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철 수필가

조회 수 5892 추천 수 3 2015.02.19 11:10:49

                                                                  존재의 궁극적 실재와 삶에 대한 길찾기
                                                                 -신성철의《정담의 향기》작품세계



                                                                                                                                                      강정실
                                                                                                                  (한국문인협회 미주지회 회장)

  

  1. 들어가기

   인간은 사랑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사랑은 다른 궁극적 실재를 만들어 내며 그곳에 이성적인 힘의 원천이 존재하며, 자기를 인식하는 준거점이 된다.
   신성철은 삶과 인생을 자신의 작품 <지상낙원>에서, 작가 남지심의《우담바라》에 나오는 인생, 선하게 또는 악하게 사는 사람, 악한 사람이 개과해서 선한 사람이 된 이야기, 선한 사람이 악해진 이야기를 인용하며 사랑에 대해 설명한다.
 “창녀들의 삶이란 썩은 물처럼 고여 있는 시간이다. 사지가 뒤틀리도록 따분한 삶이다. 공주라는 별명을 가진 아가씨가 화대를 받으면 나가서 팬티를 산다. 그녀의 가방 속엔 예쁜 팬티가 언제나 가득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팬티를 갈아입는다. 친구가 그 이유를 물으면 “불쌍해서.” 라고 한다. 그의 아랫부분을 공주 못지않게 대접한다. 그래서 공주라고 한다. 공주가 위병이 심해서 눕게 되었다. 뒷방 신세가 오래가니 화대 수입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 그랬다. 팬티를 살 수 없으니 친구들의 팬티를 훔치기 시작했다. 욕도 많이 얻어먹고 머리채 잡히고 많이 얻어맞기도 한다.”
  여기서 등장하는 우담바라는 3천 년에 한 번씩 핀다는 전설적인 꽃, 혹은 창녀의 삶 같은 생명을 구제하는 것은 돈과 권력이 아니다. 바이오필리아Biophilia 바로 생명애生命愛이다. 아니, 토포필리아Topophilia, 창조애創造愛이다. 이웃을 향한 사랑은 유일한 자원이고 새로운 역사관을 형성하는 원동력이 된다.
  신성철은 3부로 만든 제2수필집 《정담의 향기》를 통괄하면 그 주제는 바로 생명애, 창조애임을 간파하게 한다. 1922년 출생인 그는 8·15해방과 6·25전쟁을 몸소 겪었으며, 1958년 단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한 그는 나이가 익어감에 따라 사소한 것에도 경의를 표하고 있다.
  제2수필집 《정담의 향기》의 작품 배열을 따라가다 보면 평생 생활고로 힘이 들었지만, 종교와 역사 그리고 사회와 정치에 대해서는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특히 작가의 종교론은 일상적 담론이 주는 식상함이 아니라 상식을 뛰어넘는 충격적인 결론을 내린다. 그래도 눈과 마음은 고향 무등산과 고국의 많은 금수강산에 대해 그리워하고 있다. <아름다운 환상>, <산의 아름다움>, <함께 늙어가는 아름다움>, <아름다운 가정>이 그러하다.
  수필작가는 창작현장에서 특별히 선택된 어떤 제재를 통해 인간과 우주의 본성을 깨달음의 형태로 인식하여 형상화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애매하거나 종잡을 수 없는 다양한 제재의 본성들을 물리학이나 생물학 등에서 찾아낸 법칙과 원리를 활용하게 된다. 이게 인문학적 상상력에 자연과학적 상상력의 결합이라 할 수 있다.
  작가 신성철 수필내용의 경향성도 수필문학이 갖는 작가 중심의 일상과 유관하다 싶다. 수필이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인간학’이라 할 때 그 역시 그 자리에 서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2. 종교를 통한 토포필리아적 접근

  작가 신성철은 평생 안용귀 큰외삼촌과 백영흠 목사님의 길을 따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일은 하나의 종교적 신념과도 같다. 큰외삼촌은 신성철이 어릴 때 검정고시 합격과 사회인으로 출발시키게 했고, 16세 때 백 목사의 제자가 되어 그를 신앙의 본으로 삼았다. 그런 작가 신성철은 탄탄한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가족에게 말하지 않은 채 소망했던 신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서울로 간다. 하지만 아버님의 사망으로 가족을 위해 신학교를 중도 포기한다.
  나이 사십이 다 되어 단국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지만, 가족을 위해 새로운 변화는 시도하지 않는다. 바로 가족들의 생계문제 때문이다. 그리고는 남들이 하는 것처럼 해가 뜨고 해 질 때까지 아버지가 살아온 과정을, 작가는 목이 아프도록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똑같이 되풀이한다.
  하지만 뒤늦게 가슴속에서 작은 공간에서 꺼지지 않는 불씨 한 개, 토포필리아가 있었음을 고백한다. 그것은 현실적인 것이 아니다. 불가능할지도 모를 세상, 언젠가 아버지를 만나게 되는 가상의 새로운 세상에서다. 그의 작품 <아버지와 민들레>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아버지. 아버지처럼 저도 바람의 방향대로 흔들리지 않고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다가 왔습니다. 눈물이 없는 ‘민들레동산’에서 함께 무지개를 바라보십시다!”
  평생을 함께 해로하는 작가 신성철의 아내 이애덕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2013년 12월 23일, 저녁 먹고 TV를 보다가 남편이 변소에 가려다 쾅~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엄청 놀랬다. 남편은 기절해서 인사불성이다. 앞으로 넘어지면서 가구 모서리에 부딪혀 앞머리에서 피가 흐르고 오른쪽 팔 여러 곳에도 피가 흐르고 있다. 덜컥 겁이 났다. 나는 눈물을 흘리며 엎드려져 있는 남편을 안고 흔들면서 깨어나기를 하느님께 빌었다.”
  사랑이란 죽음 앞에서 더욱 빛난다. 죽음의 인생이란 어차피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일진대, 작가가 말하는 쏟아지는 노란빛 사랑은 인간 본연의 고향에의 은유이며 오랜 꿈도 한 조각 고운 보자기일 것이다.
  작가 신성철의 수필집은 앞으로의 희망과 과거를 회억하는 장소이며 공간이다. 또한, 제2수필집《정담의 향기》에서는 자신에 닥칠 죽음을 예상하며 몇 번이나 언급하고 있다. 그러니 그에게는 이런 고운 보자기인 사랑의 수필집을 펼칠 기회도 하느님의 은총이라 감사함으로 충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 신성철이 말하는 아버지를 만날 민들레동산이라는 장소와 그의 아내 이애덕이가 남편을 위해 기도한 하느님의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여호와께서 여호수아에게 일러 “너는 이 모든 백성으로 더불어 일어나 이 요단을 건너 내가 이스라엘 자손에게 주는 땅으로 가라 너희 발바닥으로 밟는 곳을 내가 다 주었노니 레바논에서부터 유브라데에 이르는 헷 족속의 온 땅과 또 해지는 편 대해까지 너희 지경이 되리라.”
  여호수아를 대장으로 유대 군대를 여호와가 직접 지휘하면서 여리고 성을 시작으로 헤르몬산 레바논 골짜기 바알갓까지 점령했다. 수많은 왕과 백성을 젖먹이까지 호흡하는 것은 다 죽이고 다 불태웠다. 가축들도 자기들이 필요한 것 외에는 다 죽였다. 세계 어디서도 이러한 무지막지한 침략과 학살의 예가 없다. 최악의 학살자요 침략자다. 그 땅을 이스라엘 11부족이 나누어 가졌다. 그때 여호와와 여호수아가 점령한 땅은 하느님이 창조한 사람들이 평화롭게 사는 곳이었다. 이것이 여호와 신이다. 여호와는 이스라엘의 민족 신일 뿐이다. 예수님도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정치범으로 몰아서 십자가에 달아 죽인 극악무도한 모략 신, 여호와다.
 나는 이 글을 쓰고 이제는 붓을 놓아도 한이 없게 된 기쁨에 황홀하다. 평생 고민하든 체증이 풀렸기 때문이다.
  사후에 조상님들과 예수님과 하느님의 식탁에 초대받을 자신이 생겼다.
                                                                  -<포도와 선악과>에서


  작가는 세상 사람들의 신앙의 대상인 ‘여호와’를 극악무도한 모략의 신으로 정의한다. 여호와의 명령을 받고 여호수아는 여리고 성城을 필두로 바알밧까지 점령하면서 젖먹이까지 죽이고 불태운 것을, 여호와를 최악의 학살자며 침략자로 정의한다. 심지어 그의 아들 예수도 정치범으로 몰아 십자가에 매달아 죽인 자로 결론 내린다.
  대단한 용기다. 한편으로는 엄청난 발상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작가 신성철은 한발 더 나아간다. ‘지금까지 꼭꼭 숨겨두었던 비밀을 쓰고 나니 한없는 기쁨이요, 사후 조상님들과 예수님 그리고 하느님의 식탁에 당당하게 초대받을 자신까지 생겼다’고 밝히며 황홀까지 하다고 말한다.
 
  수미산의 극락이 아니고 불교에서 처음 느끼는 지상낙원 사상이다. 나 또한 작가와 동감이다. 그녀도 나도 지상 낙원에서 창녀 그대로 부처님 품에 안겨졌다고 믿는다.
  구십 평생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불교 작가의 글로 지상낙원에서 부처님의 품에 안긴 글에 접했다. 그래서 신약성경 마태복음 6장에 있는 주기도문에서 예수님을 생각해 보았다.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 지이다.’
 이 지구에 하늘나라 천당이 이루어지기를 빌라는 예수님의 말씀이다. 예수님은 당연히 그녀를 품에 않았을 것이다. 이 지구를 천당으로 만들기 위해서 오셨기 때문이다. 기독교의 지상낙원 사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지상낙원>에서


  기성 기독교들은 천국을 믿고 그곳을 본향本鄕이라 한다. 그런데 작가 신성철은 마태복음 6장에 나오는 주기도문 중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리다!’ 본향은 하늘이 아니라 이 땅을 지칭하며, 이 땅을 지상낙원의 회복 대상이라 한다. 그러니 천국이 없다는 게 그의 신념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현대라는 첨탑尖塔 아래서 변화의 물결. 즉 하느님의 인간에게 주었다는 자유신학自由神學의 주체인 ‘자유의지’를 낯설어하지 않는 그의 심회心懷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와 현재를 대비하며 본래의 것에 대한 그의 궁극적 소망은 도대체 무엇일까. 시속時俗이 아무리 변화한들 진리에 천착하는 진정성은 변할 리 만무한데 말이다.
  어찌 보면 우리는 모두 누구랄 것 없이 디아스포라Diaspora. 즉 실향민이다. 바빌론의 유수幽囚 이후 세계 각지로 떠돈 유대인처럼, 우리도 실향민처럼 고향에서의 안주를 소망한다. 그래서 서정시인 김소월의 <강변 살자>라는 토포필리아와 바이오필리아가 우리들의 막연한 소망인지도 모르겠다.


  7만 년 전, 파밀고원에 마고성(麻姑城)이 지어졌다. 거기서 인간이 태어나고 세계로 퍼져 나가 지구 상에 많은 민족이 형성되었다. 그중에서 우리 한민족은 천산산맥 천산에서 12나라로 성장했다. 12나라는, 처음이 비리국이고, 12번째가 수미리국이다. 수미리 국민이 서쪽으로 출발해서 고산을 전전하며 갈고닦은 고도의 실력을 갖추고 서기 전 4천 년 경 메소포타미아에 가서 세계에서 처음으로 문자를 갖은 문명의 나라 수메르국을 새웠다. 우리 수미루족들이 서양문명의 원조가 되었다. 열한 부족은 동쪽으로 출발해서 적석산(積石山), 태백산(太白山), 청구(靑邱)를 거쳐서 5천 년 만에 만주에 도착했다.
  서기 전 7197년 환인 임금이 조선국을 세웠다. 마지막 임금인 지위리 환인 왕까지 3301년간 다스렸다. 다음은 환웅임금이 이어받아서 19왕이 1565년 동안 다스렸다. 다음은 단군 완검 임금이 이어받아 2096년 동안 47대 임금이 다스렸다. 무려 6,962년간의 찬란한 역사를 가진 우리 조국이다. 지금도 중국에서는 조선족을 구이 족이라고 한다. 나머지 두 나라 중 한나라는 미국으로 가서 정착했다. 나머지 한나라는 미국을 지나서 멕시코에 가서 마야문명을 건설하고 이여서 남미로 내려가서 잉카 문명을 건설했다. 전 세계에서 빛나는 민족사를 이룬 자랑스러운 우리 한민족들이다.
                                                                         -<짝사랑>에서


  작가 신성철은 기독교 장로라는 직분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한 권의 책은 성경이 아니다. 그 책은 박시상 원저 김은수 해설의 《부도지符都誌》라는 책이다. 이 부도지는 전문 33장으로 되어 있고 29장까지 파밀고원에서 단군역사까지다. 이 부도라는 말은 하늘의 뜻에 맞는, ‘단군의 나라’를 말한다.
  ‘여호와 하느님은 에덴동산을 만들어 유대민족의 조상 아담과 하와를 만들었을 뿐이다. 마고성은 이미 폐쇄되었지만, 동쪽 문으로 3지파가 나서 중원지역의 조상이 되고, 서쪽 문으로는 3지파가 나가서 중근동 지역 조상이 되고, 남쪽 문으로 3지파가 나가서 인도 및 동남아지역의 조상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북쪽 천산산맥 천산으로 3지파가 나가서 우리의 조상이 되었다며 환인·환웅·단군 시대 6,962년간 하느님을 섬기면서 한 번도 다른 나라를 침범한 일이 없는 평화의 나라가 자랑스러운 우리의 역사’라고 정의한다.
  그의 공간적 신념인 토포필리아는 천지풍파를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러면서도 그의 작품 <짝사랑>에서 인생이란, 부싯돌이 튀긴 불꽃처럼 지나고 나면 ‘찰나’라고 삶의 깊이와 길이를 설명한다. 자신이 처해있는 주변계절은 겨울이라며 원망·기쁨·슬픔도 한순간이며 죽음이 눈앞에 보인다고 한다. 그러면서 동백꽃은 가지에 붙어 있을 때보다 땅에 툭 떨어지는 모습이 아름다우며, 하얀 눈 위에 후두두 떨어지는 처연한 아름다움이 있다고 한다. 자신도 1월부터 피기 시작하는 진정한 겨울꽃인 동백나무의 생리처럼 자신에게 닥칠 죽음이 아름답게 느껴진다고 예상한다. 마치 인생을 달관한 원효대사의 후예인 것 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참 기독교인이라 싶기도 하다.

  

여중을 졸업하고 피아노 개인지도를 받던 어린 아내가 겨울에 시집와서 가난한 집 여덟 식구의 살림을 시작했다. 젊은 시어머니는 곡물을 담아두는 뒤지 열쇠를 며느리에게 뺏긴 앙심으로 고된 시집살이를 시켰다. 겨울에 많은 빨래를 해서 풀을 먹이고 다듬이질을 해놓은 것을 잘못 빨았다고 찬물에 집어넣기까지 했다. 밤중까지 식구들의 옷과 양말 등의 헤어진 것을 손보고 자정이 지나 자리에 들었다. 어디 그뿐인가! 새벽에 일어나 풀무질해서 밥을 해야 했다. 가난해서 장작을 살 수 없어서였다. 그때 막내 남동생이 세 살 때다. 남편을 사랑한 죄로 평생을 시어머니의 미움 속에서 살았다.
  나는 제주도의 오름 숲을 늘 생각하면서 아내의 따뜻한 사랑에 지금도 감격한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오름 숲 같은 아내의 따뜻한 마음씨가 많은 식구를 무성하게 자라게 했다. 지금 막냇동생이 늙어서 할아버지가 되었다. 형제자매들이 손주들과 함께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을 볼 때 아내에게 깊이 머리 숙여 감사한다.
                                                                  -<산의 아름다움>에서


  그는 8·15광복이 된 5년 후, 백 목사를 다시 만나 교회생활을 할 때다. 이때 유치원 운동장 한쪽에서 혼자 놀고 있는 초등학생인 소녀와 눈이 마주친다. 그 순간 작가의 가슴에 사랑의 전류가 흐르면서, 그 소녀에게 강하게 반하고 만다. 놀랍게도 7년 후 결혼한 그 초등학생이 지금의 아내, 이애덕 여사이다.
  결혼 후 여덟 식구를 책임지면서 시어머니의 미움과 가난으로 엄청나게 고생시킨 아내에 대한 사랑은 지금도 식을 줄 모르는 사나이 중 사나이라 싶다. 이런 것을 보며 사랑은 인연설에 짜인 한 막의 연극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 교육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동양의 옛 교육은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는 남녀 분학(分學)을 하고, 전문학교나 대학에는 남녀 공학을 권장했다. 지금 여성 교육자들은 대학도 분학을 권한다. 지금 교육은 어려서부터 남녀 공학을 한다. 그래서 남성은 여성 쪽으로 기울어가고 여성이 남성 쪽으로 변해가서 중성이 많아지고 있다. 남녀동등이란 이유라면 크게 잘못이다. 남성은 남성으로 여성은 여성으로 교육받고 성인이 되어야 정상이다.
  우선 남녀가 이성(異性)에 대해서 자기가 처해있는 성에 만족하고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서로 존경해야 한다. 하늘이 내린 똑같이 분담된 아름다운 성(性)이기 때문이다. 두 성이 어느 쪽이 상위라고 하면서 차별화해서는 절대 안 된다. 성인이 되어서 두 성이 꼭 결혼해야 한다. 이때 남자와 여자가 완전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태어난 아기가 역사를 이어간다. 그래서 인류역사와 지구에서 가장 큰 주인은 남성이 아니고 어머니다.
                                                -<푸른 하늘에 독수리와 밤하늘의 별>에서


  우주의 법칙 하늘은 양陽이고 음陰은 지구이다. 남자와 여자는 하늘과 땅만큼 큰 차이가 있다. 변하지 않는 우주의 법칙이다. 남자를 강하게 기르기 위해 가죽띠를 매고, 여자를 유순하게 가르치기 위해 실로 땋은 띠를 매게 했다. 따라서 여자는 음이기 때문에 지열地熱을 받기 위해 앉아서 소변을 본다고 한다.
  지금은 아니지만, 1800년에 프랑스는 여성에게 바지를 입지 못하게 법령으로 선포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애국하는 길은 예禮의義염廉치恥를 하나씩 비교 분석하며, 음양의 이치는 사회생활에서 준법정신을 지키고 하늘이 부여한 세상의 순리라고 말한다.


  3. 생명애, 바이오필리아적 은유의 수사
    작가 신성철에 있어 토포필리아는 네오필리아의 초석이다. 공간애는 창조애의 터전이기에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관념 안에 내재한 의미 파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공간 개념은 바이오필리아, 생명애에서 더욱 구체화하고 있다.
  그렇다. 인간이면 누구나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항상 이웃을 배려하며 한발 물러서서 겸손하게 사는 것이 삶의 보람이라 여긴다. 그러나 마음이 상하고 분하고 억울하면 상대방을 죽이고 싶도록 미운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상대방의 처지에서 깊이 생각해보면 자연스럽게 좋은 답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안다. 그러기에 모든 사람은 새해 아침에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새로운 각오를 다지며 진리의 줄을 힘차게 당기게 된다.
  이런 생명애는 자연으로부터의 눈뜸이 시작된다. 사회생물학자 윌슨Edward O Wilson은 생물과 문화의 상호작용을 통한 자연애를 설파했다. “늘 변하는 세상에서 항구적인 것은 자연뿐이다.”라고 말하면서 1995년에 《생명의 다양함》을 발표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정담의 향기>는 자연과 생명애에 대한 작가의 의도를 간파하게 한다.


   대자연의 경치, 소리, 향기, 맛,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등의 사이에는 신비하게도 완전한 교감작용(交感作用)이 있다. 더욱 일기의 변화, 시시각각으로 변천하는 창공, 사철 따라나오는 과일, 달이 바뀔 때마다 피는 꽃들, 더욱이 우주의 경치, 소리, 향기를 감지하는 지각기관(知覺器官)도 완전하다. 나는 이 지구에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 모른다. 정해진 날까지 행복하게 사는 이 즐거움 이 행복이다.
  행복하게 사는 방법으로 수필을 쓰고 있다. 대체로 좋은 정담이란 친근감을 주는 수필과도 같은 것이다. 정담 이야기의 스타일이나 그 내용이 수필들의 내용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수필과 가장 공통되는 점은 그 유창한 스타일이다.
                                                                    - <정담의 향기>에서
 
  작품 <정담의 향기>는 구체적이다. “대자연의 경치, 소리, 향기, 맛,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의 사이에는 신비하게도 완전한 교감작용(交感作用)이 있다.” 자연의 순환법칙은 “일기의 변화, 시시각각으로 변천하는 창공, 사철 따라나오는 과일, 달이 바뀔 때마다 피는 꽃들, 더욱이 우주의 경치, 소리, 향기를 감지하는 지각기관(知覺器官)도 완전하다.”라고 했다. 라 퐁텐La Fontaine의 우화寓話를 떠올리게 한다. 생명으로 생명을 넘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라 싶다.
  그의 향기는 일견 사치스럽기까지 하다. “나는 이 지구에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 모른다. 정해진 날까지 행복하게 사는 이 즐거움이 행복이다. 대체로 좋은 정담이란 친근감을 주는 수필과도 같은 것이다. 정담 이야기의 스타일이나 그 내용이 수필들의 내용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작가 신성철이 말하는 죽음의 화두는, 정담이 주는 수필과도 같은, 마치 윤회사상의 순례자처럼 그런 불안을 놓아버림의 사유가 건강하다. 이는 용도 자체의 일상을 뛰어넘는 자각에 있을 것이다. 애초 사계四季를 통해 자연을 보며 ‘베토벤의 전원교향곡을 들을 수 있고, 벗님네가 오면 향기로운 차를 마시며 정담과 이 지구에 사는 날까지 수필을 써내려가는 이 순간이 행복이라 말하게 되는 것일 게다. 그의 내면에 있는 정담을 의미화에 이르면 그가 가지고 있는 생명의식에 경외감을 갖게까지 한다.

 

4. 나가며
  신성철의 수필집《정담의 향기》을 읽어 내려가노라면 작가 일상의 서정적 담론보다 종교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 문제, 한국의 역사, 한국의 현실정치와 남북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의 수필집에는 ‘아름답다’는 형용사가 자주 등장한다. 작가의 혼魂의 울림일 것이라 싶다. 또한, 그 아름다움 속에는 제2집의 발간사에 나오는 분들과의 인연을 하나씩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현실을 이렇게 표현하는 듯싶다. 매화가 봄을 알리는 꽃인데 반해 고고함을 상징하는 동백꽃은 사철 푸른 잎을 자랑하다가 한겨울에 핀다. 동백꽃은 곤충이 사라진 겨울철, 동박새에 의해 가루받이를 받는다. 삶의 영향을 준 동박새는 그가 귀하게 여기는 분들이리라.
  수필문학은 이렇게 자신만의 환상의 성城을 짓는 일이다. 프랑스의 오뜨 리브Haute-Rive에는 페르디낭 슈발이 축조한 환상의 성인 빨레 이데일Pslais Ideal이라는 성이 있다. 한 사람의 꿈이 얼마나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있는가를 여실히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사유의 개념에 작가 신성철은 기독교의 사상을 지상낙원이라는 땅과 접목하며 여호와 하느님을 부정한다. 그리고 관류貫流하는 토포필리아적 사고와 의식은 다종교와 정치 및 순리를 이해하고 사랑한다.
  자~. 이제 마무리한다. 그의 말처럼 인생살이는 <우담바라>의 내용과 같은 질박한 한 것, 창녀 언니가 죽자 골목 안 여자들은 다 모여서 색종이로 꽃을 만든다. 스님은 관 옆에서 밤새도록 염불하고, 이튿날 아침 여자들이 관을 매고 스님은 만장輓章을 들고 관의 뒤를 따르는 것이 삶과 죽음 그리고 생명곤경生命恭敬의 의식을 구체화한 사랑애에 일 것이다.
  항상 건강하기를 빌며 그의 또 다른 성채城砦가 기대된다.




 

신성철 사진.jpg


약력:
1922년 광주광역시 출생/58년 단국대학교 국문학과 졸업/2012년 《에세이포레》등단/한국문협 및 미주지회 회원.

제25회 서울문예창작 문학상 수상. 2014년 서울문학 수필부문 수상
저서: 《묘현사의 밤》, 《정담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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