 그만의 시작(詩作)과 대상(對象)일 뿐이리라.

 

내가 비록 이 세상이 담지 못하는

너무 큰 나무라 해도

우주도 품을 수 없는 하느님이

人間 예수가 되어

이 작은 세상에 끼어들었듯이

그대의 작은 공간에

딱 맞을 수 있도록

작은 나무가 되려고 하오

이래서 사랑은 신비스럽다오

하느님의 人間에 대한 사랑도

男子女子에 대한 사랑도

호랑이라고 위용을 떨지 말게나

그녀를 위한 고양이가 되지 못하면

가죽도 남기지 못할 터이니

-居木(전문)

 

  부활한 예수는 베드로에게 세 번이나 되묻는다.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베드로는 십자가에 못 박혀 죽기까지 인간을 사랑한 참뜻을 모를 리 없다. 그도 평생을 이 화두(話頭)를 가슴에 새기며 살아가는 신앙인이다. 직장과 가정에 충실하고 주일이면 성당에서 신부님에게서 일용할 양식을 얻어먹는다. 그러면서도 그의 가슴 속에 묻혀 있는 삶의 진실과 본질을 성경적 인식의 언어로 허물을 하나씩 벗기고 있으며, 소재로 일상적 인물을 꽃과 나비 등 다른 대중적 명사의 이름을 들이대며 체험을 인과식 구성과 열거식 구승의 시로 구체화로 행동한다. 문학에서 형식주의를 표방한 시클롭스키(Shklovsky,V)는 위에서 말한 '낯선 미로찾기'가 문학성의 요체가 된다. 문학 언어를 형식에서 벗어난 성경적 언어로 변형시키고 뒤틀어 놓는다.

 

 

 3. 나가기

 

  시인 김준호의 제1시집 축제의 노래의 시의 주제는 대부분 특정한 여성을 대상으로 한다. 이걸 모르고 그의 시를 처음 접하다 보면 성경적이 대부분이라 자칫 옆으로 빠져, 이해하기가 불편하고 혼란을 느낄 수 있다.

  그는 지금까지의 전통적인 것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고, 변화에 가속도가 붙어 제어의 필요성이 요구될 때를 기다려 온 듯하다. 이는 문학의 변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익숙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는 동시에 일상성에서 벗어나기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그의 작품은 통섭이론(統攝理論)이 회자되고 있다. 에드워드 윌슨(Edward Wilson)의 대통합 말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다른 것과 조화를 이루며 통합되어 있고, 문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분리해 버리면 그들만의 고유한 존재 이유가 손상될 수밖에 없다. 계속해서 윌슨은 분석과 종합을 한데 묶어 진리가 비진리인 듯한 일반적인 통섭으로 나갈 것을 주문하고 있다. 냇물이 강으로 환원되지 않듯 진리는 환원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진리들과 섞인다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 이런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아직도 전통주의에 목을 맬 것인가?

  시대가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필요하다. 작가들의 의식도 독자의 의식변화에 따라 민감해져야 한다.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고 그 변화의 최선에서 장벽을 허물고 뒤틀어보거나 새로운 시선으로 허물벗기를 함으로써, 사물과 대상을 통찰하여 해석하고 의미화해야 할 것이다.

  그의 새로운 시작(詩作)을 주시하며 기대해 본다.

 

 

 

 

 

김준호 1.jpg

 

김준호. 아호 裸神

2011년 짚신문학 시 등단

2017년 짚신문학상 수상

저서: 축제의 노래(2019, 문예사조)

현재: 짚신문학회 부회장

 

 

강 3.jpg

 

강정실. 아호 智山

에세이문학 수필·에세이포레 문학평론 등단

한국문협. 국제펜문학.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

저서: 등대지기 외 다수

현재: 한국문협 미주지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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