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설픈 아비 되어
문성록
바쁘다는 말 입버릇 되어
허겁지겁 살아온 세월
당신의 이마에 그어진 주름살은
내 이마에 전의 되어 그대로이고
거울 속에 그려진 희끗희끗 머리칼은
영락없는 당신의 모습입니다.
태평양 건너편 먼발치에서
조바심 서러움 되어 살아온 세월
없는 게 죄 아니라지만
달려가고픈 마음 발목 잡혀 동동이던 기억
마음속 꼬깃꼬깃 쌓여진 아픔의 골 되어
당신을 배려하지 못한 핑계로만 남았습니다.
나 어설픈 아비 되어
같은 모습으로 살면서
자식 향한 애틋한 마음 헤아릴 것 같고
쏟아내지 못한 응어리 가슴에 묻으며
큰 손 없어 언제나 빈손으로 떠나보낸다던
당신의 허허로웠던 마음 이제는 내 마음입니다.
이제라도 제대로 된 아비 되어
큰 손 없는 아쉬움은 미련 없이 접고서
위하는 마음 곱절로 여유롭게 풀어내며
식탁 가득 둘러앉은 여석들이랑 정겹게 어우러져
이제는 모두 잊고 편히 계실 당신 앞에
드리는 카네이션 한 아름에 묶어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