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그릇, 가전, 가구뿐만 아니라 패션까지 '콜라보레이션'이 대세였습니다. 특히 올해 가요계는 '콜라보 열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요. 얼마전 서태지와 아이유까지 이 대열에 합류하는 등 그 열풍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입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올해 콜라보의 정점은 소유와 정기고가 함께 부른 '썸'이 아닐까요. '참 가사 잘 지었다, 저땐 저랬었지'라고 생각하며 풋풋했던 그 시절, 설레던 그때를 떠올리며 가사를 한번 찾아봤는데요.
"요즘 따라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 니꺼인 듯 니꺼 아닌 니꺼 같은 나 이게 무슨 사이인 건지 사실 헷갈려, 무뚝뚝하게 굴지마~"
어…. 들을 때는 몰랐는데 '내꺼'라고? '내거!'로 써야 맞는 말인데…. 그런데 이를 또 '내거인 듯 내거 아닌 내거 같은 너'라고 불러야 한다니 느낌이 안삽니다. 생기려던 '썸'도 다시 사그라질 것 같습니다. 말할 때는 '꺼'인데 쓸 때는 왜 '거'일까요?
"오늘부터 열심히 할거야!"
'-ㄹ' 뒤에 연결되는 예사소리 'ㄱ, ㄷ, ㅂ, ㅅ, ㅈ'는 된소리(ㄲ, ㄸ, ㅃ, ㅆ, ㅉ )로 발음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따라서 '할거야'는 [할꺼야]로 발음하지만 표기할 땐 '할거야'가 맞습니다. 반면에 '-ㄹ까, -ㄹ꼬, -리까, -ㄹ쏘냐'처럼 의문을 나타내는 어미들은 모두 소리 나는 대로 씁니다. '얼마나 예쁠까' '왜 이리 추울꼬' '제가 가리까' '내가 너에게 질쏘냐'가 맞습니다. 요약하면 '-ㄹ까' 등처럼 의문을 나타내는 어미들은 된소리로, 그 외에는 모두 예사소리로 표기한다고 기억하면 됩니다.
그러면 '내거'는 의문문이 아니므로 [내꺼]로 발음돼도 '내거'로 써야 한다는 게 맞을까요? 아닙니다. '내거'의 '거'는 'ㄹ거'가 아니므로 위 규정에 적용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거'는 '것'을 구어적으로 이르는 말이죠. 그러면 [내꺼]로 발음하고 '내거'로 쓸 이유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왜 '내거'로 써야 할까요. 이에 대해 국립국어원에 문의한 결과 다음과 같은 답변을 받았습니다.
질의하신 '내 거야'는 표준발음이 사전에 올라 있지 않습니다. 다만 '네 거 내 거 따지지 말자./그 책은 내 거다.'와 같은 문장에서 이 말의 현실 발음은 [내거]가 아닌 [내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전문서에서도 이런 환경에서 일어나는 된소리되기 현상을 기술하고 있지 않아 그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발음이 왜 [내꺼]가 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고, 더군다나 '내 거'로 띄어써야 맞다고 하네요.
'~읍니다'가 '~습니다'로 바뀌고 '짜장면'이 '자장면'과 복수표준어로 인정된 것은 모두 '소리 나는 대로' 적는 것을 원칙으로 했기 때문이죠. 이는 대부분 사람이 그렇게 말하고 쓴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이 쓰는 말을 명확한 이유도 없이 틀렸다고 스트레스를 주기보다 인정해주는 것이 언어생활을 더 역동적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많이 쓰는 말을 표준어로 인정해주는 게 어떨지….' 이번 기사를 쓰며 특히 더욱 절실해진 생각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오늘의 문제' 나갑니다. 다음 중 틀린 문장은? ⑴ 같이 가줄게. ⑵ 조심할껄. ⑶ 그렇게 놔둘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