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책 안 읽어 혼쭐난 문화부 장관

조회 수 7204 추천 수 1 2014.10.28 22: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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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뢰르 펠르랭은 프랑스 문화부 장관이다. 한국계 입양아여서 한국에 많이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펠르랭 장관이 26일 프랑스의 한 방송에 출연했다 논란에 휩싸였다. 토크쇼에서 오간 대화부터 들어보시죠.
 
사회자(뻔한 걸 묻는다는 표정) : 파트리크 모디아노-올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의 작품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꼽는다면요?
펠르랭 장관 (난감한 표정) : 으~~~
침묵이 흐른다.

사회자 (약간의 웃음기) : 헐~~그럼 최신작 이름은요?
팰르랭 장관 (담담하게) : 고백하는데요, 지난 2년 동안 책을 읽지 못했어요
 사회자 : 정말요?
팰르랭 장관 : 진짜예요. 저는 수많은 문서와 법률 기록, 뉴스를 읽었지만, 책은 거의 읽지 못했어요.

사회자는 놀란 토끼 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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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프랑스의 소셜미디어는 달아올랐다. 일부 언론은 기사를 썼다. “펠르랭이 모디아노의 작품 하나를 말하지 못했다”는 제목이 많았다. 제목에 이미 조롱이 섞여 있다.모디아노_640 비난은 대체로 두 가지로 모아진다. 첫째는 문화장관이 담당 분야인 문학을 몰랐다는 것이다. 모디아노는 지난 9일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최근 프랑스에서 가장 뜬 인물이기도 하다. 현 정부의 발스 총리는 “프랑스를 폄하하는 사람들(영미계 지칭)이여, 우리는 올해 노벨상 수상자(경제학상 포함)를 2명이나 배출했다”고 자랑했다. 비록 경제가 좋지 않지만, 프랑스는 죽지 않았다는 걸 과시하는 말이다. 영미계 언론이 “모디아노가 누구야?”하고 의아해 할 때, 담당 장관도 껍데기만 알고 있었던 꼴이 됐다.

  둘째는 ‘현안’ 파악 능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장관이 시간이 없어 작품을 읽지 못한다면, 적어도 작가의 대표작 제목이나 줄거리, 문학적 특성 정도는 보고를 받거나 스스로 찾아 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적 예의도 거론된다. 해당 방송에서 문제의 대화가 오가기 불과 몇 분 전에 펠르랭 장관은 며칠 전 모디아노를 만나 점심식사를 했다고 말했다. 대화는 즐거웠고 농담도 하면서 멋진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수상자 선정 이후 정신이 없이 바쁠 작가를 만나 식사하면서 어떤 책을 썼는지도 몰랐다는 게 적절했느냐는 것이다.

  프랑스 문화 평론가인 아스콜로비치는 장문의 글을 통해 펠르랭 장관을 비난했다. 프랑스의 문화 가치를 알지 못하는 것은 “교양 없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모디아노의 문체를 파악할 시간을 줘야 한다며 장관직에서 물러나라고 주장했다. 문화장관으로서 부적격이라는 뜻이다.

  반론도 있다. 문화장관이 꼭 소설책을 읽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것이다. 장관은 정책으로 말하는 것이고, 펠르랭은 그동안 장관직을 잘 수행해 왔다며 옹호하는 내용이다. 펠르랭 장관은 2012년 5월 올랑드 대통령 취임 이후 디지털경제장관과 통상국무장관을 거쳐 지난 8월 개각에서 문화장관으로 승승장구했다. 프랑스는 문화대국을 자처하는 나라라 문화장관은 대단히 중요한 자리다.

  문화장관 임명 당시 프랑스 언론은 펠르랭의 과거 업무 능력을 높이 평가하며 호의적인 평가를 했다. 단, “문화를 알까?” 하는 단서를 붙였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딱 걸렸다. 영국 언론은 ”독서의 중요성을 알리는 게 문화장관의 일인데…” 하며 비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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