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를 보러 간다면, 이 질문부터 받을 텐데요. 질문을 한글로 쓰면 어떻게 될까요? 현재의 맞춤법 규정에 따르면 '몇 년 몇 월 며칠 몇 시'가 됩니다. '□일'이지만 '며칠'입니다. 쉽게 이해가 안 가는 상황인데요.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몇 일'은 없고 '며칠'만 쓴다고 합니다. 왜 그런 걸까요? 몇 일은 정말 안 되는 걸까요?
개그콘서트 '두근두근'의 한 장면에 그림을 추가시킨 것.(서울한강체 사용) 동창인 남녀가 서로에 대한 마음을 숨기고 친구로서만 지내다 마지막 회에서 결국 애인 사이로 이어집니다.<br>
#1. '며칠'로 써야 한다는 첫 번째 이유는 발음입니다. 단어와 단어가 만나거나, 자립할 수 있는 두 단어가 만나 한 단어가 된 경우 우린 각각 읽었을 때 소리를 살려줍니다. 그래서 '몇 월'의 경우 몇[멷]+월[월]이므로 'ㄷ' 발음이 살아 [며둴]로 발음됩니다. '몇 인분'도 [멷+인분 → 며딘분]으로, '몇 위'도 [며뒤]로 읽힙니다.
그런데 논란의 이 말은 우리가 [며칠]로 발음합니다. [며딜](혹은 [면닐])로 읽히지 않기 때문에 '몇 일'일리가 없다는 것이 '며칠'이 선택된 이유입니다.
하지만, 같은 논리에도 반대의 결과가 나온 낱말도 있습니다. '맛있다'가 그것인데요. 맛[맏]과 있다[읻따]가 합쳐진 말이므로 [마딛따]가 돼야 하지만, 1988년 고시된 표준발음법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쓰는 [마싣따]도 예외적으로 같이 허용합니다. '며칠'의 근거로 보면 이 낱말의 표기도 '마싰다'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법 합니다.
표준발음법 4장 제 15항 내용. /사진=국립국어원 홈페이지<br>
#2. 어원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몇+ ~을(접사)'이 '며칠'로 변화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여기서 '~을'이 '일(日)'과는 관련이 없다는 설명입니다. 결국 '며칠'이 '몇 일'과는 뿌리가 다르다는 건데요.
이는 달리 보면 두 표현 방식이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이틀'이라는 말이 있지만 '2일'도 쓰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게다가 '몇 일'은 띄어쓰기를 합니다. 한 단어가 아니라 사전에 존재하는 두 단어를 조합했다는 말입니다. '망아지'라는 말이 있다고 해서 '새끼 말'을 쓰면 안 된다고 하지는 않습니다.
며칠과 몇 일에 대한 헷갈림의 문제는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1933년 '한글마춤법통일안'에서는 '몇일'을 버리고 '며칠'을 택한다고 돼 있습니다. 1978년 12월16일 문교부가 발표한 어문 관계 개정 시안에서도 같은 내용이 있는데요. 당시 내용을 보도한 동아일보 12월18일자에는 '며칠' 대신 '몇 일'이 차라리 낫다는 한 교수의 글이 실리기도 했습니다.
'며칠'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은 이 글처럼 간단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이해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언중들이 불편을 겪는 것도 현실입니다. 언젠가 '몇'과 '일'이 좀 더 편하게 만나, '□일'이 '며칠' 아닌 '몇 일'이 될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 [며딜]이라고 발음한다면 조금 그 시기가 당겨질지 모르겠습니다.
이번주 퀴즈입니다. 다음 중 발음이 다른 것은?
① 붓 안에 숨겨왔다. - 붓의 'ㅅ' ② 몇 인분 드려요? - 몇의 'ㅊ' ③ 저 옷 멋없다 - 멋의 'ㅅ' ④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 꽃의 'ㅊ'
정답은 ☞ ④번. '으로'는 혼자 쓰일 수 없는 조사입니다. 꽃의 'ㅊ' 발음이 연음되어 '꼬츠로도'로 읽힙니다. 나머지는 'ㄷ' 발음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