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된 지면에서 사실을 간결하고 쉽게 쓴 신문기사, 글쓰기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교재로 쓰이기도 했는데요. 기사의 주 소비 통로가 인터넷으로 바뀐 요즘, 품질 낮은 기사가 많이 늘었습니다. 급증한 기사량에 반비례해 소위 '데스크' 기능과 교열 기능이 약해지며 덜 갖춰진 문장과 맞춤법이 틀린 단어도 많이 나타났습니다.
올 한 해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 중 잘못된 맞춤법 사례를 모아봤는데요. 유명 언론사, 전통있는 언론사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머니투데이에서도 틀린 말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정리했습니다. 주관적으로 과하다 싶은 것과 잘못 쓰인 경우가 많은 것을 섞어 추렸습니다. (*사례들은 실제 기사를 변형시킨 것입니다)
(나눔글꼴을 썼습니다.)
◆ '아, 이런!' 틀린 말 7선 1. 위 사진의 제목 '취사'란 밥을 짓는 일을 말합니다. 군대에서 부엌일 하는 병사를 '취사병'이라 하고, 하숙생과 달리 스스로 밥 해먹는 학생을 자'취'생이라고 하지요. 밥을 짓는 일은 공포감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이 기사는 바이러스에 관한 건데요. 제목은 '치사율'로 써야 맞습니다. '사'망에 이르게 하는 비'율'을 뜻하는 말입니다.
2. 박○○이 따낸 '갚진(×)' 동메달? 맞는 표현은 '값진'인데요. 값지다란 값이 나갈 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입니다. '~지다'는 '어떤 성질이 있다, 어떤 모양이다'의 뜻을 만들어 줍니다. 멋지다, 네모지다 등처럼 쓰이는데요. 사전에는 없지만 요즘에는 '고급지다'라는 말도 잘 쓰입니다.
3. 저렴한 '인권비(×)'로 다른 기업보다…? '인권'은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말합니다. 내용상 여기선 '인건비'가 맞는 낱말일 텐데요. 물'건'도 '비'용을 지불하고 사는 것처럼, 기업이 사람을 쓸 때는 비용을 냅니다.
(나눔글꼴을 썼습니다.)
4. 예상 못한 사고로 '중퇴(×)'에 빠진 A씨? '중퇴'란 '중'간에 '퇴'학한 것을 뜻하는데요. 이 문장에선 '중태'가 맞습니다. 위'중'한 상'태'의 의미입니다. 사람의 생명과도 관련이 있는 만큼 단어 선택에 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5. 누리꾼들 험한 댓글에… "찹찹해(×)"? '찹찹하다'는 마음이 들뜨지 않고 차분하다는 뜻입니다. 요새는 음식 씹는 소리를 이렇게 표현하기도 하는데요. 어느 쪽도 이 제목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적당한 말은 '착잡하다'인데요. 이는 뒤섞여 복'잡'하다는 뜻입니다.
6. 정권 잡고 처음 치루는(×) 이번 선거? ‘치루다’는 사전에 없는 말입니다. 이 말이 없으니 ‘치뤄’라고 쓰는 것도 잘못입니다. 기본형은 '치르다', 여기에선 ‘치르는’으로 고쳐야 맞습니다. 참고로 ‘치루’는 항문 질병의 일종입니다.
7. 실감 나도록 표정에 심여(×)를 기울여… 발음이 비슷하긴 하지만 ‘심여’란 말은 없습니다. '심혈'이 맞는 말인데요. 뜻은 '심'장의 '혈'액입니다. 심혈을 기울였다는 것은 마음과 힘을 다했다는 의미입니다.
◆ 그 밖에… 기사 검색을 조금만 해보면 여러 틀린 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틀리기 쉬운 맞춤법' 1위에 오른 '어의없다'도 꽤 보입니다. '되'와 '돼(되어)'를 구분 못한 사례는 세기 힘들 정도고요. 최근 '땅콩 사건'으로 다시 화제가 된 말 '명예회('훼'가 맞음)손'도 보입니다. 인터넷에서 재미로 만들어진 듯한 '4흘'도 있습니다.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말이 단지 맞춤법 문제로 생긴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2015년 새해 언론사들이 기본적인 것부터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 봅니다.
이번 주 문제입니다. 다음 인용된 기사 두 건에서 잘못된 부분은 어디이고, 어떻게 고쳐야 할까요? 1. A씨는 차명계좌를 이 은행 B대표에 맞겨 관리하다가 10억 원을…. 2. C는 30만 원의 과태료를 청구 받을 상황이지만, 미리 납부하면 구청에서 20만 원으로 깍아준다.
정답은 ①맞겨→맡겨, ②깍아준다→깎아준다 입니다. 발음을 생각하면 조금 쉽습니다. 맡아[마타]두는 것이므로 '맡겨', 깎아[까까]주는 것이므로 '깎아준다'가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