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관 시인

조회 수 797 추천 수 3 2020.08.01 07:24:36

 

 

 

                  고도화된 삶의 질주를 유토피아적 세계로의 메시지

               -3시집백록담에서 향수를 찾는 선도자가 되어

 

 

                                                                                                       강 정 실

 

 

  1. 관습의 세계

 

  오늘날의 현대사회는 우리의 의식과 감각이 따를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 탓에 인간은 획일적인 사고의 틀 속에 안주하게 된다. 과거의 의상을 벗어버린 현대인은 생존의 문제보다 삶의 질을 운위(云爲)하게 되었는가 하면, 새로운 힘에 의한 욕망의 화신(化神)이 되어 거대한 늪 속으로 점차 빠져들고 있다.

  바티모(Gianni Vattimo)는 이런 현대인의 속성을 '실천적 세속화'라는 말로 평했다. 삶의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던 실천적 개념은 무엇이든지 가치 있게 평가하며 세속화된 진보로 바뀐다는 것이다. 이런 진보적 변화를 새 물결로 정의하며, 모든 강은 뒤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듯 세대는 끊임없이 변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인간존재는 항상 제자리에 있으며 새로운 물결이 힘차게 밀어내고 흘러가도 강은 강으로서 존재할 뿐이다. 로마시인 오비디우스(Ovidius Publius)인간 영혼은 새로움을 향해 기운다. 그러나 그 새로움 속에서도 살아온 향수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하고 있다.”라고 했다.

  안종관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여름·가을 그리고 겨울, 두 번째 시집 징검다리, 세 번째 시집 백록담』 내용 모두가 서정적이다.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며 선조들의 삶의 방식과 전통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관습을 잊지 않고 작품화하고 있다.

 

  2. 자연의 풍물과 전통 그리기

 

차디찬 바람결

시리도록 새하얀 눈 속에서

붉게 피어오르는 너

 

벌도 나비도 없는

엄동설한 찬바람 맞으며

누구를 그토록 사랑하기에

정열의 붉은 몽우리로 숨어 버렸나

 

싸늘한 달빛 받으며

어두운 밤 지새며

봄을 열어야만 하는 숙명처럼

검붉은 봉오리를 눈 속에서 터뜨리면

 

외로움을 달래려 날아든

동박새의 사랑 고백에 수줍어

요염한 자태 뽐내지도 못한 채

온몸을 떨쳐 버리는 너

-동백꽃, <전문>

 

   화자는 자연의 순리를 청수(淸秀) 동백꽃을 보며 생멸(生滅)의 미학을 표현한다. 동백꽃의 개화를 벌과 나비가 없는 차디찬 겨울 바람결의 눈 속에서 붉게 핀다며 동박새의 사랑 고백에 수줍어 온몸을 떨쳐 버린다고 했다. /벌도 나비도 없는/엄동설한 찬바람 맞으며/누구를 그토록 사랑하기에/정열의 붉은 봉우리로 숨어 버렸나//외로움을 달래려 날아든/동박새의 사랑 고백에 수줍어/요염한 자태 뽐내지도 못한 채/온몸을 떨쳐 버리는 너/

  한겨울 제주도 남쪽에 있는 위미동백나무 군락지에 들리면 토종 홑동백나무 주위에는 새빨간 꽃잎을 간직한 채 송이송이 통째로 떨어져 있는 것을 보게 된다. 특히 눈 내린 날의 동백꽃은 더 붉게 물들어 있다.

  추사 김정희는 동백꽃을 이렇게 표현했다. 유배지 제주 대정현(大靜縣)에서 생활하던 어느 추운 겨울날, 육지에서 생활하는 아내에게 여름옷을 받고 편지했다. '당신이 봄날 밤을 새우며 바느질한 시원한 여름옷이 이 겨울에야 도착했소. 나는 당신의 마음을 입지도 못하고 머리맡에 둘러놓았소. 담장에 핀 동백꽃이 붉게 타오르는 이유는, 당신의 두 무릎에 당신의 머리를 박고 눈자위가 붉게 충혈되도록 많이 울어서일 것이오.'라고 표현했다. 동백꽃은 꽃 수정도 나비나 꿀벌이 필요치 않다. 튼실한 동박새면 족하다. 동박새는 윗면이 연두색이고 옆구리가 연한 잿빛인데 동백꽃과 공생관계로 추운 날 아무런 향기가 없는 동백꽃을 찾아다니며 꿀을 먹으며 꽃가루받이를 해준다.

 

거센 파도 밀려와

검은 바위에 부딪혀

물거품만 남기고

 

*바당이 삼켜버린

오매불망 우리 낭군

되돌려 주지 않고

이내 가슴만 멍들게 하네

 

어린 자식 삶을 위해

거치 파도 헤치며

물질하는 잠녀(潛女)들의 숨비소리만

이어도를 맴도네

-잠녀, <전문>

 

  평자의 고향이 부산 바닷가라, 해녀들이 한겨울 바닷가 돌 틈에 장작을 때면서 추위를 잠재우며 자맥질하는 것을 보면서 자랐다. 겨울철 해녀들의 허벅지는 늘 검은 핏줄로 엉켜 있었고, 지금과 같은 방수복이 아닌 먹물색의 명주 옷감으로 만든 것이었다. 바닷물 깊은 곳에서 숨을 멈추고 소라, 멍게, 해삼, 전복 등을 따다가 물 위로 떠오르며 휘파람 소리 같은 휘~하는 숨비소리를 내며 서너 시간을 자맥질한다. *바당은 제주어로 바다인데, 옆집에 살았던 친구 어머니가 해녀였다. 제주도에서 남편은 바다에서 고기를 잡다가 거센 파도에 배가 뒤집혀 사망했고, 그 이후 제주도가 싫어져 부산으로 이사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제주도는 어디를 가나 죽은이들의 무덤은 검은색 현무암 돌담으로 사용한 것이 눈에 쉽게 띈다. 이는 죽음과 삶을 구분 짓지 않는 습관이 생활공관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서다. 망자(亡者)는 비록 땅에 묻히지만, 영혼은 살아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제삿날은 일종의 축제일과 같다. 생일은 넘겨도 제삿날은 꼭 음식을 한다. 타지에 있는 일가친척들이 다 모여 조상과 함께 먹는 음식문화가 있다.

 

신선이 하늘에서

타고 내려온

흰 사슴이

한라산 꼭대기 분화구 물을 마셔

백록담(白鹿潭)

 

낮에는 눈비 마시고

밤에는 은하수를 마신다

 

흰 사슴

물 마시러 기어오르고

 

물방개, 소금쟁이, 개구리, 굴뚝 도롱뇽, 풍년새우들이

헤엄을 친다

 

바람과 비와 햇살이

섬 잔대, 바늘엉겅퀴, 털진달래, 돌매화, 구상나무를

키우고

굴뚝새, 갈까마귀, 황조롱이

구상나무 열매 쪼아 먹으러 날아든다

 

백록담에 올라

바다에서 붉게 솟아오르는

일출을 맞으며

새해의 건강과 행운을 빈다

-백록담, <전문>

 

  제3시집의 제목을백록담으로 정했다. 1~5부까지 총 70편이 기록되어 있는데, 이 시가 제1<탐라의 삶>에서 첫 장에 들어 있다.

  남한 최고봉인 한라산의 높이가 1,947.3m, , 정상에 있는 백록담은 면적이 1,820km²로 화산호(火山湖)로 여러 가지 전설이 있는 곳이다.

  화자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시간의 연속 선상에서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면서 끊임없는 질주와 좌절을 경험하고 있다. 시인 정은숙도 그녀의 시 <질주냐 과속이냐>에서 일상생활을 이렇게 담담하게 읊조리고 있다. /먹고 마시고 웃고 우는 내가/시간을 덜어내는 삽질을/한사코 멈추지 못하네/ 짧은 손힘으로는/희망만큼만 겨우 남겨 놓았네/이럴 때 생은 장중한 시간 퍼레이드/……/서울의 강남, 생의 삼십 대/끔찍한 하모니, 맞닥뜨린 벽/

  화자도 일하지 않는 일상생활은 끔찍할 것이다. 나태(懶怠)하는 것인지 모른다고 느껴, 새해에 백록담을 찾아 힘겹게 오르며 일상생활에서 탈출하려 한다. 정상에 올랐을 때의 환희, 새로운 기쁨과 희망을 다시 찾았을 것이리다. 그리하여 화자는 휴화산이자 영산인 백록담을 딛고 서서 바다에서 붉게 솟아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한 마리의 백록이 되고자 했을 것이다.

 

(1)

구멍 뚫린 옛날 동전에

한지로 술을 달고

제기를 만들어

 

한 발로 땅을 디뎌가며

한 발로 차는 제기는

(땅강아지) 제기차기

 

한 발은 땅에 딛고

한 발은 계속 들고 차는

헐렁이(들지기) 제기차기

 

양발을 교대로

번갈아 가며 차는

양발(어기차기) 제기차기

 

발로 차서

입에 물었다가 다시 차는

물지기

 

발로 차서

키를 넘겨 차는

키지기

 

발로 차서

머리 위에 얹었다 다시 차는

언지기

 

진 사람이 이긴 사람에게

제기를 던져주고 발로 차면

진 사람이 받아야 하는

종들이기 차기

-제기차기, <전문>

 

(2)

사랑방에 모여 짚신 삼던 청년들

겨울밤이 이슥해져 출출해지면

이웃마을로 닭서리 행차를 한다.

 

모두 다 숨죽이고

복돌이네 외양간 시렁 위에 잠든 닭

목을 비틀어 잡아와

쇠죽 쑤던 가마솥에 삶아

밤 잔치를 벌인다

 

이튿날

수소문 끝에 들통 난 닭 서리꾼들

닭값 물어주느라 혼쭐이 난다

-닭서리, <전문>

 

(3)

추석이 턱밑으로 다가오고

찬바람이 일기 시작하면

겨울채비 서두른다

 

문짝을 들어내어

문종이에 물을 뿜어 불려서

빛바랜 헌 문종이 뜯어내고

 

문창살에 풀칠한 후

새 창호지 붙여 놓고

물을 품어 창호지를 펴 붙인다

 

손잡이 부근에는

노란 은행잎, 붉은 코스모스 꽃잎을 붙이고

창호지를 덧바르면

아침 햇살에 한 폭의 그림이 펼쳐진다

-문창호지, <전문>

 

  제2<전통의 삶> 18편은 어릴 때의 기억이 담긴 우리의 전통 서정시다. 그중 세 편이다. 화자는 1938년 경기도 안성 시골 산골에서 태어나 한학자이자 한의사를 할아버지를 두었다. 또한, 한문서당을 운영하는 아버지 밑에서 조상의 사상과 관습을 배우며 공부했다. 성균관대학교 법대를 졸업하고 군 생활 이후 직장생활을 하면서 성군관대학교 경영행정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을 취득했다. 이후 국영기업인 대한손해재보험공사에 공채 1기로 입사해, 한국증권금융() 상무이사로 근무 중 임기만료로 1998년 퇴임했다. 그러면서 가끔 세계 각국의 명승지를 찾아 구경하면서도 어릴 때 고향 주변 고향의 풍광과 중학교·고등학교 때 매일 10km가 넘는 시골길을 걸었을 때를 기억해 낸다. 이때 어린 친구들과의 대화와 아름다웠던 고향 풍경과 추억들, 그 고왔던 기억을 고스란히 시화화(詩畵化)하고 있다.

  특히 '문창호지'는 수필가 이태준의 '가을꽃'이 생각게 한다. '미닫이에 불벌레 와 부딪는 소리가 째릉째릉 울린다. 장마 치른 창호기가 요즘 며칠 새 팽팽히 켱겨진 것이다. 이제 틈나는 대로 미닫이 새로 바를 것이 즐겁다. (중략) 녹피(鹿皮) 끈 손잡이 옆에국화와 맨드라미 잎을 뜯어다 꽃 모양으로 둘러놓고 될 수 있는 대로 투명한 백지로 바르던 생각이 난다.'

  이 시 4연에서 /손잡이 부근에/노란 은행잎, 붉은 코스모스 꽃잎을 붙이고/ 창호지를 덧바르면/ 아침 햇살에 한 폭의 그림이 펼쳐진다/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회상한다. 한 편의 흑백 드라마인데 코스모스의 붉은 꽃잎과 노란 은행잎은 마치 컬러로 보는 듯 착시현상을 일으키며, 귀뚜라미 울어대는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듯하다.

 

(1)

남쪽 바다에

남풍이 인다

마라도엔 흰 물결이 출렁인다

 

한라산 허리엔

검은 구름이 모여들며

단비를 뿌려준다

 

대정 들판 감자밭엔

단비를 뿌려주어

탐라도 사람들의 배고픔을 달래주던

감자는 토실토실 알을 키운다

 

고성과 애월의

양배추밭에도

단비를 뿌려준다

 

가뭄에 속 타던

농부의 가슴도 시원해진다

-단비, <전문>

 

(2)

산산 첩첩

산사 추녀 끝에 매달린

풍경소리 들린다

 

법당의 불공 소리 따라

풍경소리 맴돌고

 

향불 연기 속에

풍경소리 피어오르고

 

푸른 소나무 바람소리 따라

풍경소리 퍼져 나가고

 

밤하늘 별빛 따라

풍경소리 속세를 감도네

-풍경소리, <전문>

 

  '단비'도 자연스럽게 서정시를 필두로, 대상에 대한 두 가지 이상의 감각을 결합해 정적 심상을 이용하고 있다. 남쪽 바다에/남풍이 인다/마라도엔 흰 물결이 출렁인다/에서 남쪽과 남풍에서 ''이라는 같은 앞 음절을 반복적으로 나타냄으로써 두운(頭韻)을 사용하여 음악적 효과를 잘 나타내고 있다.

  '풍경소리' 시 전체를 읽다 보면 산사에서 은은한 풍경소리가 딸랑딸랑 들리는 듯하다. 별이 반짝이는 고요한 밤하늘과 산사의 넓은 법당에 서면 속세의 모든 번뇌를 잊게 할 묘법(妙法)의 풍경소리다. 이는 화자가 어릴 때부터 김소월, 윤동주, 박목월, 박두진 등의 대체로 청록파의 시를 무척 좋아한 결과이리라.

 

아버지와 외아들 겸상엔

쌀밥과 쇠고깃국

고등어자반

굴비의 몸통이 뒹굴고

 

어머니와 딸들의 밥상엔

꽁보리밥과 시래기 된장국

간장 된장 고추장

상추쌈과 열무김치

생선 대가리만

어머니의 거북 등짝 손바닥에서

춤을 춘다

-어머니 밥상, <전문>

 

  유교적 남존여비(男尊女卑) 사상 중 눈에 띄는 대가족의 밥상 이야기다. 딸 다섯에 아들이 하나라, 화자는 어릴 때부터 많은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했을 것이다. 또한, 어머니는 남편과 아들의 밥상과 어머니와 딸들의 밥상을 따로 차렸고, 밥상의 내용도 확연히 다른 게 눈에 띈다. 어머니는 맛있는 음식을 자식들에 다 건네주고 남아 있는 생선 대가리에 붙어 있는 살코기를 주름진 손으로 찾는다는 표현은 평자의 가슴도 찡하게 아려온다.

 

가지 말아야 할 곳을 찾아갔고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았고

듣지 말아야 할 것을 들었고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먹었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고 나니

 

어느덧 세월은 저만치 흘러

어느덧 예까지 왔네

 

비바람에 흔들리고

눈보라에 휘날리며

짙은 안갯속에서 헤매며

 

더 높은 곳을 향하여

더 큰 것을 향하여

더 많은 것을 향하여

더 좋은 것을 향하여

 

너는 너 나는 나

앞만 보고 달려왔지

 

삭풍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매달린 마지막 잎새가 되지 말고

고운 빛깔의 낙엽처럼

따스한 봄날의 새싹에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고 떨어지듯

 

서쪽 하늘의 붉은 노을 속

팔십 고개 너머로

숨바꼭질이나 하러 가세

-삶의 노을 앞에서, <전문>

 

  길가메시의 서사시(Gilgamesh Epic)와 전도서에 나오는 '헛되고 헛되다'라는 문구와 전체 문장이 떠오른다. 젊었을 때 생기 왕성하게 살아가다가 나이가 들면 붉은 노을이나 바람에 굴러다니는 낙엽을 보면서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곳을 불쑥 생각한다. 사르트르의 언명 같이, “말하는 인간은 말의 저편에 깊숙한 내면이 곁에 있다.”라고 했다. 이는 헛됨을 뛰어넘는 제2차적 언어, 죽음이 깔렸음을 의미한다. 철학의 존재와 구체적 물상으로서의 존재자의 구분이 문자적 사유의 깊이로 느껴지게 한다.

 

  3. 에필로그

 

  저자 안종관은 1998년 직장을 은퇴하고 20035, 제주도로 이주해 정착하고는 여러 나라를 구경하기도 한다. 이를 토대로 시반(時班)에 참석하면서 2013년 만 75세 때 친구의 권유로 서울에 있는 화백문학시부문에 늦깎이로 등단했다. 시 내용 대부분은 어린 시절을 고향 안성 시골 산골에서 성장한 생활 중 얻어진 경험들을 이곳 제주도와 여러 나라에서 본 것에서 기억해내며 자연의 소리를 듣고 자연과 대화하며 시적 영감을 되살리고 있다.

  모든 문학 행위가 그러하듯 문학은 우리가 사는 현장의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룰 때에 그 사실성을 확인케 해준다. 그러므로 문학에서의 상상적인 요소를 배제할 수 없겠지만, 화자는 생활 속에서 얻어진 사실(寫實)들을 그림 그리듯 난해하지 않은 시어로 순박하게 그려내고 있다.

  또한, 안종관 시 속에는 선대인(先大人)에 대한 회고의 정념이 존재한다. 잊히는 관습과 기억들의 가역반응은 역()으로 여행하며, 현실에서 그의 삶은 시간을 거슬러 아득한 기억 저편에 안착시켜 주고 있다. 어쩌면 관조(觀照)의 경지에서 인생을 바라보는 것이라 싶기도 하다.

  지친 현대인의 마음에는 서정적인 공간과 쉴 공간이 필요하듯 아무리 시대의 변화를 강조해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깨끗한 본성은 문학과 예술을 통해 형상화해야 한다. 학이란 이처럼 다른 어떤 예술보다도 더 넓고 깊어 삶과 존재를 껴안도록 이끄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우리의 존재와 생에 일렁이는 시간과 공간의 저작(詛嚼) 없이 저작(著作)이 불가능함을 보여 주고 있다.

  

 

안종관 es.jpg

안종관

화백문학 시 등단

한국문인협회, 화백문학, 가온문학, 애월문학 회원

동인지: <시간을 줍는 그림자>. <흔들리지 않은 섬>

시집: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징검다리>, <백록담>

 

강정실.jpg

강정실아호 智山

에세이문학 수필·에세이포레 문학평론 등단

한국문협국제펜문학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

저서등대지기 외 다수

현재한국문협 미주지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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