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찐 개찐~ 도찐 개찐~ 엎어치나 메치나, 거기서 거기, 오십 보 백 보~" 개그콘서트에 '도찐개찐'이란 새 코너가 등장했습니다. 처음엔 알 수 없는 의상이며 말장난 같다는 생각에 '무슨 코너가 저러지…' 싶었는데, 요즘은 사회적 풍자에 '도찐개찐'이라는 말의 재미까지 맞물려 점차 인기코너로 자리잡고 있네요. 지난 일요일 밤 깔깔거리며 이 코너를 보다 문득 '도찐개찐'의 어원이 궁금해졌습니다. 사전에 등재된 정식 단어인가, 정확한 표기가 맞나 하는 호기심도 생겼고요.
일단 '도찐개찐'은 사전에 올라 있지 않습니다. 국립국어원에 문의한 결과 정확한 표현은 '도 긴 개 긴' 혹은 '도긴 개긴'이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러면 '긴'은 무엇일까요? 윷을 던져서 도·개·걸·윷·모 5가지 중 하나가 나오면 그만큼 말이 움직이는데, 이때 자기 말로 남의 말을 쫓아 잡을 수 있는 거리를 '긴'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도긴 개긴'은 윷판에서 쓰이는 말로 "도의 거리에 있든 개의 거리에 있든 거기서 거기"라는 의미의 말이 됩니다.
개그콘서트 제작진도 '도토리 키 재기인 상황을 유쾌하게 보여주는 코너'라고 밝힌 만큼 이 같은 뜻으로 쓰인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럼 '도찐개찐'이란 말은 잘못된 표현임을 모르고 쓴 걸까요? 아니면 알고도 그냥 쓴 걸까요? 의구심이 드는데요.
지난해 개그콘서트 '뿜엔터테인먼트' 코너에서 유행한 "~하고 가실게요"가 잘못된 말이란 지적이 일자, 제작진이 잘못된 표현임을 자막처리한 모습. /사진=KBS 방송 캡처
개그콘서트에서 잘못된 언어를 사용한 적은 이번만이 아닙니다. '뿜엔터테인먼트'라는 코너가 있었죠. "잠시만요. 보라 언니 OO하고 가실게요"라는 유행어를 탄생시켰는데요. 이는 잘못된 높임말로 그 당시엔 비표준어임을 인정, 자막처리한 사례가 있습니다.
또 있습니다. 한국석유공사 측의 요청으로 아예 코너명까지 바꿨는데요. 바로 '만수르'를 '억수르'로 바꾼 경우입니다. 만수르는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석유재벌이자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시티 구단주입니다.
올해 개그콘서트 인기 코너 중 하나인 '만수르'가 '억수르'로 바뀐 모습. /사진=KBS 방송 캡처
일반적으로 된소리(ㄲㄸㅃㅆㅉ)나 거센소리(ㅋㅌㅍㅊ)가 예사소리(ㄱㄷㅂㅅㅈ)보다 더 입에 착 달라붙죠. 욕설이나 비방어가 된소리나 거센소리가 많은 경우가 이 같은 이유 때문인데요. 역시 '도찐개찐'도 '도긴 개긴'보다 더 입에 착 달라붙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전 연령대가 보는 인기 프로그램인데, 코너명을 만들 때 사전을 찾아보고 처음부터 바른 말을 쓰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건 저만의 느낌일까요? 이제 틀린 말이라는 걸 알았으니 적어도 잘못된 말임을 인정하고 개선하려는 자세는 보여야 하지 않을까요? 앞으로 더 인기 프로그램이 될 것이란 '팬심'으로 드리는 말씀입니다.
오늘의 문제 나갑니다. 이번 문제는 '올해를 빛낸 유행어' 중 찾아봤는데요. 맞춤법이 틀린 유행어는 몇 번(복수 정답)일까요? ① 앙대여~ ② 아이고 의미없다~ ③ 으리! 으리! ④ 호로록호로록~ 같이 먹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