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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책을 집필하거나 필사를 하면서 심력이 강해져서 병세가 호전됐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요.

요즘같은 때에도 필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요. 필사...하면 이 작품을 빼놓을 수 없죠. 소설 태백산맥입니다.

필사에만 꼬박 20개월이 걸린다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직접 쓰는데는 얼마나 시간이 많이 들었을까요?

네, 오늘 설 연휴 앵커가 만난 사람 순서로 작가 조정래 선생을 만났습니다.

정글만리를 어떻게 썼는지를 듣고 정말 많이 놀랐는데요.

함께 보시죠~

 

<리포트> 1970년 <현대문학>에 소설 ‘누명’으로 등단한 이래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정글만리> 등의 작품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작가로 꼽혀온 조정래 작가. 작가 인생 45년, 우리의 역사를 문학으로 말하는 시대의 문인 조정래 작가와 함께 합니다.

한 평생 문학을 위해서 인생을 바친 거인이시죠. 조정래 선생님을 만나 뵈러 자택에 찾아왔습니다.

<녹취> “반갑습니다.”

<녹취> “네, 안녕하세요.”

<녹취> “먼저 작년에 나온 신작 얘기부터 하고 싶은데요, <조정래의 시선>, 지금 우리는 무엇을 주시해야 하는가, 굉장히 연초에도 접합한 주제가 아닌가 싶은데요.”

<녹취> “여러 신문이나 잡지, 강연을 했던 것을 정리한 것인데요, 제가 <시선>이라고 제목을 붙인 것은 우리가 우리 사회가 인간다운 세상이 되려면 서로가 서로를 응시하는 유심히 바라보는 진심을 갖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것이 이 책의 주제입니다.”

<녹취> “선생님의 많은 작품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태백산맥>이라는 작품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녹취> “네, 벌써 30년이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 세월 동안 뜨거운 호응을 보내주고 있는 건 그것은 작가로서 자존심이고, 의미고 보람이라고 생각합니다. ” 지난달, 원고지 만 6,500장에 달하는 <태백산맥>을 필사하여 기증한 독자에게 감사함을 전하는 자리가 마련됐는데요. 지난해까지 6명이었던 필사본 기증자는 올 초 3명이 더해지면서 대학생부터 80대 할머니까지 모두 9명이 되었습니다, 분단의 비극과 식민지의 설움, 한강의 기적을 낳은 서민들의 모습이 담긴 작품 안에는 조정래 작가만의 역사의식이 녹아 있습니다.

<녹취> “<태백산맥>도 그렇고, 사실은 소설인데..읽다보면 이것이 소설인가, 역사서인가 싶거든요. 헷갈리잖아요.”

<녹취> “대학교 때부터 문학을 하면서 무엇을 쓸까 하는 문제 앞에 서 있을 때 얻은 결론이‘나는 하필이면 이렇게 척박하고 슬픈 역사의 땅에서 태어났을까? 그렇다면 나는 문학으로서 무엇을 써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얻고 싶어 했어요. 조그만 나라 약소국이라고 하는 것은 지정학적으로 피할 수 없는 운명이고, 숙명이잖아요 그 정신을 잊어버리면 우리는 또 나라를 잃어버리는 백성이 되고 비참하게 살 수 밖에 없잖아요. 그러지 않으려면 역사의식을 분명히 갖고 있어야 해요. 그 임무를 작가로서 하고 싶었던 거예요.”

<녹취> “열 손가락 깨물어서 물론 안 아픈 손가락이 없겠습니다만, '이 등장인물이 정말 사랑스럽다'고 생각하시는 인물이 있을 것 같아요.”

<녹취> “작가가 등장인물을 만들 때는 자기의 분신이라고 생각하고 만들거든요 악인이든 선인이든...작가가 애정을 갖지 않으면 독자들이 좋아하지 않게 되지요. 그런데 <태백산맥>의 경우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게 하대치, 외서댁 <아리랑>에서는 공허스님과 필녀, <한강>에서는 유일표와 강숙자.. 이런 인물들이 기억에 남는데. 공통적인 요소는 그들이 다 서민 계급이면서 역사가 움직여 가는 원동력의 힘을 발휘하는, 끝없이 발전해나가는 인물들이기 때문에 제가 사랑을 하지요”

  <녹취> “서민이 역사 발전에 원동력이다 그렇게 믿고 계시는군요.”

<녹취> “한 작품을 만들기까지 구상부터 탈고까지 어떤 과정들이 필요한 거고,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 것인지도 궁금하거든요. 예를 들면 <정글만리> 같은 경우에는 중국만 19번 가셨고, 취재 노트가 90권에 달한다고 들었습니다.”

<녹취> “보여드릴까요?” 책 한권을 완성하기까지의 작가의 노고가 느껴지는 취재 노트입니다.

<녹취> “지금 이것이 비로소 포스트잇으로 다 붙여놨어요. 120권의 책을 사다가 섭렵. 다 훑어보고..중요한 것들은 골라내서.. 비로소 3권의 소설이 탄생되는 거지요.”

(녹취) “책을 쓴 다기 보다 사실 공부라고 해야 겠네요.”

<녹취> “공부예요 공부!”

<녹취> “근데 나중에 찾아보기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찾아보기 쉽게 하기 구성을 한 노트가 따로 있어요 바로 뭐 하면 어디 몇 페이지에 뭐 있다가 바로 나와요”

<녹취> “이게 지금 얼마동안에 걸쳐서 나온 준비라고?...” <녹취> “아까 말한 대로 20년.” <녹취> “대가라고 생각해서 그냥 술술 쓰시는 줄로 생각했는데....” 컴퓨터를 마다하고 아직도 원고지 작업을 고수하는 조정래 작가! 요즘도 수십 가지의 아이디어를 머릿속에서 동시에 굴리며 올여름 출간을 목표로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녹취> “책이라고 말하기 전에 글쓰기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었어요, 과연 어떻게 쓰시는지, 글쓰기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건지, 타고 나는 건지, 노력으로 가능한건지.”

<녹취> “인간은 누구나 자기를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본능적으로 다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기초적인 공부만 하면 다 글을 쓸 수가 있지요, 그 기초적인 공부를 해서 글쓰기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일기를 쓰라는 숙제를 계속 내는데 학생들이 제일 싫어하는 숙제가 그거잖아요.”

<녹취> “한꺼번에.”

<녹취> “제일 귀찮아하죠.”

<녹취> “어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게 뭐냐고 묻기에 그랬어요, 자기 스스로가 감동할 만큼 노력하는 것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생에 있어서 가장 확실한 투자는 노력이다.제가 40%밖에 타고나지 못한 재능을 60% 노력으로 채우기 위해서 지금까지 줄기차게 노력해온 것이 내 인생이 아닌가라고 생각하고 있고, 앞으로 언제까지 글을 쓸지 모르겠지만 남은 인생도 그 노력을 해나가면 어느 날 문득 죽었을 때 후회가 없도록 하려고 합니다.” 한 평생을 문학에 바쳐온 우리 시대의 진정한 문인, 조정래 작가의 계속되는 도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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