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 | 홍 성 표 수필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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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밤
홍 성 표
벽장에 꽂혀 있는 오래된 책을 뒤적거리다 우연히 고흐(Vincent Willem van Grogh 1853~1890)의 유화 ‘별이 빛나는 밤’ 작품을 보게 되었다. 그냥 지나칠 뻔하다가 별이라는 제목에 내 눈을 멈추게 했다.
“별? 작품명이 별로 시작한다……”
문뜩 나의 이름과 비교해 본다.
나의 이름은 홍성표(洪星杓)다. 한자로 풀이하면 ‘넓고 큰 하늘의 별 자루’란 뜻이다. 이런 이유가 겹쳐 다시 한 번 작품을 유심히 드려다 보았다.
유별나게 크게 그려진 노란빛 그믐달과 구슬 같은 별이 주렁주렁 떠있다. 손을 마주 잡은 듯한 꼬여 든 구름 아래로 마을이 그려져 있고, 높은 첨탑의 교회와 길게 이어진 산 그리고 하늘을 찌르듯 높이 솟은 큰 나무 사이프러스 하나가 왼쪽에 서 있다. 왜 이 작품이 고흐의 대표작품일까, 생의 마지막 때 그는 정신분열증 환자였고 젊은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다. 갑자기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구글에 들어가 보았다.
이 작품은 자신이 입원한 정신병원 창살 너머 바깥 마을을 내려다보며 그린 작품이라는 것을 알았다. 또한, 고갱과의 싸움에서 자신의 의지가 먹히지 않자 분을 못 이겨 귓밥을 잘라버리는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 초기의 작품과는 달리 화폭 전체가 내면이 불에 일렁이고 있다. 이렇게 내면이 폭발한 듯한 화법은 항상 자신의 율동적인 삶과 죽음을 나타내고 있는 듯 동생 테오에게 편지를 한다.
고갱과의 다툼 이후 두 차례나 정신병원에 입원한 후 다시 동생 테오의 추천으로 파리 근교 오베르에 간다. 라부하숙집(Auberge Ravoux) 3층 다락방에 거주하며 고흐는 정신과의사인 폴가세(Paul Ferdinand Gachet)에게 치료를 받는다. 이곳에서 그는 팔레트를 들고 마을과 교외로 화구를 들고 다니며 많은 그림을 그리다가 마지막 작품, ‘까마귀가 나는 밀밭’을 끝으로 자신의 가슴에 총구를 대고 짧은 삶을 마감하고 만다.
구글에서의 해석은 이렇다. 달과 별들을 점선으로 그린 것은 저들의 빛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것을 상징함이다. 땅과 하늘을 잇는 큰 나무 사이프러스는 죽음과 무덤을 상징한다. 그러나 죽음은 불길한 것이 아니고 별 곧 ‘하늘에 가까이 가는 길’임을 상징하는 것이다. 마을의 교회 첨탑은 인간이 하늘에 닿으려고 노력하지만 결국은 미치지 못한다는 고흐의 생각으로 그렸다고 한다. 또한, 어둠이 점선으로 그려진 것도 바람 따라 밤이 흘러가는 것을 상징함이라고 했고 첨탑은 고향 네덜란드를 상징한단다. 또한, 열한 개의 별은 창세기의 열한 개의 별에서 영감 얻었을 것이란 주장이다.
그림해석은 평자에 따라 다양하겠지만, 인간은 별을 통해 하늘에 가까이 가는 길이라는 주장과 이론에 눈이 퍼뜩 뜨인다. 순간,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게 눈에 보인다. 매일 마음만 바쁠 뿐이다. 그런데도 책상 앞에 앉아 넋두리만 늘어놓은 채 한나절을 보내고 있지 않은가. 그동안 도대체 난 무얼 하느라 이렇게 아까운 시간만 허송하다 늙은이라는 소릴 듣고 있는지 허망하기만 하다.
내 머리를 살짝 두들겨 본다. 머릿속에 든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빈 깡통 소리만 난다. 이런 깡통 머리를 갖고 지금껏 살아온 것이 기적이 아닌가. 무엇하나 제대로 아는 것은 없고 입만 나불대고 있지 않은가. 요즘 펜더믹으로 발이 묶여 집안에만 있을 때 빈둥빈둥 시간만 보낼 것이 아니라 무언가 배우자. 무언가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내일 당장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살자.’고 설파했던 ‘스피노자’의 말을 되뇌며 무언가 새롭게 채워가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이 또한 입만 나불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약력:
부산 출생. 시카고 거주. 서울문학 수필 등단. 시카고문인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미주지회 회원. 상공부 장관상(동탑) 저서:『바람이 지나간 자리』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