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한림원은 8일(현지시간)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캐나다의 시인이자 고전학자인 앤 카슨(76)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노벨상 상금은 지난해보다 100만 크로나 오른 12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8억 원)다.
한림원은 “고전적 전통과 유희적인 대화를 나누며 현대문학의 새로운 형식을 창조해낸 대담하고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수상 이유로 꼽았다.
1950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난 앤 카슨은 은행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여러 소도시를 옮겨 다니며 성장했다. 훗날 치매를 앓은 아버지와의 관계, 가족을 잃은 경험은 그의 작품 곳곳에 상실과 애도의 정서로 남았다. 고대 그리스 문학과 신화에 정통한 고전학자인 그는 시와 에세이, 소설, 번역, 비평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장르 파괴적’ 글쓰기로 명성이 높다.
이번 수상으로 앤 카슨은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 122명 가운데 19번째 여성 수상자가 됐다. 최근 몇 년간 한림원은 남성과 여성 작가를 번갈아 수상자로 선정하는 흐름을 보여왔다. 2022년 아니 에르노, 2023년 욘 포세, 2024년 한강, 지난해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에 이어 올해 카슨이 수상하면서 이 같은 ‘성별 교대’ 흐름이 이번에도 이어져 눈길을 끈다.
카슨은 전통적인 종이책의 형태를 벗어난 특이한 형식의 책을 출간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국내에 번역 출간된 ‘녹스(Nox)’가 대표적인 예다. ‘녹스’는 카슨이 2000년까지 22년 동안 한 번도 얼굴을 보지 못하고 헤어져 지내던 오빠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만든 비가(悲歌)이자 일종의 묘비명 같은 책이다. 책은 일반적인 제본 방식이 아니라, 사진·편지·우표·종이 조각 등 다양한 파편을 오려 붙여 만든 수첩을 192쪽 종이가 아코디언처럼 하나로 이어지는 형태로 복제해 상자 속에 담은 독특한 형태다. 2022년 출판사 봄날의책에서 번역 출간될 당시에는 한국의 활판공방 장인들이 수작업을 거쳐 원서의 형태를 구현해내며 화제를 모았다.
이밖에도 국내에 주요작이 다수 소개돼 있다. 그리스 신화 속 헤라클레스에게 죽임을 당한 빨강 괴물 게리온의 이야기를 현대의 퀴어 소년으로 다시 쓴 시로 쓴 소설 ‘빨강의 자서전’과 T. S. 엘리엇상 수상작 ‘남편의 아름다움’(이상 한겨레출판)을 비롯해, 초기작 ‘짧은 이야기들’ ‘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 ‘플레인워터’ ‘에로스, 달콤씁쓸한’(이상 난다) 등이 번역 출간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